박보영이 '뽀블리' 뒤 강철 멘털을 유지하는 방법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1. 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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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넷플릭스

배우 박보영(33)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데뷔 17년 차의 저력을 보여줬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깊이가 다른 표현력을 과시, 전 세계 안방극장을 힐링으로 물들였다.

박보영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3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로 글로벌 시청자들을 찾아간 바, 호평을 한몸에 받고 있는 주역으로서 자리를 빛냈다. 

'정신병동'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자 이라하 작가가 실제 정신병동 간호사 시절 경험담을 녹여내며 공감을 불러 모은 작품이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완벽한 타인' 등을 만든 '히트 메이커' 이재규 감독과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남규 작가가 의기투합해 웰메이드 드라마로 재탄생됐다.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다.

주연 박보영은 사랑스러운 '뽀블리' 이미지를 잠시 넣어두고 정신병동 간호사 정다은 캐릭터로 완벽 변신,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올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에 이어 차기작 '정신병동'까지 이전에 본 적 없던 매력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해 지켜보는 쏠쏠한 재미를 안겼다. 

박보영 스스로도 기존과 다른 결의 작품을 반기며 '정신병동'에 큰 애정을 보였다.  그는 "제 필모그래피에 따뜻한 휴먼, 힐링물은 거의 없어서 '정신병동'은 제가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장르였다. 감사하게도 타이밍 맞게 대본을 받게 되어 정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 저와 다은 캐릭터가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어서 더욱 끌렸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정신병동'은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순위 1위에 등극, 줄곧 정상을 기록 중이다.  박보영 또한 울면서 감상할 정도로 빠져들었다고. 그는 "걱정도 되고 그랬는데 잘 나와서 행복하다. 다은이를 할 때부터 생각했던 게 우리 드라마의 주인공은 환자분들이라는 마음이었는데 잘 표현된 것 같다. 저도 울면서 봤다. 특히 5회 워킹맘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 깊었다. 보기 전엔 저랑 가장 동떨어져 있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거기에 위로를 많이 받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제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많이 울다니. 워킹맘뿐만 아니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라고 작품의 진정성을 내세웠다.

박보영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에게 자문을 얻고 참관까지 하며 캐릭터를 구축, 남다른 노력 끝에 싱크로율 200% 열연을 펼쳤다. 그는 "회진하실 때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선생님들이 누구보다 한발 앞서 계실 때도 있고 어떨 땐 한걸음 뒤에 계실 때도 있었다. 또 환자분이 어떤 환자랑 친하고, '오늘은 하루 종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안 나왔다'라든가 행동 하나하나, 마음 상태 등을 세세하게 다 보시고 공유한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혈압 재는 장면을 위해선 진짜 매일매일 스태프분들의 혈압을 재며 연습했다. 진짜 매일 하니까 재는 분이 긴장하고 계신지 어떤 상태인지 느껴지더라"라고 노력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박보영은 "살면서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가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 하얀병원 입원 장면을 찍을 땐 그걸 최대한 증폭시키려 했다. 제가 힘들 때 보면 목소리에서부터 생기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하얀병원 병동에 있을 땐 일부러 입이 메마르게 만들었다. 그때는 진짜 물도 잘 안 마시고 촬영 전에 입으로 숨을 많이 쉬었다. 입안이 메말라서, 목소리를 내뱉었을 때 나오는 갈라짐을 표현하기 위해. 그래서 팀원들과 최대한 멀어져 있고 말도 잘 못 붙이게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굉장히 많이 가지려 했다"라고 놀라운 디테일을 자랑했다.

결국 실제 간호사들에게도 인정받은 박보영이다. 그는 "간호사 친구가 있는데 '우리 병원에선 네가 가장 간호사처럼 보인다는 칭찬이 많다'라는 얘기를 톡으로 받았다"라며 기뻐했다.

박보영은 "'정신병동'은 정말 공들이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 정신질환 표현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진짜 매번 다 공을 들였다. 그래서 이번 촬영은 몸도 당연히 힘들었지만 특히 심적으로도 힘들었다"라고 고충을 전했다.

또한 그는 "다은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담을 받으며 좋았던 건 '칭찬 일기'를 쓰게 된 거다. 저 또한 다은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취향은 잘 아는데 스스로는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편이었다. 좋아하는 게 1개 남았음에도 친구에게 양보하던 다은처럼 그랬다. 그런 점이 비슷한데 칭찬 일기를 써보니 정말 도움이 되더라. 처음엔 칭찬할 게 있어야 쓰지 했는데 드라마에서 '쪼그라들지 않은 나'를 칭찬한 것처럼 '늦지 않은 나, 끼니 거르지 않고 챙긴 나 칭찬해' 소소하게 다 적으니까 자존감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주변에도 많이 추천하고 있다"라고 '정신병동'으로 얻은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다.

"정다은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라는 질문엔 "다은이가 살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 번 성장을 했기 때문에 좀 더 성숙해진 다은이 될 거라 믿는다. 앞으로 간호사 일을 하는 다은이는 조금 덜 상처받고, 조금 덜 힘들어하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저는 다은이가 잘 살아갈 거라 생각한다"라는 따뜻한 말을 건넸다.

'정신병동'에 대해선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 드라마는 희망 차고, 희망을 드리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너무 희망을 드린다기보다, 그런 미래만 있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침이 언젠가는 오니까,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더라도 '뻔한 희망'이라는 게 나온다는 걸 말하는 드라마다. 이 뻔한 희망을 위해서 저희도  버티고 있는 것이고, 간호사분들도 도와주려 하는 것이라고. 당장은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뻔한 희망을 위해 좀 더 버텨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보영은 최근 눈에 띄게 달라진 연기 행보에 대해 짚기도 했다. 그는 "예전엔 너무 밝게만 봐주시고 사랑스럽게 봐주시는 것에 부담이 들기도 했다. '뽀블리'가 감사한데, 어떻게 하면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뽀블리가) 정말 좋다(웃음). 뽀블리도 좋지만 올해가 저한테는 조금 의미 있는 해라는 생각이 든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나오고 '정신병동'이 공개됐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랑스러움을 걷어낸 부분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그래서 제가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을 대중이 조금씩 받아주고 계시는구나 느낀 해인 거 같다. 39세가 되면 또 다른 기분이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나이 드는 걸 반기고 있고 잘 보내주고 있는 거 같다"라고 밝혔다.

17년째 지치지 않고 롱런할 수 있던 비결을 묻는 말엔 "제가 살면서 힘들었던 건 거의 다 직업 관련 일 때문이라, 직업을 배제한 저의 삶을 키우는 게 내 정신건강에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형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조카들 데리고 놀러를 많이 다닌다든지, 같은 일을 하지 않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면서 리프레시 하려 한다. 일할 땐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쳇바퀴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저만의 방법이라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무려 10년째 어린이병원에서 봉사활동에 임하는 것도 멘털 관리 방법 중 하나라고. 박보영은 "햇수로 10년이지만 간 날로 치면 많지 않다"라고 겸손하게 얘기하면서 "봉사활동도 제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부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사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 같다고. 열심히 일하다가 쉬는 기간이 되면 아무것도 안 하는 날들을 보내니까, '난 뭔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근데 봉사활동을 가면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쉴 때 뭔가 쓸 만한 사람이 되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 마음이 맞는 건지, 주변 선생님들께 상담을 하기도 했는데 나쁜 마음은 아니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꾸준히 갈 수 있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더불어 박보영은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이 다양한 사람이 돼야 하니까 6~7개월 동안 준비 과정을 갖는다. 이걸 준비하면서 느끼는 중압감, 책임감 그게 반복이 되면서 내가 이걸 소화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라고 연기자로서 고충을 토로했다. 

러블리의 대명사, '뽀블리' 이미지로 인한 고충은 없을까. 그는 "예전에 제 친구가 저한테 '너 불쌍하다'라고 한 적이 있다. 제가 친구에게 힘든 얘기를 하다가도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겐 한껏 밝은 톤으로 돌변해 주문을 하니까. 실제로 밝은 이미지 때문에 웃으며 주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각보다 그렇지 않네' 말씀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서 그랬다. 그래서 친구가 '너 왜 그래? 너는 지금 기분이 안 좋은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 하며 좀 충격을 받은 거다. 과거엔 신경이 쓰였지만, 좀 성장하면서는 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요즘엔 애써 밝게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박보영은 "예전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었는데 요즘엔 정말 많이 달라졌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워낙 많은 일을 겪다 보면 사람이 그렇게 되는 것 같다(웃음). 제가 좋아하는 말이 '그럴 수도 있지'다. '망한 상황은 아니잖아?' 그런 말도 많이 하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수습할 수 있는 방향이 있냐, 없냐 먼저 따지고 혹여 없더라도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긴다.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더라"라고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끝으로 박보영은 "앞으로도 길을 잃지 않고 제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잘 갔으면 좋겠다. 다른 데로 새지 않고. 예전엔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욕심을 많이 내지 않으려 한다. 타이밍이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꾸준히 걸어온 것처럼 걸어오다 보면 상황에 맞는 작품을 만날 텐데, 이를 놓치지 않고 잘 받아서 해냈으면 좋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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