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엔진은 美·착륙장치는 佛 업체서 조달… 터보프롭 항공기 만드는 ATR
“울릉도 등 섬에는 터보프롭 항공기 적합”
지난 8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도시 툴루즈에 위치한 ATR 최종 조립 공장. 이날 공장에서는 세계적인 특송 회사 페덱스(Fedex)의 화물기, 인도 인디고항공 및 대만 만다린 항공의 항공기 등 23대의 항공기가 제작되고 있었다. 아프리카 회사인 리즈 항공(Liz aviation)이 주문한 항공기는 다음 주 인도를 앞두고 있었다. 이탈리아 항공기 좌석 전문 업체인 Geven(지벤)사의 의자도 수십 상자 놓여 있었다.
ATR은 항공기 제작사인 프랑스의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대표 방산기업 레오나르도가 지분을 반씩 가진 터보프롭(turboprop) 항공기 전문 제작사다. 터보프롭은 항공기의 프로펠러를 돌려 추력을 얻는 가스 터빈 엔진의 종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트엔진으로 추진되는 제트기가 익숙하지만 인도네시아나 일본 등 섬이 많은 국가에서는 터보프롭 항공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ATR은 1981년 설립된 이래 항공기 1800대 이상을 제작했다.
항공기 한 대의 제작 기간은 총 1년 3~4개월이다. 이곳에서는 3~4개월 정도 최종 공정이 진행된다. ATR 항공기의 날개는 에어버스, 동체는 레오나르도가 만든다. 엔진은 미국의 프렛 앤 휘트니(Pratt & Whitney) 캐나다 법인, 랜딩기어(착륙장치)는 프랑스 사프란(Safran Landing Systems)에서 제작된다.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부품은 ATR 조립 공장의 A라인으로 모인다. 엔진의 경우 부품만 배달돼 이곳의 엔진 숍(Shop)에서 조립된다.
A라인(Line A)에서는 약 6일간 전반적인 항공기 모양을 갖추고 이후 B라인(Line B)으로 넘어간다. B라인에서는 내부 좌석과 오버헤드빈(Overhead Bin·기내수화물칸) 등을 배치하고 툴루즈 블라냑 공항 인근에 있는 페인트 숍에서 외부 도색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인수 센터(Delivery center)로 옮겨 고객과 마지막 검수를 마치고 잔금을 받는다.
조립공장 한편에 있는 P-21 구역에서는 엔지니어들이 ATR의 차세대 항공기인 42-600S를 개발 중이었다. 이 모델은 방향타(Ludder·러더) 크기를 키워 더 짧은 활주로(800m)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다. ATR은 2025년까지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ATR은 터보프롭 항공기가 울릉도, 백령도 등 섬과 지방 신공항을 거점으로 한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터보프롭은 짧은 활주로와 주행거리가 특징이다. 현재 울릉공항 도입을 노리는 ATR 72-600 항공기는 78인승으로 최소 1315m 길이의 활주로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다. 이는 대형공항 활주로(3600m)의 3 분의 1 수준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울릉공항 활주로 재설계에 나서며 다른 경쟁업체도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브라질의 엠브레어(Embraer)다. 엠브레어는 제트기인 E190-E2 모델은 날개폭이 24m로 넓어 활주로 폭이 모자랄 것으로 우려됐으나 국토부는 울릉공항 활주로 길이와 폭을 기존 1200m·140m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ATR은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소형 항공사들은 저속에서 연료 효율이 좋은 터보프롭 항공기를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ATR은 72-600이 E190-E2 대비 좌석 1칸당 운영비가 10% 절감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4400톤(t)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ATR은 2030년까지 한국 시장에 터보프롭 항공기 25대를 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지방 공항 수요가 많지 않고 신공항에 취항할 항공사가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은 변수다. ATR은 기존 고객이었던 하이에어와 신생항공사 섬에어(SUM air)가 주요 고객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하이에어는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섬에어는 이제 막 설립된 항공사다.
알렉시스 비달 ATR 커머셜부문 수석 부사장은 “국토부, 지방자치단체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며 “KTX가 다니지 않는 동서 지역을 잇는 운항편을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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