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세계 최고 쇠고기를 못먹는 이유...‘정치인’ 잘 뽑아야 [김기정의 와인클럽]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3. 11.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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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의 와인클럽 24- 정치인과 와인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 트로피를 수상한 아르헨티나의 축구 대통령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아르헨티나’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축구와 축구 대통령 ‘리오넬 메시’일 겁니다. 미식가들은 아르헨티나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쇠고기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왜 아르헨티나 쇠고기를 먹을 수 없는지 아시나요? 한국서 근무했던 한 아르헨티나인이 이 질문을 저에게 던졌습니다. 그는 본국 아르헨티나의 정치혼란과 정부의 ‘무능’을 꼽았습니다.

남미 와이너리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 마다 부자나라 아르헨티나의 몰락에 대해 안타까운 얘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오는 19일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치러집니다. 이번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정치인과 와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쇠고기는 마음껏 먹게 해주겠다고 집권했는데...물가상승률 138%
아르헨티나 쇠고기 공장 모습. 연합뉴스
쇠고기는 아르헨티나의 국민 음식입니다. 한국인의 ‘김치’ 같은 느낌입니다. 아르헨티나의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아르헨티나 국민이 쇠고기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현 아르헨티나 정부는 “쇠고기는 마음껏 먹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집권했습니다. 그런데 쇠고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민심이 요동치자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지난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국민이 선호하는 ‘갈비’ 등 쇠고기 7개 부위의 수출을 2023년 12월까지 금지합니다. 자국 내 쇠고기 수급 안정을 위해 2021년의 쇠고기 수출제한 조치를 2년 더 연장한겁니다. 경제가 악순환에 빠질수 밖에 없습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10월 현재 133%입니다. 연간 물가상승률도 138%에 달합니다. 국민 10명 중 4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현주소입니다.

2차 세계 대전 후 페론주의의 등장
후안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 페론주의는 아르헨티나 정치의 한 축이다.
남미의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지금처럼 가난한 나라가 된 원인을 ‘좌파 포퓰리즘’에서 찾는 분석이 국내 언론에 많이 소개됐습니다.

1810년 스페인으로 부터 독립한 아르헨티나는 쇠고기 등 농축산물 수출을 바탕으로 세계 5대부국까지 오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바꾸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후안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입니다. 페론은 외국자본 배제, 기간산업 국유화, 복지확대, 임금인상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를 ‘페론주의’라고 부릅니다.

후안 페론 이후 페론파와 반페론파간 정쟁과 연이은 쿠테타, 신자유주의로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계속된 정치불안이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망가뜨린겁니다.

페론에 재산몰수 당한 벰버그 가문의 귀환
영화 에비타에서 에바 페론 역을 맡은 마돈나가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부르는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영화 ‘에비타’(Evita)를 기억하시나요?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후안 페론의 부인 에바 페론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영화인데요. 에바 페론의 별칭이 에비타입니다. 에바 페론 역할을 맡은 가수 마돈나가 부른 노래 Don’t cry for me Argentina(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가 인상적입니다.

1946년 후안 페론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다음 해 대통령 부인 에바 페론이 유럽여행을 떠나는데 여기서 일명 토마타조(Tomatazo·토마토로 때리기)라 불리는 토마토 투척사건이 벌어집니다.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벰버그 가문의 와인을 소개한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후안 페론에게 재산을 몰수 당하기 전까지 아르헨티나 최고 부자였던 오토 벰버그.
에바 페론을 향한 토마토 투척 사건의 배경에도 재벌을 해체하고 산업을 국유화한 페론주의가 역할을 했습니다. 노동자 계급의 불만을 등에 업은 후안 페론은 재벌들의 재산을 몰수해 국유화하며 국민의 인기를 얻습니다. 재산을 몰수당한 재벌 중에는 당시 아르헨티나 최대 부자였던 벰버그 가문도 있었습니다.

벰버그 가문은 독점적 지위에 가까웠던 맥주 사업으로 큰돈을 번 뒤 목화, 유제품, 전력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부를 축적합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경찰은 1944년 벰버그 집안의 가장인 오토 벰버그의 57세 생일날 벰버그 가문을 덮치고 재산을 몰수합니다.

재벌과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했나요. 아르헨티나도 사정은 비슷했던 모양입니다. 벰버그 가문은 아르헨티나 국내 재산은 몰수 당했지만 해외에도 상당한 재산을 두었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에 기반한 자산운용사를 보유하며 다시 부를 키웁니다.

오토 벰버그의 7대손들이 운영하는 기업이 2010년 아르헨티나 최대 와인그룹인 페냐플로(Grupo Penaflo)를 인수하면서 벰버그 가문은 아르헨티나 와인사업에 뛰어듭니다. 아르헨티나의 대표 와인 트라피체(Trapiche)가 페냐플로에 속해 있습니다.

밸런스 게임, 경제위기 책임 집권당 후보 vs.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페론주의를 표방하는 집권당 후보 세르히오 마사. 연합뉴스
지금도 아르헨티나 정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페론주의입니다. 올해 대선의 집권당 후보는 페론주의를 표방하는 좌파 세르히오 마사(51) 입니다. 상대는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입니다. 밀레이 후보는 경제학자 출신입니다. 정부여당의 경제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주목받았습니다. 현 정권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뿐 아니라, 친 시장·친 기업 경제정책도 함께 비판해 사실상 ‘모두까기‘ 전략이란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 연합뉴스
선거 초반엔 예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경제위기 책임론으로 집권당 후보가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선 예상을 깨고 집권당 후보가 1등을 차지합니다.

아르헨티나는 대통령 선거에선 45% 이상 지지를 얻거나 40% 이상의 지지를 받고 2위와 격차가 10%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당선이 확정되는데, 1차 투표에선 여기에 해당하는 후보가 없어 1, 2위 후보가 19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습니다.

여기에 방탄소년단(BTS) 팬덤까지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밀레이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빅토리아 비야루엘이 과거 “BTS는 성병 이름 같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 아르헨티나 현지 BTS팬들을 팬심을 자극했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경제를 망친 집권당의 후보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중 대통령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래저래 선택이 어려운 밸런스 게임 같습니다.

이혼 합의금로 받은 포도밭, 소송 변호사에게
칠레 ‘타라파카’ 와이너리가 위치한 마이포 밸리.
칠레의 타라파카(Tarapaca) 와인도 칠레 대통령과 관련한 독특한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타라파카는 칠레 최북단에 위치한 지명입니다. 타라파카 와이너리는 칠레 중부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 위치합니다. 지리적으로는 와인 이름과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

타라파카 와인은 1874년 설립돼, 내년 150주년을 맞습니다.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한 곳입니다. 설립자는 당대의 유명 와인메이커로 와이너리 이름은 비냐 데 로하스(Vina de Rojas)였습니다. 이후 안토니오 사발라로 소유주가 바뀌면서 비냐 사발라(Vina Zavala)가 됩니다. 사발라가 이혼하면서 부인 메르세데스 울로아(Mercedes Ulloa)에게 와이너리를 주는데 부인은 전 남편의 이름을 와이너리 이름으로 계속 쓰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울로아는 기존 와이너리 이름 앞에 자신의 이혼소송을 맡았던 변호사의 별명 ‘타라파카’를 넣습니다.

메르세데스 울로아(오른쪽와 그녀의 이혼소송 변호사였던 아르투로 알렉산드리 팔마.
칠례 화폐에 그려진 아르투로 알렉산드리 팔마의 초상화. 그는 ‘타라파카의 사자’라 불리는 정치인으로 칠레 대통령을 두 번 역임했다.
이 변호사가 바로 칠레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을 역임한 정치인 아르투로 알렉산드리 팔마입니다. 그는 타라파카 지역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강렬한 연설로 ‘타라파카의 사자’(The Lion of Tarapaca)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결국 대통령이 됩니다. 칠레 화폐 중 50칠레 에스쿠도(Escudo)에 등장할 정도로 칠레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2008년 타라파카 와인은 ‘1865’와인으로 유명한 비냐 산페드로(VSP)와 합쳐지면서 VSPT와인그룹에 속하게 됩니다. ‘T’가 타라파카의 T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칠레 타라파카 와이너리 관계자가 타라파카 와인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 미국 트럼프 와인 인기끌까
미국 버지니아주 트럼프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트럼프 와인
정치인과 와인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업가시절인 2011년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와이너리를 인수합니다. 운영은 아들 에릭 트럼프가 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 이름을 ‘트럼프’라고 지었습니다. 2017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트럼프 와인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트럼프 와인은 한국에도 수입됐습니다.

내년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격돌이 유력시 되고 있습니다. 양자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swing state)’ 여론조사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부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와인의 인기가 함께 올라갈 지 궁금합니다.

한국도 이미 총선 정국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내년 총선과 관련한 정치뉴스가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의원 선거는 2024년 4월10일에 예정돼 있습니다. 정말 잘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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