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는 부모 된 듯”…놀이터 앞에서 멈춰 선 장애 부모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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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규진군이 놀이터에서 이리저리 뛰었다.
그러나 전동휠체어를 타는 모경훈(47·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회장)씨는 번번이 놀이터 펜스와 바닥, 계단 등에 막힐 수밖에 없었다.
모씨는 "단지 인근 놀이터 6곳이 다 이렇다 보니, 9살 딸이 부모 노릇을 대신해 같이 놀아주고, 넘어진 동생을 일으켜준다"며 "주변 부모들은 딸이 '성숙하다'고 하지만, 저희 부부의 장애 때문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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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빨리 달리나 대결하자!”
3살 규진군이 놀이터에서 이리저리 뛰었다. 그러나 전동휠체어를 타는 모경훈(47·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회장)씨는 번번이 놀이터 펜스와 바닥, 계단 등에 막힐 수밖에 없었다. 모씨는 “단지 인근 놀이터 6곳이 다 이렇다 보니, 9살 딸이 부모 노릇을 대신해 같이 놀아주고, 넘어진 동생을 일으켜준다”며 “주변 부모들은 딸이 ‘성숙하다’고 하지만, 저희 부부의 장애 때문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지난 7일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난 모씨는 장애 부모에게 ‘문턱’이 되는 놀이터에 대해 말했다. 특히 얼마 전 아파트 놀이터에서 규진군이 그네에 부딪쳐 넘어졌을 때는 아찔했다. 그는 깜짝 놀라 휠체어를 타고 아이에게 달려갔지만, 그네를 빙 둘러싼 펜스 때문에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딸 은서양이 규진군을 펜스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야 모씨는 아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펜스는 평소 아이들이 움직이는 그네에 뛰어들었다가 다칠까 봐 설치된 것이지만, 아이가 넘어져도 펜스를 뛰어넘어 갈 수 없는 모씨에겐 가혹한 안전시설이었다.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약간의 빈 공간조차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씨는 “놀이터가 휠체어로 접근이 어려워 장애를 가진 부모로서 돌봐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에게 늘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턱이나 난간 때문에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게 제 잘못은 아닌데도 자유롭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다른 비장애인 부모들을 보면 제가 떳떳하지 못한, 자격 없는 부모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내 키즈카페도 이들에겐 높은 벽이다.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박현(48)씨는 2021년 2살 아들과 함께 간 노원구 한 키즈카페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아이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깔아둔 장판에 휠체어가 들어오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애초에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통로도 없었다. 박씨는 “최소한 아이가 잘 놀고 있는지 지켜볼 수 있어야 하는데, 굉장히 차별적이라고 느낀다”고 했다.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접근 가능한 실내외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국내에 실내외 놀이터에 대한 접근성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합놀이터 만들기 네트워크’가 올해 초 자체 조사를 한 결과, 전국 어린이놀이시설 8만704개 중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29곳에 불과했다. 맹기돈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놀이터는 ‘놀이성’에 집중하고, 장애 아동 및 부모가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에는 소홀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에 실내외 놀이시설에 대한 접근성 보장 조항을 넣고, 국외처럼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공공에서 제시하자고 제안한다. 미국은 장애인법(ADA)에 놀이터 내 높낮이가 있는 놀이기구에 비례해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턱이 없는 회전 놀이기구’와 같은 지면 설치 놀이기구를 일정 비율로 설치하도록 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실내외 놀이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규제 담당이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담당 부처를 일원화하고, 공공을 중심으로 표준적인 통합놀이터 모델을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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