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행정의 수부도시" 안산시, 이민청 유치 나선다

문영호 기자 2023. 11. 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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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종합행정타운 10개 행정기관 집중…40개 외국인 커뮤니티
연 350만명 외국인 지원 인프라 찾아 단원구 원곡동 방문
유럽평의회, 안산시 다문화수용성 세계 4위 평가
시, 이민청 유치로…"대한민국 이민정책의 표준 수립하겠다"
초등학교 감소 막고, 유학생 등 우수 외국 인력의 산업 참여 확대
안산시청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경기 안산시가 이민청 유치에 나섰다.

1977년 반월 신공업도시 조성을 시작으로 수십년 간에 걸쳐 만들어진 안산의 탄탄한 외국인 지원 인프라와 이에 수반된 외국인 행정수요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안산시는 이미 외국인 행정의 수부(首府)도시라는 게 골자다.

12일 안산시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말 2023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민청 설립 필요성을 보고했다. 이어 지난 9월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이민청 설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법적 준비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시는 중앙정부의 이같은 발표를 토대로 이민청 안산시 유치 추진에 본격 나선다. 안산시가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각종 외국인 관련 정책과 외국인 지원 인프라를 내세우고 있다.

안산시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시 지역에는 전국 지방지방자치단체에서는 유일하게 외국인주민지원본부가 운영되고 있다. 본부와 함께 10개의 외국인 관련 행정기관 10곳이 입주해 탄탄한 외국인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단원구 원곡동 외국인종합행정타운 안에 입지한 외국인주민지원본부는 외국인 주민에게도 내국인 주민과 동일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시민과 외국인이 더불어 잘 사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안산시가 만든 행정조직이다. 1본부2과6팀으로 구성돼 한국어 교육, 통역지원, 상담지원, 의료 및 법률서비스, 문화 체육활동 등 다양한 외국인주민 정책을 추진하고 외국인주민을 지원하고 있다. 본부장은 서기관으로 시 국장급이다.

외국인종합행정타운 내에는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외에도 다문화 이주민플러스센터 등 10개의 외국인 행정기관과 40개의 외국인주민커뮤니티가 있다. 외국인들은 사실상 이곳에서 장을 보기 위해 마트를 찾는 일 외의 모든 일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문화 이주민플러스센터는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융합외국인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외국인들은 법무부 소관인 비자변경 등의 업무를 볼 수 있고, 바로 옆 부스로 옮겨 고용노동부에 고용허가 등록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외국인 진료센터, 다문화도서관, 세계문화체험관, 글로벌청소년센터, 경기도 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자리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체류허가와 고용허가서 발급, 인권상담 등을 위해 여러 곳에 분산된 기관들을 찾느라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특히 행정타운 안에는 다양한 외국인주민커뮤니티가 있다. 한국다문화협회, 안산외국인노동자의집, 귀한동포연합회, 대한고려인협회, 뉴라이프네팔교회, 사단법인손에손잡고 등 40개에 달한다. 자국의 문화와 취미에 따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으로 가면 답이 보인다."

탄탄한 외국인 행정 지원 인프라를 대변하는, 외국인들 사이에 오가는 말이다. 이같은 입소문에 힘입어 안산, 특히 원곡동에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22년 한 해동안 연간 350만명이 안산 원곡동 외국인 특구를 방문했다. 같은 해 행정타운에 입주한 기관별 상담 건수를 살펴보면 다문화가족센터에는 한국사회 적응을 도와달라며 4만6391명이 방문했고,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에는 통역이나 근로, 임금체불 등의 상담을 받기 위해 3만7457명이 방문했다. 글로벌청소년센터에는 4만4892명의 중도입국 청소년이 문을 두드렸고, 체류허가와 고용허가서 발급 등을 위해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를 방문한 외국인이 4만8697명,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받기 위해 고려인문화센터를 찾은 외국인도 3만4990명에 달한다.

이같은 외국인 행정지원 인프라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안산시는 행정수도로 여겨진다. 더 나은 일자리·행정·문화 서비스를 찾아 국내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듯 외국인들은 안산시, 특히 원곡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2022년 11월 기준 안산시 외국인 인구는 10만 1850명(안산시 인구의 14%)이다. 외국인 인구로는 전국 1위다. 118개 국적의 외국인이 안산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원곡동은 전체 주민의 82%가 외국인이다. 안산시가 '세계' 그 자체다.

시는 다문화 국제포럼, 다문화 국제 심포지엄, 유럽평의회 세계 상호문화도시 가입, 세계 대사관과의 교류협력 강화 등 국제무대를 상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유럽평의회로부터 상호문화도시로 선정받으면서 안산시의 다양한 문화 수용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유럽평의회는 안산시의 문화 수용성을 오슬로(노르웨이), 코펜하겐(덴마크), 더블린(아일랜드)에 이어 세계 4위로 평가했다. 실제 2021년 안산시사회조사결과서를 보면 지난 2015년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은 48.1에서 2021년 32.5로 대폭 줄었다. 주요국 대사관과 정책기관 관계자 등 1300여 명이 자국민의 한국생활과 대한민국의 지원제도를 살피기 위해 여타 도시를 뒤로하고 안산을 찾은 이유다.

급증하는 외국인 행정 수요로 필요한 예산도 늘어나고 있다. 시는 이 또한 감내하고 있다. 2022년도 기준 안산시가 사용한 외국인 관련 예산은 170억원, 이 중 134억원(79%)은 오롯이 안산시 자체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시작한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 외국인 교육과 외국인 행정타운 운영, 60명에 이르는 외국인 전담 공무원 채용 등이다.

안산시는 '안산의 길이 대한민국의 길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민청 유치를 추진한다. 대한민국 이민정책의 테스트 베드를 자처하고, 이민정책의 표준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결혼 이민과 외국인 아동정책, 국가 제조업 우수인력 유치, 유학생-지역산업 연계, 산업전반에 걸친 외국인 사업자 참여 모델 구축을 내세웠다.

우선, 결혼 이민과 외국인 아동정책은 시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부분이다. 출생아 감소와 이에 따른 초등학생 감소의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시는 결혼 이민정책으로 초등학교 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안산지역 전체 학생은 2015년 9만6097명에서 2020년 7만1282명으로 25%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주민 자녀는 716명에서 2611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초등학생은 547명에서 1786명으로 227% 증가했다.

시는 국가 제조업 우수인력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등 안산지역 1만1497개 업체에는 15만2244명(2023년 4월 기준)이 근무중이다. 이중 외국인 근로자는 전체의 13% 수준으로 국가 전통 제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는 앞으로 해외 우수 기술인력 비자 특례 등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민청 유치가 기폭제가 될 거란 게 시의 설명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많다는 것도 안산시의 강점이다. 안산시 소재 4개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신안산대학교는 대학발전 1호 정책으로 유학생 3000명 유치를 발표했고,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는 유학생 동문회를 구성해 운영중이다. 2018년 1005명이던 외국인 유학생은 2022년 3059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시는 지역 첨단산업 등과 연계해 법무부 유학생 취업언계 비자 제도를 시험추진해 지역 내 우수기업 취업과 정착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는 이같은 외국인 인력 확충으로 사업자로서의 외국인들의 사회참여를 사업 전분야에 걸쳐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7년 안산지역 외국인 등록사업자는 1380명이었지만 2020년 2019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주요 종사분야는 사업시설관리, 건설업, 제조업 등에 국한돼 있었지만 이민청 유치를 통해 산업 전반에 걸쳐 외국인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청 유치를 시의 목표로 설정한 안산시는 오는 14일 '이민사회의 진입,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안산의 대응'이란 주제로 300인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를 시작으로 이민청 유치 서명운동, 25개 동을 찾아가는 시민 설명회 등을 이어가며 법무부 이민청 설립 추진과 안산시 유치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할 계획이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안산은 외국인 인력을 기반으로 국가 외국인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할 수 있는 도시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시민들의 다문화 수용성은 이민정책에 대한 내·외국인간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과 미래비전 제시에 가장 적합한 도시임을 입증한다"며 "국가의 인구문제를 안산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시민과 함께 수행하겠다. 안산을 대한민국의 이민정책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민청 유치를 내실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an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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