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의 두 가지 오판, KT는 왜 벼랑 끝에 몰렸나 [KS 포커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T는 왜 허무하게 벼랑 끝에 몰리게 된 것일까.
KT 위즈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기회가 날아갈 위기다. 2021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강팀 반열에 오른 KT. 올 정규시즌 꼴찌에서 2위까지 올라오는 기적을 연출했다. 선발이 워낙 강하고, 정규시즌 종료 후 거의 3주를 쉬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4차전까지 치른 현재,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1차전을 이겼을 때 우승 확률은 74.4%였다. 하지만 이후 3연패를 하니 우승 확률은 이제 6%로 떨어지고 말았다.
잘싸웠다. 하지만 이런 큰 경기, 단기전에서는 내용은 의미가 없다. 남는 건 오직 결과 뿐이다. 그래서 이강철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불펜 운용. KT와 이 감독은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신데렐라' 손동현을 발굴해냈다. 이번 시즌 필승조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는데, 큰 경기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투구를 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컨디션, 구위를 보고 과감한 선택을 한 이 감독은 역시 투수 전문가라는 얘기가 나왔다.
문제는 필승조가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마무리 김재윤 앞에 손동현, 박영현 단 2명의 필승조로만 경기를 운영했다. 두 사람의 구위가 가장 좋고,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선발진이 워낙 좋으니, 선발투수들이 6이닝을 책임진다고 가정하면 7회와 8회 2명의 투수만 필요하다는 결론이 난다.
그런데 플레이오프를 5경기나 한 게 화근이었다. 손동현 5경기, 박영현 4경기를 던졌다.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는 두 사람이 날아다녔다. 그런데 2차전부터 구위가 확 떨어지는 게 보였다. 아무리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이라도, 연투에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믿었던 박영현이 박동원에게 초구 체인지업을 던지다 충격의 홈런을 맞았다. 홈런도 홈런이지만, 선두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준 게 문제였다. 직구에 힘이 없으니, 어설픈 변화구 승부를 벌이다 출루를 허용했다. 위기를 허용한 것은 물론이고, 상대에 패를 보여준 격이 되고 말았다. 평소 때였으면 거의 직구 위주 승부를 하는 박영현이었다. 박동원이 변화구를 노리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을 준 것이다.
2차전까지는 괜찮았지만, 하루를 쉬었다는 계산으로 3차전 손동현을 또 밀어붙인 게 화근이 됐다. 또 박동원에게 결정적 홈런을 맞았다. 이상동, 김영현 등 다른 선수들까지 활용폭을 넓혀야 했었다. 어쩔 수 없이 내보낸 이상동이 3차전 호투를 한 게 KT에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 LG도 함덕주, 김진성, 정우영 등 불펜 투수들 구위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플랜대로 그들을 기용했다. 경기를 보며 컨디션이 좋은 유영찬을 조금 더 쓰는 정도가 승부수였다.
이 감독의 '2인 필승조' 플랜은 실패가 예정된 작전이었다. 두 사람을 떠나, 다른 선수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 자신들을 믿지 못한다는 생각에, 경기를 의욕적으로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정규시즌 종료 후 손동현, 이상동, 김영현 등을 언급하며 "제2의 박영현"을 만들겠다고 했던 이 감독이었다.
4번 박병호 고집도 짚고 남어가야 할 부분이다. 박병호는 플레이오프부터 5경기 타율 2할로 부진했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는 2경기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다. 저조한 성적을 떠나, 공을 맞히기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박병호 타순에서 무산된 찬스가 여러 번 있었는데, 특히 3차전 1회 1사 1, 2루 찬스 병살타가 아쉬웠다. 초반 LG 선발 임찬규를 무너뜨릴 기회였다. 선취점이 났다면 KT 선발 벤자민이 부담을 덜고 경기를 끌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3차전을 중계한 '타격 달인'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박병호가 첫 두 타석 병살타와 플라이로 물러나자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포스트시즌 내내 박병호를 4번으로 밀고나갔다.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이 감독의 믿음에 박병호가 응답하기도 했다. 3차전 막판 결승포가 될 수 있는 천금의 투런포를 때린 것. 하지만 경기를 역전패 해버리니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냉철해야 했다. 그 홈런은 박병호가 잘쳤다기 보다, LG 배터리의 실수였다. 2B2S 상황서 변화구만 던지면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데, 고집스럽게 직구 승부를 했다. 5개가 다 직구였다.
이 홈런으로 부활했다며, 4차전 역시 4번으로 밀고나갔다. 그러나 홈런은 '일장춘몽'이었다. 첫 두 타석 삼진이었다. 4차전을 해설한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4번타자가 중심에서 역할을 해주지 못하니, 팀 타선 전체의 위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KT는 장성우, 황재균 등 임시로 4번 역할을 대체할 타자들이 충분히 있었다.
컨디션이 안좋은 영향인지, 아니면 상대가 '애증'의 친정 LG라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이유인지 부진의 원인은 정확히 진단할 수 없다. 하지만 '로또' 한 방을 기대하고 '박병호 4번'을 포기하지 못한 결과가 결국 이렇게 나오고 말았다.
아직 시리즈가 끝난 건 아니다. 포기할 상황도 아니다. 남은 3경기를 다 이긴다면 우승할 수 있다. 하지만 LG의 기세가 너무 좋다. KT 선수들은 4차전 마치 포기한 듯한 인상을 줬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건 이 감독의 과감한 용병술, 작전이다. 과연, 이 감독은 운명의 5차전 어떤 선택을 할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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