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 먹으면 정말 아토피 생길까
FDA·WHO·식약처 등 "MSG는 완전히 무해해"
최근엔 MSG가 소·닭 살리는 '착한 소비'로 각광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계절처럼 돌아오는 MSG 논란
최근 한 식품 대기업의 신제품 라면 출시 행사장에 방문했습니다. 회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좋은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셨죠. 그러면서 한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막내딸이 MSG가 들어 있는 라면을 먹고 아토피가 생겨, 어린아이도 먹을 수 있는, MSG 없는 라면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셨다는 겁니다.
몸에 좋은 라면, 건강한 재료로 만든 라면을 강조하는 거야 당연하다지만, 아직도 MSG 이야기라니. 잠깐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식품 대기업의 회장님도 이럴진대, 많은 소비자들도 아직 'MSG=먹으면 안 되는 물질'이라는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 것 같더군요.
사실 MSG 논란은 1, 2년 된 이야기가 아니죠. 해외에서는 198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1990년대부터 MSG의 유해성을 놓고 많은 이야기와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현재까지도 MSG를 둘러싼 의견은 팽팽합니다.
그러다보니 왜 식품업계에서는 이런 논란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MSG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다뤄볼까 합니다. MSG 라면, 먹어도 될까요?
40년 전부터 "안전" 했는데
이제 MSG가 화학조미료냐 아니냐 하는 논쟁은 어느 정도 끝났습니다. MSG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드는 조미료라는 건 알 수 있습니다. 단지, '그럼에도 몸에 안 좋을 것'이라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주장이 있을 뿐입니다.
MSG의 무해성은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거의 40년 전인 1985년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 첨가물"이라고 결론냈습니다. FDA가 MSG와 같은 안전등급으로 놓은 원료는 소금, 후추, 베이킹파우더 등입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010년 "일일 섭취 허용량에 제한이 없는 안전한 물질"로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생겨버린 '화학 조미료'라는 이미지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엔 LG화학이 "MSG는 화학 조미료"라는 마케팅을 펼쳤고 2000년대 들어서는 '착한 식당'을 선정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MSG 사용 여부를 착한 식당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또 한 차례 논란이 됐죠.
MSG 하면 생각나는 라면 역시 이런 시기를 겪으며 거의 모든 제품에서 MSG가 퇴출되기도 했습니다. 삼양식품이 2006년 12월, 업계 최초로 라면에서 MSG를 뺐고 농심과 오뚜기도 이듬해 초부터 MSG를 뺀 라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MSG 논란이 수십년 된 레시피를 바꾼 셈입니다.
2000년대 들어 등장한 3세대 조미료들도 MSG의 설 자리를 좁혔습니다. 이들은 소고기나 닭고기, 채소 등을 직접 갈거나 우려낸 '천연 재료'를 사용해 더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MSG의 건강 유해성 이슈가 수그러들자 '프리미엄'으로 전장을 옮겨온 겁니다.
역발상 마케팅…"MSG 넣어서 건강해"
하지만 2010년대 들어 MSG의 이미지가 다시 바뀌기 시작합니다. 건강 관리 이슈가 전 사회적으로 떠올랐고, 특히 나트륨의 과도한 섭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죠. 이와 함께 소량만 사용해도 되는 MSG가 나트륨 섭취를 줄여 줄 수 있는 해결사로 떠올랐습니다.
2010년대 후반 '착한 소비' 트렌드의 급부상도 미원의 가치를 높여줬습니다. 소나 닭 등 동물을 이용한 조미료보다 친환경적인 조미료가 MSG라는 겁니다. 'MSG의 근본' 대상도 2018년 새 미원 광고 '살려줘서 고맙닭', '살려줘서 고맙소'를 론칭하며 MSG 소비가 '착한 소비'임을 강조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대상은 지난 2021년엔 아예 미원을 넣었다고 광고한 '미원라면'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MSG를 뺀 다음에 라면이 맛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패키지부터 '미원'을 이용한 라면으로 정면 돌파에 나선 겁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논란 이후 라면에서 MSG를 뺀 라면 기업들도 수출용 라면에는 대부분 MSG를 넣습니다. 해외에선 국내처럼 MSG에 대한 논란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문제가 없는 MSG 라면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만 문제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겠죠.
물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자 하는 의지가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설탕의 맛이 싫어 올리고당을 쓰는 사람처럼, 개인적으로 MSG의 맛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다만 MSG를 넣지 않으면 건강하고 좋은 음식, MSG를 넣으면 몸에 나쁜 음식이라는 이분법은 이제 좀 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세상에는 MSG보다 먼저 피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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