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받아 겨우 극한호우 대응…눈은 1㎜ 싸움이라 긴장"
"재난문자 확대, 인력 증원 어려워…위험기상 즉각통보체계 마련"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15일부터 겨울 방제를 시작합니다. 비는 여름보다 덜 오겠지만 강수량 1㎜ 싸움이라 긴장하긴 마찬가지예요. 기후변화에 따라 예측 난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청에서 10일 만난 김성묵 예보정책과장은 이같이 말했다.
기상청은 15일부터 내년 3월15일까지 4개월간 겨울 방제에 들어간다. 올해 여름철엔 처음 도입한 '극한 집중호우' 대응으로 바빴다면 겨울은 눈이나 비가 얼어붙는 문제로 도로나 철도, 한파 대응에 집중한다. 3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 상황 속에 맞이하는 겨울 대비에 기상청 예보국은 분주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기상청의 극한호우 대응은 짧은 시간 내 집중적인 준비로 이뤄졌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 시간당 141.5㎜(동작구 신대방동) 하루 만에 381.5㎜(서울)의 비가 내리며 강남역·대치동이 물에 잠기고,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가 침수 참사를 막겠다며 부처별로 내놓은 대책 중 하나다.
기상청은 예보국 주도로 TF를 구성해 극한호우 상황에 대비했다. 우선 극한호우 기준을 마련했고, 통보 지역을 읍·면·동 등 세분화했다. 예측한 내용을 통신사 기지국 단위로 발송할 수 있도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난안전지능화융합센터와 협력도 강화했다.
그러나 인력 확보부터 문제였다. 김 과장은 "12시간씩 주야 교대를 해야 하고, 밤낮이 자꾸 바뀌는 예보국은 기피 부서라 지원자가 없다. 인력이 필요한데 당장 증원은 어려우니 산하기관에 양해를 구하고, 인력 1명씩 파견받았다"고 했다.
다행히 광주와 강원, 전주, 대구 등의 지방청이 인력을 보내면서 극한호우 재난문자 대응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긴급재난문자 전송 지역을 나누는 것도 어려웠다. 기지국은 긴급재난문자를 원형으로 발송하는데 동(洞)의 모양도, 비구름의 형태도 불규칙적이어서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에도 문자가 발송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안전과 불편 사이에서 고민했으나 조금 불편하더라도 단 1명의 안전이라도 놓칠 수 없다는 쪽으로 공감대가 모아졌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시범운영한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은 내년 전국 확대를 앞두고 있다.
기상청은 우선 1시간에 50㎜의 비가 내리면서 3시간에 90㎜ 강수량이 예상될 때, 1시간 강수량이 72㎜의 비가 퍼부을 때 등 규정을 정해놓되 9개 지방기상청에 자율 재량권을 최대한 부여할 계획이다. 산세가 험한 지역이나 빠르게 물이 차올라 고립될 수 있는 지리·주거 환경을 고려해 조금 더 신속한 통보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상청은 겨울에는 폭우에 더불어 폭설 상황에도 대비 중이다. 비는 누적강수량 10㎜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눈은 다르다. 강수량이 1~2㎜만 달라도 쌓이는 양이 1~2㎝씩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향후 위험기상 상황 전반을 국민에게 즉시 통보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예보관 확충과 지속적인 예보관 보수 교육이 절실하다. 다만 현재 인력으로는 해외 기상선진국 등 국외 교육은 고사하고, 내부 교육을 하기에도 인력이 빠듯하다.
김 과장은 여름에 토네이도와 호우, 겨울에 적설을 예측하는 교육을 주기적으로 수행 중인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사례를 들면서 "주간, 야간, 비번 등 약 10명 1개 조에서 1명을 빼서 교육을 보내기에도 힘들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기상청은 극한호우 재난통보를 구상·수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기술 이전도 추진한다. 최근 개최한 '한-아세안(ASEAN) 기상기후 국제개발협력 고위급 회의'도 호우 예측의 발판이 되는 수치예보모델의 국제개발협력(ODA) 일환이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박정민 기상청 예보관은 "표준화한 재난대응 체계를 공유할 경우 전 세계의 롤 모델(본보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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