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열번 고민한 ‘KS 4선발’…김윤식, 가장 결정적일 때 ‘KT 킬러’로 돌아왔다
그 자리의 주인을 놓고는 밖으로 드러난 것보다 ‘고민’이 더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염경엽 LG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 이후 한국시리즈 구상을 비교적 일찍 끝냈다. 베스트 라인업 또한 99% 굳혀놓고 미디어에도 공개했다. 그런데 마음을 100% 주지 못한 자리가 한 곳 있었다.
외국인투수 아담 플럿코의 부상 이탈로 빈공간이 된 선발 한자리를 놓고, LG 벤치에선 생각이 많았다. 좌완 김윤식과 올시즌 선발 변신에 성공한 우완 이정용 중 한명을 쓰는 것이 ‘상수’였지만, 한때는 ‘제3의 카드’도 쳐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정용의 불펜 활용법을 찾는 것 등이 고민의 요지였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던 것으로 들린다.
김윤식은 준비 과정에서는 염 감독이 제시한 기준점을 채우지 못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편차를 보이면서 다른 구종과 시너지 효과에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염 감독이 한국시리즈 직전 주간 훈련 과정서 당초 예정보다 2~3일 서둘러 한국시리즈 4선발을 선발을 확정해 공개한 것은, 팀내 구성원들의 혼선을 최소화려는 의도였다. 김윤식은 최후 평가전이던 4일 청백전 등판 이전에 4선발로 낙점됐다.
LG에서 열번은 고민했을 4선발 선택은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한국시리즈 4선발 김윤식은 4차전까지 등판한 LG 선발 4인 가운데 첫 번째 활약을 했다. 2승1패로 시리즈 주도권을 쥐고 나선 지난 11일 5.2이닝 3삼진 3안타 1실점으로 LG에 이번 시리즈 3번째 승리를 안겼다.
사실, 김윤식은 ‘KT 킬러’였다. 지난해 꾸준히 선발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 김광삼 불펜코치의 전담 지도로 제구가 안정되면서 주무기인 체인지업 ‘피치 터널’까지 견고히 형성되면서 급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9경기에서는 5승1패 평균자책 1.98을 기록하며 국내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 가운데 KT전에는 2차례 등판했는데 12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7안타 무실점으로 평균자책 ‘0’,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83이었다.
어쩌면 지난해 후반기 KT 앞의 김윤식은, 올해 LG가 맞선 KT 선발 웨스 벤자민과 비슷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사령탑으로 투수진에 김윤식을 주저 없이 넣은 것도 지난해 후반기의 강렬함 때문이었다.
김윤식은 이후로 ‘단절의 시간’을 보냈다. 허리 부상 여파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가운데 WBC를 다녀왔고, LG 유니폼을 다시 입고 정규시즌에 접어들어서도 시즌 6승4패 평균자책 4.22로 지난해의 ‘빛’을 다시 뿜어내지 못했다.
김윤식은 경기장에서 간간이 기자와 대화할 때는 “체인지업을 채던 그 느낌이 다시 오지 않는다”며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있다”며 고비를 넘기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윤식은 미로 탈출의 통로를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윤식은 KT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최고 구석 144㎞의 직구를 38구 던지며 20㎞ 이상 전후로 구속 차이를 보이는 체인지업 28구를 던지면서 커브와 슬라이더 등을 섞어 투구수 87개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패스트볼 궤도에서 출발해 타자 앞에서 가라앉는 체인지업이 한창 좋았던 그때와 흡사했다.
참 추운 날, 김윤식은 따뜻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너무 늦지 않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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