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누우면 ‘말똥말똥’… 수면제보다 좋은 불면증 치료법[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
‘고통의 밤’을 보내는 국내 불면증 인구는 약 70만 명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는 2021년 기준 68만4560명이다. 4년 전인 2017년(56만855명)과 비교해 18%나 증가했다. 병원 진료를 받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고 △도중에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려우며 △잠 때문에 우울·과민·짜증을 호소하고 △잠이 모자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며 △이런 증상이 일주일에 3일 이상, 3개월간 지속될 때 진단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불면증이 삶에서 통제력을 잃었다는 불안감과 우울감 등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잠에 집착하게 되고, ‘자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쉽다.
불면증 치료에 흔히들 수면제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수면제나 멜라토닌 성분 등 약물 사용은 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는 잠에 대한 강박적이고 왜곡된 생각(인지)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잘못된 습관(행동)을 바로잡는 인지행동치료가 비약물적 치료로 널리 쓰인다. 약의 도움 없이 ‘꿀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평소 수면에 별문제 없더라도 지금보다 더 푹 잘 수 있다.
억지로 자려다 ‘침대=고통’ 잘못 학습돼
잠이 안 올 땐 억지로 노력하지 말고 과감히 침대 밖으로 나와야 한다. 누운 지 20~30분이 지나도 잠이 안 온다면 침대 밖에서 독서나 명상 등 다른 이완 행동을 하는 게 낫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수면의학센터장)는 “불면증 환자들이 거실 소파에선 TV를 보며 졸다가도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이 깨는 이유도 ‘침대=각성’ 공식이 생긴 탓”이라고 설명했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책, TV,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은 좋지 않다. 특히 흥미진진하거나 불쾌한 콘텐츠를 보면 정서적으로 흥분되므로 ‘침대=각성’ 공식을 강화할 수 있다. 침대에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업무 자료를 보거나, 배우자와 정서적 소모가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수면에 좋지 않다. 시간을 계속 확인하면 초조해질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알람을 맞춘 이후 서랍에 넣어 두는 것을 추천한다.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습관들 |
잠이 안 와도 억지로 자려고 노력한다. 밤에 잘 자지 못한 날은 낮잠을 오래 잔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책을 읽는다. 자기 전에 술이나 카페인(커피, 콜라, 초콜릿)을 섭취한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 |
잠에도 준비 동작이 필요하다
잠자기 직전까지 다른 활동을 활발하게 하다가 잠자리에 눕는다고 갑자기 잠들긴 어렵다. 자는 시간 직전까지 업무 자료를 보거나, 공부하거나, 머리를 쓰는 일을 하면 뇌를 각성시키기 때문에 바로 잠들기 어려워진다. 뇌가 깨어 있으면 정신 활동이 활발해져 긴장도가 높게 유지되고, 복잡한 생각이 떠올라 몸과 마음이 이완되기 어렵다. 따라서 잠들기 1, 2시간 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이완시켜줘야 한다. 단, 자기 직전에 너무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오히려 몸에 체온이 올라 수면에 방해가 된다.
졸리기 전엔 침대에 눕지 않기
졸리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침대에 눕지 않도록 하는 ‘수면 제한법’도 효과적이다. 상당히 졸릴 때까지 기다려서 일부러 약간의 수면 부족을 유발하는 원리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잠자리에 눕는 시간, 실제 잠드는 시간, 기상 시간 등 자신의 수면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 매일 오후 10시부터 침대에 눕지만, 실제 잠드는 시간은 12시라면, 10시가 되더라도 잠이 오기 전에는 침대에 눕지 않도록 습관을 고쳐야 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줄이면, 우리 몸에서는 피곤해서 자고 싶어지는 ‘수면 압력(sleep pressure)’이 높아진다. 수면 압력이 높아지면 누운 이후 잠드는 시간이 단축된다. 이 방법은 언제 잠들었든 기상 시간을 주중, 주말 모두 일정하게 유지해야 효과가 있다.
불면증 환자들은 잠이 안 올까 봐 불안해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자보기 위해 침대에서 깬 채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러면 수면 효율이 낮아진다. 잠자는 시간 외에 침대에 머무는 시간은 최대 30분 미만으로 유지하는 게 이상적이다. 이 교수는 “불면증 환자들은 객관적 수면 시간이 짧다기 보단 주관적으로 ‘못 잔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수면 제한 방법이 강력한 수면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불면 증상이 심각해 실제 수면 시간이 매우 적은 경우라면 최소 6시간 정도는 침대에 누워있어도 괜찮다. 이때는 ‘자야만 한다’는 마음가짐보다는 ‘휴식’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면증으로 잠이 상당히 부족한 경우에는 침대에서 쉬면서 잠들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때는 자려고 뒤척이며 노력하는 게 아니라, 눈을 감고 쉰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잘 못 잤으니 망했다” 파국적 생각 버려야
잠에 대해 왜곡되고 강박적인 생각은 불면증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잠을 못 잤으니 “내일 하루를 망쳤다”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불면증 환자들은 잠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은데, 잘 못 잤다고 당장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로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 전부 잠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일찍 못 잤으니 내일 회사에서 제대로 일을 못 할 것”이라는 불안한 생각에 시달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과거 경험을 돌아보면 전날 잘 자지 못했다고 다음날 항상 일을 망쳐왔던 것은 아니며, 우려한 만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날은 손에 꼽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는 잠을 못 잔 날에도 큰 문제 없이 일을 수행해 왔다”는 합리적 생각으로 바꿔볼 수 있다.
수면에 악영향을 미치는 강박적 사고 |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다음 날 제대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 “최소 8시간은 자야 한다” “낮에 피곤한 이유는 모두 불면증 때문이다”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잔다” “푹 자면 다음 날 아침에 눈 떴을 때 반드시 개운할 것이다” “밤에 자다가 깨면 잠을 깊이 자지 못한 것이다” |
그러나 사람마다 적정 수면 시간은 일 평균 6~8시간 정도로 전부 다르기도 하거니와,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성인 110만 명을 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7시간 자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또 아무리 밤에 잘 자더라도 지루함이나 식곤증 등 다양한 이유로 낮에 누구나 피곤함을 겪는다. 정상인 기준으로 평균 6~12회 정도 자다가 깨기도 하며, 수면에는 관성이 있어 아무리 푹 자고 일어나더라도 계속 자고 싶고 멍한 상태가 한동안 이어진다.
낮잠·카페인 금지…햇빛 아래 산책하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낮에 잘 깨어 있어야 밤에 잘 잘 수 있다. 불면증 때문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해오던 운동을 그만두거나, 낮잠을 자면 만성 불면증으로 가기 쉽다. 특히 햇볕을 쬐며 산책하거나, 땀 흘리고 운동하는 것은 숙면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기 전 격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을 깨워 숙면을 방해하는 꼴이다. 불면 증상과 반대로 “나는 아무 데서나 머리만 대면 잘 잔다”는 경우 역시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항상 수면 부족 상태로 지내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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