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화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 “신탁방식·신통기획 대표모델 되겠다”
지난 2021년 관할구청이 재개발구역 해지 용역을 발주해 '촉진구역 해제' 직전까지 갔던 서울 한 재개발 현장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통해 다시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신탁방식으로 재개발 방식을 선회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서울 강서구 방화뉴타운 방화2구역의 이야기다.
정비업계에서는 방화2구역이 '신탁방식 신통기획' 대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할 정도다. 여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고, 그 중심에서 고군분투해온 이종근 방화2구역 재개발 추진준비 위원장을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이종근 위원장은 방화2구역에서 20년간 거주하며 건설업에 종사해온 인물이다.
▲2년 전 방화2구역은 촉진구역 해제 위기까지 갔는데 현재는 아예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이종근 추진위원장) 2021년 1월 서울시와 강서구청이 '방화2구역 재개발 해지를 위한 용역'을 발주한다는 소식을 듣고 재개발 해제를 막기 위해 추진준비 위원장 일을 처음 시작했다. 그러다 같은 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됐고, 이어 12월 신속통합기획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방화2구역이 구역지정 해제를 피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방화2구역 신통기획 추진위원회를 조직했고, 접수 마감 13일을 앞두고 동의서를 징구해내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다. 방화2구역 재개발이 멈춰선 안된다고 판단했고, 재개발을 향한 주민들의 지지도가 더해져 이뤄낸 결과였다.
당시 서울시가 요구한 신통기획 신청 요건은 방화2구역 내 30% 소유주에게 동의 징구서를 받아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많은 60%의 동의서를 징구해냈고, 방화2구역은 구역 해제 위기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지난해 말 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과 업무 협약을 맺고 '신탁방식'으로 재개발 방식을 선회했다던데.
-(이종근) 작년 5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이 파행을 겪는 모습을 보고 신탁방식이 필요함을 직감했다. 당시 둔촌주공에서 현대건설 시공단은 설계 변경·분양 지연 등을 근거로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는데, 조합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둔촌주공 조합원 다수가 그릇된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현대건설 시공단의 요구가 부당하다 판단했을 지라도 조합은 공사를 중단시켜선 안됐다.
공사중단 여파로 둔촌주공의 공사비는 1조원 가까이 늘었고, 입주 시기도 2년이나 늦춰졌다. 이런 식의 파행을 예방해야겠다는 판단으로 방화2구역 소유자들을 일일이 찾아 신탁방식 재개발 필요성을 설명했고, 같은 해 하반기 신탁사를 모집했다.
▲신탁사 모집 당시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다고 들었다.
-(이종근) 작년 9월쯤 방화2구역 예비신탁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이하 현설) 참석여부를 묻기 위해 11개 부동산신탁 회사에 공문을 보냈다. 한국토지신탁과 하나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등 3개사가 참석 의사를 보였다.
3개 신탁사에는 '방화2구역 신탁방식 재개발 MOU(양해각서)' 체결이 불발되는 경우에도 수주 영업비용을 방화2구역 소유주들에게 청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현설 참여 조건으로 제시했다.
또 신탁회사 수수료는 총 매출 총액의 1.5% 이상으로 책정할 수 없게 제한했다.(당시 서울 재개발 신탁사 평균 수수료율은 2% 상회)
신탁사들이 이 내용에 동의하는 여부를 녹취한 뒤 현설을 진행했고, 방화2구역 소유주 투표를 거쳐 한국토지신탁을 신탁사로 결정했다.
한국토지신탁은 2022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국내 신탁업계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신탁회사다.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영등포구 신길10구역 재건축 등에서 정비계획 변경과 이주 인허가를 완료했고, 신탁사 최초로 대규모 단지('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 2267세대) 입주 완료 실적을 가지고 있다.
▲(한토신 담당 팀장에) 방화2구역이 제시한 까다로운 참여조건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정경찬 한국토지신탁 도시재생2본부 팀장) 오히려 전문가스럽게 일을 진행한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종근 위원장이 전문가처럼 방화2구역 입찰 지침을 전문가처럼 꼼꼼하게 챙겼다. 전문가가 있는 현장에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신탁회사에도 더 좋다.
입찰조건이 까다롭기보다는 매우 합리적인 조건이었고, 서로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사업을 빠르게 진행해 나갈 수 있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신탁방식 재개발, 현재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이종근) 신탁방식 재개발은 주민이 설립하는 조합을 대신해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터라 서울시 인허가 기간을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고, 건설사의 공사비 검증·조합 내 비리나 갈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토지신탁과 협업해 서울시 방화2구역 신통기획 단지 설계안의 일부 수정도 얻어냈다. 신통기획은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설계 변경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난관을 뚫은 것이다.
기존 서울시 신통기획 가이드라인 상 방화2구역 임대주택 전용면적 59㎡와 전용 39㎡은 한 동에서 한 개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복도형 배치였다. 이는 입주자 간 갈등 불씨가 될 것으로 판단해 서울시에 계단형 배치로 동을 변경해달라는 의견을 냈고 이 부분이 받아들여졌다.
이 결과 기존 3베이로 설계됐던 조합원 세대 일부가 4베이로 변경됐고, 임대주택 세대도 1베이에서 2베이로 설계를 바꿀 수 있게 됐다.
상품성 향상은 재개발 전문가 집단인 신탁회사와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고 보고 있다. 아마도 방화2구역이 서울시 신통기획 단지 설계안을 변경시킨 첫 사례일 것이다.
▲방화2구역 재개발 앞으로 남은 단계는?
-(이종근) 연내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어 긴장된다. 서울시 신통기획 취지에 맞는 모범적인 사업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안전하고 빠르게, 투명하게 사업이 진행된 '신탁방식 신통기획 재개발'의 첫 사례로 획을 긋겠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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