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과거 들여다보는 판타지…8년 만의 '헝거게임' 속편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할리우드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헝거게임' 시리즈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2012)부터 '헝거게임: 더 파이널'(2015)까지 네 편에 걸쳐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미국 작가 수전 콜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세워진 '판엠'이라는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판엠은 '캐피톨'이라고 불리는 수도와 열두 개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부와 권력이 집중된 캐피톨엔 지배층이 거주하고, 열두 개 구역엔 힘없고 가난한 피지배층이 산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빈부 갈등도 격해지기 마련이다. 판엠은 열두 개 구역의 반란을 막으려고 '굶주린 자들의 게임'이라는 뜻의 '헝거게임'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각각의 구역에서 두 명씩 추첨으로 뽑힌 젊은 남녀 스물네 명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하게 하고, 전 국민에게 생중계해 한 편의 리얼리티 쇼로 만든다. 이를 통해 극도의 공포와 흥분을 불러일으켜 사회 불만을 딴 데로 돌린다.
'헝거게임' 시리즈는 열두 개 구역에서도 가장 가난한 제12 구역의 소녀 캣니스가 헝거게임의 영웅이 돼 판엠의 지배자 스노우에게 혁명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8년 만에 나온 이 시리즈의 프리퀄(시간상으로 앞선 사건을 다룬 속편)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권좌에 오르기 전 젊은 시절의 스노우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 영화에서 스노우(톰 블라이스 분)는 한때 잘 나가다가 쇠락한 집안의 청년으로, 사회적 신분의 피라미드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데 오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마침 헝거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멘토를 붙여주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스노우에게 출셋길이 열린다. 그는 제12 구역의 소녀 루시(레이철 지글러)의 멘토가 돼 스포츠 경기의 코치처럼 루시를 지도한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캣니스가 헝거게임에 출전하는 1편의 이야기로부터 60여년 전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헝거게임의 스케일도 1편보다 작고 게임에 적용되는 기술도 뒤떨어진 느낌이다. 장외의 스폰서가 선수에게 물 같은 걸 지원하려고 날려 보낸 드론이 다른 선수를 치는 사고를 내기도 한다.
헝거게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건 이 영화의 초점이 게임 자체보다는 스노우의 내면에 맞춰진 것과 무관치 않다.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을 통해 독재자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조명하려고 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청년 스노우는 역사 속 독재자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에서 보듯 마음속 깊은 곳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인간적인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인다. 비천한 신분인 루시와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인간의 평등을 믿으며 헝거게임을 혐오하는 청년 세자누스와도 가까이 지낸다.
이 영화는 스노우의 여정을 보여주면서 때때로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중대한 질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독재자의 정신이 형성되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한 편의 영화에 담기엔 너무 큰 주제라는 생각도 든다.
'헝거게임' 시리즈를 한 편도 안 본 사람도 이 영화를 즐기는 데 큰 무리는 없지만, 좀 더 작품을 음미하려면 한 편이라도 보고 극장에 가는 게 좋을 듯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2)에서 주연했던 지글러는 이번 작품에서 떠돌이 가수 루시 역을 맡아 뛰어난 가창력을 뽐낸다.
이 영화를 연출한 프랜시스 로런스 감독은 '헝거게임' 시리즈의 2∼4편도 연출했다. 여기에 시리즈의 기존 제작진이 참여하면서 '헝거게임'의 세계관을 구현해냈다.
'헝거게임'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29억7천만달러(약 3조9천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며 흥행했지만, 국내에서는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다. 관객 수가 가장 많은 작품이 2편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2013)로, 112만명이었다.
15일 개봉. 157분. 15세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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