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선수들은 상금을 얼마나 받을까
프로 선수는 "돈으로 말한다"고 한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연봉은 그 선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이자, 선수 자신에겐 자존심이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도 마찬가지다.
개인 스포츠인 골프는 조금 독특하다. 연봉이 아닌 상금이 그 선수의 현 가치를 보여준다. 골프선수는 상금 외에도 모자에 노출되는 메인 후원사 등 여러 스폰서로부터 받는 수입이 있지만 이는 선수와 기업 간 계약이라 공개 의무가 없다.
202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11월 10일 개막하는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단 1개 대회만 남겨둔 가운데 투어 2년 차 이예원이 상금왕을 조기 확정했다. 올 시즌 28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3번 포함, 27번 컷을 통과한 그는 상금 14억1218만 원을 벌었다. 시즌 최종전이 남았지만, 현재까지 대회당 5043만5000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KLPGA 투어 우승상금, 총상금의 18%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은 우승 상금이 2억 원으로 총상금(10억 원)의 20%에 이르는데, 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KLPGA 투어 대회 우승 상금은 대부분 총상금의 18%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비슷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투어 대회는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에게만 상금을 준다. 나흘짜리 경기면 컷을 통과해 4라운드까지 완주한 선수만 돈을 받는다.KLPGA 투어에서 시즌 상금 10억 원은 '특급 선수' 기준으로 불린다. 한국 여자프로골프에서 시즌 상금 10억 원 시대를 처음 연 이는 2014년 김효주다. 그해 23개 대회에 출전해 5번 우승을 포함, 모두 컷 통과에 성공하며 12억897만 원을 챙겼다. 2016년은 10억 원대 상금 주인공이 2명 탄생한 첫해였다. 20개 대회에 나서 7승을 거두며 18번 본선에 오른 박성현이 13억3309만 원으로 처음 13억 원 시대를 개척했고, 고진영이 10억22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2017년에는 이정은6(11억4905만 원)가 시즌 10억 원대를 돌파했으며, 2019년에는 최혜진(12억716만 원)과 장하나(11억5772만 원) 2명이 각각 10억 원을 넘어섰다.
KLPGA 투어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은 2021년 박민지가 작성했다. 25개 대회에 나서 21번 본선에 올라 6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민지는 15억2137만 원을 획득해 KLPGA 투어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15억 원을 돌파했다. 박민지는 지난해에도 14억7792만 원을 벌어 김수지(10억8258만 원)를 따돌리고 상금왕 2연패를 달성했다. 현재까지 시즌 상금 10억 원 고지를 두 차례 밟은 선수는 박민지뿐이다.
그렇다면 KLPGA 통산 누적 상금 1위는 누구일까. 통산 1위는 57억6503만 원을 벌어들인 장하나다. 2010년 6월 입회한 장하나는 2019년 시즌 상금 10억 원을 넘어서는 등 KLPGA 투어 최초로 통산 상금 50억 원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깊은 슬럼프에 빠져 319만 원 상금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누적 상금 2위는 2021년과 2022년 6승씩을 쓸어담으며 2년 연속 상금왕·다승왕을 석권한 박민지다. 올 시즌 상금 6억4634만 원을 거둬들인 박민지는 총 56억8481만 원을 쌓아 장하나에 8022만 원 뒤져 있다.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는 박민지는 성적에 따라 통산 상금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이 대회 준우승 상금은 1억1500만 원, 3위 상금은 8000만 원. 우승 또는 준우승을 하면 장하나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다.
누적 상금 3위는 이정민(41억4891만 원), 4위는 박지영(39억2713만 원), 5위는 이다연(37억9906만 원)이다. 현재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고진영이 36억8886만 원으로 6위에 랭크돼 있다. 해외파 중 고진영에 이어 국내 무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상금을 챙긴 선수는 최혜진(34억2087만 원·11위)이다. 물론 이 금액은 KLPGA 투어 기준으로, 고진영과 최혜진이 LPGA 투어에서 받은 상금은 제외한 것이다.
‘억 소리' 나는 투어비용
상금을 받으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 우승자도, 컷을 가까스로 통과한 선수도 똑같다. 세금으로 소득세 3%, 주민세 0.3%가 빠지고, 대회 운영비 6% 등 총 9.3%를 공제한 금액이 통장에 들어온다. 한 해 10억 원을 상금으로 받았다고 하면 9억 원 넘는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앞서 돈을 많이 번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봤지만, 투어 선수들이 모두 이들처럼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시즌 전체 대회 수의 30% 이상 참가 선수'를 대상으로 한 2023시즌 상금 랭킹을 보면 123명이 순위에 올랐는데, 이 중 1억 원 이상 상금을 번 선수는 80명에 불과하다. 81위부터 98위까지 28명 선수가 5000만 원을 넘겼고, 99위부터 123위까지 25명은 시즌 내내 상금이 5000만 원을 밑돌았다.
선수는 투어 생활을 하려면 적잖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대회당 일정 참가비(총상금 9억 원 미만 14만3000원, 9억 원 이상 20만9000원)를 내야 하고, 대개 주급으로 지급하는 캐디 보수와 이동·숙박 등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개 1년간 투어를 뛰는 데 훈련비용을 포함해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 원가량 소요된다. 많은 선수가 금전적 손해를 보면서 정규투어를 뛰는 셈이다. 특히 하위권 선수는 스폰서 등 다른 수입이 거의 없어 상당한 '마이너스'를 면하기 어렵다. '프로골퍼 세계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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