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하면서 구글 힘 또 한 번 실감했다”
2019년 괌 여행 이후 4년 만에 떠난 해외여행은 스마트폰의 데이터 사용 방법부터 달라져 있었다. 로밍이나 와이파이도시락, 유심 사용은 옛말! 이젠 스마트폰 자체에 내장된 eSIM(embedded SIM)으로 현지 데이터를 사전 결제한 양만큼 사용할 수 있다. 비용은 15일간 매일 1GB씩 사용할 경우 2만 원 수준이다. 샤를드골공항에서 도심까지 택시 요금도 정찰제로 바뀌어 있었다. 센강을 기준으로 북쪽은 55유로(약 7만7000원), 남쪽은 63유로(약 8만8000원)다. 3인 이상 여행객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이라 고민 없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싱글이던 20, 30대 때는 여행 숙소로 도심에서 좀 벗어난 레지던스호텔이나 한인 민박을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최대한 도시에 있는 넓은 아파트를 선택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파리 도착 다음 날, 본격적으로 파리 여행을 시작했다. 파리 여행 테마는 빈센트 반 고흐 덕후 아이를 위한 미술관 투어.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퐁피두센터 등을 방문하기로 했다. 또한 몽마르트르, 개선문, 에펠탑, 생트샤펠, 노트르담 성당도 포기할 수 없었다. 한껏 욕심 낸 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중교통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단, 불쾌하기로 악명 높은 파리 지하철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파리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구글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보니 한국과 마찬가지로 출발지와 도착지만 입력하면 다양한 경로가 나왔다. 그중 버스 노선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리에서 버스라니! 2008년 파리를 방문했을 때는 버스를 탈 생각조차 못 했다. 버스는 지하철과 달리 노선표를 구하기 힘들뿐더러, 교통 상황에 따라 도착·소요 시간이 시시때때로 변하니 일정이 빡빡한 여행객은 섣불리 도전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퀴퀴한 냄새가 머리까지 지끈거리게 만드는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버스 노선은 물론, 도착·지연 정보까지 제공됐다. 무엇보다 버스 창문을 통해 꾸미지 않은 파리 모습을 만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버스를 탄 뒤 구글 지도를 펼치고 있으면 내 위치가 확인돼 하차 정류장을 지나치는 실수도 피할 수 있다.
로마에서는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판테온, 천사의 성, 트레비 분수 등 건축을 테마로 여행했다. 개인적으로 최애 여행지이자 2006년, 2009년 두 번 와봤던 로마는 특별한 정보가 없어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로마도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다. 우선 포로 로마노에서 콜로세움까지 이어지는 길이 마치 광장처럼 정비돼 나보나 광장에서보다 더 많은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무료로 개방됐지만 지금은 유료로 전환된 관광지도 많아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콜로세움은 사전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으며, 판테온은 7월부터 입장료 5유로(약 7000원)를 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물가가 살인적이었다. 바티칸 박물관 관람 후 들어간 레스토랑에서는 시판 토마토소스를 부은 스파게티에 미트볼 3개가 들어간 메뉴가 28유로(약 3만9000원)였다. 반면 1980년대 한국 시골 버스 수준이던 버스는 최신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덕분에 로마에서도 파리와 마찬가지로 구글 지도를 사용해 지하철 대신 버스로 곳곳을 다녔다. 로마에서 애용한 70번 버스는 천사의 성 근처인 숙소에서 포로 로마노까지 한 번에 이동 가능했다. 나보나 광장, 판테온 주변 등을 경유하는 노선이라 시내 관광버스를 타는 기분까지 만끽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유럽 도시는 시간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젠 철 지난 가짜 정보 가득한 여행 가이드북에 뒤통수 맞을 걱정도 없다. 구글 지도뿐 아니라 에어비앤비, 우버, 스카이스캐너 등 여행 앱을 사용하면 '봉주르'만 할 수 있어도 파리 골목 곳곳을 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위로가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휴대전화에 구글 지도를 깔고 떠나보자. 낯선 도시에서 올라탄 버스 창문 너머로 펼쳐진, 반짝이는 순간을 마주할지 모른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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