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넘어 CCTV 대신해 불침번"…고령 아파트 경비원들 시름

야간 순찰 힘들어 사비 털어 CCTV 설치하기도
화순군의원, 경비원 전수조사…"근무 환경 개선책 필요"

(화순=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젊은 군인도 힘들어하는 불침번 업무를 칠순 넘어서 하려니 힘에 부치네요."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대단지 아파트 경비원들은 심야에 1시간씩 교대로 주변을 순찰한다.

단지 내 폐쇄회로(CC)TV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온종일 분리수거, 민원 응대, 주차 관리 등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데도 야속한 순서는 어김없이 돌아온다.

화순군은 업무 환경과 시설을 개선하고자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자부담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관리자 측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경비원들이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 CCTV를 설치한 아파트 단지도 있었다.

한 경비원은 "누군가는 고작 1시간 일하는 것 가지고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번 잠에서 깨고 나면 다시 잠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근로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제한한 근로기준법도 경비원들을 지켜주지는 못했다.

법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비원들은 근로 시간 제한이나 휴식 보장이 대상이 아니다.

감시·단속 업무가 일반 근로와 비교해 노동 강도가 낮고 신체적 피로나 정신적 긴장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경비원들은 "경비실에 앉아 감시·단속만 하는 경비원이 어디 있느냐"며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지숙 화순군의회 의원이 화순에 있는 100세대 이상 규모 아파트 27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경비원 78명 전원은 감시·단속 업무가 아닌 분리수거에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내 청소(96.2％), 음식물 쓰레기통 관리(80.8％)도 대부분 경비원이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였다.

주차관리, 택배 우편물 관리, 조경, 민원 처리 등도 모두 경비원들 몫이다.

경비원들은 이 가운데 분리수거와 민원 처리를 가장 힘든 일로 꼽았다.

주간에 이런 부가 업무를 하는 경비원들은 대부분(92％)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하고 있었다.

수면 부족과 육체 피로를 호소한 이들도 67％나 됐다.

월평균 급여는 최저시급 수준인 218만원으로, 부가 업무나 야간 근무에 대한 가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발로 뛰며 확인한 내용을 토대로 경비원 근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12일 "현실적으로 경비원들이 부가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면 아파트 단지에 부족한 CCTV를 설치하거나 무인 택배함 등을 설치해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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