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억 '고려 거란 전쟁', 대하사극에 사활 건 KBS 속사정 [Oh!쎈 펀치]
[OSEN=연휘선 기자] "기존에 어떤 대하사극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투여했습니다". 32부작에 무려 270억 원이다. KBS가 '고려 거란 전쟁'에 다 걸었다.
KBS 새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이 지난 11일 오후 9시 25분에 2TV를 통해 첫 방송됐다. 약 30년에 걸쳐 치러진 '여요 전쟁'을 배경으로 한 KBS의 34번째 대하사극이다.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를 중심으로 11세기 초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다투던 거란과 중원을 내준 송나라 사이 실력자로 부상한 고려의 위상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 부활한 대하소설,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공들여?
대하사극은 흔히 말하는 '정통 사극'과는 다른 개념이다. 큰 강(大河, 대하)이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처럼 거스를 수 없는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와 같이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 장르다. '대하소설'이라 불리는 장편 역사 소설들을 드라마로 만든 데에서 시작돼 '용의 눈물', '왕과 비', '태조왕건'과 같이 100부작이 넘는 정통 사극들을 가리키게 됐다.
왕조나 영웅들을 중심으로 실존하는 역사를 웅장한 현실감을 살린 게 가장 큰 매력으로, 배우들의 열연과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사랑받았다. '고려 거란 전쟁'에서 강감찬 장군 역으로 출연하는 최수종이 '고종 순종 다음은 최수종'이라 불린 이유다. 실제 최수종은 '태조 왕건'에서는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을, '대조영'에서는 고려 전기에 만주 일대에서 발해를 건국한 발해 태조 대조영을 연기했고, 이번엔 귀주대첩으로 고려를 지켜낸 명신 강감찬 장군을 연기하며 고려 초기와 전기를 아우르는 배우가 됐다.
오랜만에 부활한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은 총 32부작으로 기획됐다. 과거의 대하사극들에 비하면 초라한 편수이나, 최근 OTT를 중심으로 6부작에서 12부작이 대세인 것을 감안하면 그 5배가 넘는 편수를 자랑한다. 제작비 규모는 역대 최고다. 총제작비가 270억 원으로 알려진 바. KBS가 '고려 거란 전쟁'에 사운을 걸었다고 할 만 하다.
# '여요 전쟁'이 전부는 아냐
남다른 제작비, 방대한 역사관을 녹이는 과정에서 대하사극은 단순히 역사의 영상화를 넘어선 가치를 전달했다. 왕조와 실존 영웅, 위인들을 조명한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고려 거란 전쟁'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김덕재 KBS 부사장은 작품 제작발표회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인삿말까지 남겼다.
김덕재 KBS 부사장은 "KBS가 공영방송으로 출범한지 50주년이다. 올해 여러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고려 거란 전쟁'이) 대미를 장식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대하사극을 선보이게 됐다. 1년 동안 어려운 점이 많았음에도 열심히 준비했다. 기존에 어떤 대하사극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투여했다. 명품 배우들을 모셔오고, 그래서 국민들의 대하사극을 향한 열망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준비했다. 아시겠지만, 이 시대가 언제나 대하사극이 그렇지만, 어려웠던 시대를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헤쳐나가고 성장하고 발전해 나갔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번에도 고려 초기 어린 현종이 국난을 극복하고, 문화를 발전시켜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오늘의 이 시대를 보는, 아이디어, 어떤 인사이트 끊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시대 상황과, 활약 속에서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좋은 모티브 찾아가는 마음으로 ('고려 거란 전쟁'이) 기획이 됐다. 모처럼 KBS 2TV로 방송되기도 한다. 굉장히 정성을 많이 들였다. 끊임없는 관심으로 지켜봐주시길 바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작품 넘어 '수신료의 가치'로
무엇보다 KBS는 '고려 거란 전쟁'을 통해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인 대하사극을 선보이며 공공성과 방송사로서의 존속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KBS는 올한해 어느 때보다 척박한 환경에 처했다. 공공성, 공영성과 같은 공영방송사의 가치를 두고 새 정부가 기존 KBS의 기조와 다른 노선을 취한 게 가장 컸다. 그 여파로 당장 전기료에 합산해 준조세처럼 징수되던 수신료를 두고 전기료와 다르게 납부해야 한다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 됐다.
더불어 '수신료 인상'이라는 KBS의 숙원에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의 부활이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OTT 위주로 재편되던 콘텐츠 시장에서 방송가는 그와 별개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에 호황을 누렸다. 모임과 이동이 제한되며 콘텐츠 이용률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OTT 말고도 방송에 대한 광고 수요가 높아졌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며 허술한 낙수효과에 기댔던 방송가의 호황도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말라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신료 분리징수까지 거론돼 당장 수신료 인상에 더욱 목을 메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고려 거란 전쟁'은 KBS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포문을 열게 됐다. 여타의 OTT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초라할 수 있어도, 270억 원은 단일 드라마로 치면 결코 적지 않은 제작비다. 여기에 편성 슬롯 또한 KBS 2TV 주말이라는 핵심 시간대를 내줬다. 중박도 아닌 '대박' 만이 살 길이다.
시청자들의 선택은 어떨까. 당장 첫 방송 동시간대에는 종영을 얼마 남기지 않은 MBC 금토드라마 '연인'이 겹쳤다.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또한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호평받고 있어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 내부 시사에서 '고려 거란 전쟁'의 완성도가 남다르다는 호평과 박수가 쏟아져 기대를 걸게 한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 또한 기존 대하사극보다 진일보한 퀄리티를 자랑해 앞으로 펼쳐질 대회전 등 전투 장면의 스케일과 디테일에 기대를 걸게 했다. 총과 칼은 없지만 드라마 제목처럼 전쟁 같은 KBS의 각오를 불태운 '고려 거란 전쟁'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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