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시간 지연된 제주항공…대법 "승객 정신피해 배상해야"

"몬트리올 협약 제19조 따라 배상 책임"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과 제주소방서 등이 2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서 항공기 사고수습 민·관 합동 종합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제주소방서 제공) 2023.1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승객들의 정신적 피해도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제주항공 승객들이 제주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제주항공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항공운송 지연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다"며 "상고 이유처럼 몬트리온 협약에 관한 법리오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승객들은 2019년 1월21일 오전 3시5분 제주항공 항공기를 통해 필리핀 클락국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8시5분 인천국제곡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다만 기체 결함으로 운행이 불가해졌고, 승객들은 예정보다 19시간25분 늦은 오후 11시에 대체항공기를 타고 클락국제공항을 출발할 수 있었다.

승객들은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에 의해 항공편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제주항공은 몬트리올 협약에서 정한 '요구되는 조치'를 모두 이행했으므로 면책된다고 반박했다.

1심에서는 제주항공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승객들에게 각 40만~7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국과 태국 모두 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이므로 항공운수에 관해 몬트리올 협약이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해 적용된다고 봤다. 또 19시간 이상 지연된 후 출발했기 때문에 승객들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에 따라 승객들에게 그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2심에서도 제주항공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제주항공의 항소는 이유가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제주항공의 상고를 최종 기각하며 "몬트리올 협약 제19조가 정하는 손해에 포함되지 않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손해배상 법리를 적용해 항공운송 지연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과 제주소방서 등이 2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서 항공기 사고수습 민·관 합동 종합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제주소방서 제공) 2023.11.02. photo@newsis.com

한편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날 같은 법리로 아시아나항공 승객들이 아시아나항공에 청구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사아나항공은 2019년 9월13일 새벽 1시10분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다만 기체 결함에 따라 승객들의 탑승 직전 운항을 취소했으며 22시간을 초과한 같은 날 밤 11시40분경 다른 항공편을 제공해 승객들을 귀국시켰다.

1심에서는 약 270명의 승객들에게 각각 4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항소를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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