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월급 요구하자 회사 창업주 "일하기 싫어? 나가라"…'구두 해고'
지승동 회장 "회사 나가라"…재판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밀린 월급 지급을 요구하자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며 변호사를 구두 해고했다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대명종합건설 계열사가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주식회사 하우스팬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2달간 대명종건 계열사 법무업무 처리…월급 못 받아
변호사 A씨는 2021년 4월부터 대명종합건설(대명종건)의 계열사인 하우스팬에 출근하면서 대명종건 계열사들의 법무업무를 처리했다. 대명종건는 이전까지는 사내 변호사를 채용해 법무 업무를 처리했지만, A씨의 전임자부터는 '자문 및 송무계약'이라는 이름의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조직도에 하우스팬의 법무팀장으로 기재됐고, 출근도 하우스팬 사무실로 하면서 업무를 처리했다. 다만 송무업무의 경우에는 기존에 A씨가 근무하고 있던 법무법인 명의로 소송을 수행했다.
A씨는 2021년 6월11일 대명종건 창업주인 지승동 회장에게 밀린 급여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일하기 싫은 모양이니 회사를 나가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A씨는 이같은 구두해고 통지가 위법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해 인용 판정을 받았다.하우스팬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사측 "나가란 말 안 했다", "계약 체결 안 됐다" 주장했지만
하우스팬은 재판과정에서 "지 회장이 해고 통지를 한 적이 없는데 A씨가 일방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A씨와 사내 변호사 형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지 위엄 계약 형식으로 할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실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밀린급여 지급을 촉구하자 지 회장이 '일하기 싫은 모양이니 회사를 나가라'는 발언을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이는 근로자인 A씨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으로 해고에 해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연체 급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A씨가 아무 이유 없이 스스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회사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고, 만약 A씨가 일방적으로 출근을 중단했다면 회사는 통상적으로 출근 의사 및 계약 지속 여부 등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이같은 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해고의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와 회사 간 근로계약도 성립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약 두 달간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대명종건 계열사들의 법무업무를 수행했는데, 이는 회사와 A씨 사이에 최소한 A씨가 하우스팬의 변호사로서 법무업무를 처리하고, 회사는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한다는 본질적 사항에 대해서는 의사 합치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급하게 처리할 법무업무가 있어 부탁한 것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사측에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변호사인 A씨가 별다른 계약 없이 단순 일회성 업무처리를 넘어 사무실에 규칙적으로 출근해 계열사들의 법무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A씨가 회사로부터 근태관리를 받았고, 계열사들의 송무와 관련된 사항들에 대한 결재를 받는 등 업무와 관련해 구체적 지휘, 감독을 받은 점을 들어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한편 지우종 대명종건 대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대명종건은 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 대표 등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자녀들에 대한 편법 증여와 사주 일가의 사익 추구에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회계장부 조작 등 부정행위로 법인세 33억2000만원, 종합소득세 84억8000만원, 증여세 19억원 등 총 137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2014~2015년 비용을 부풀리거나 수익을 숨겨 마련한 대명종합건설 자금 171억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회계장부 조작하고 하우스팬에 무이자로 거액을 빌려주는 등 무담보·무이자 자금대여 등으로 대명종합건설 등에 248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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