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황희찬 무득점, 토트넘은 울버햄튼에 1-2 역전패…1위→3위까지 추락

맹봉주 기자 2023. 11. 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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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찬과 손흥민(왼쪽부터).
▲ 프리미어리그에서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연패가 시작됐다. 시즌 초반 좋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토트넘은 11일 오후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울버햄튼에 1-2로 졌다.

2연패다. 지난 7일 있었던 첼시와 경기에서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첫 패배를 당했다. 이전까진 시즌 개막 후 10경기 동안 8승 2무로 패배가 없었다.

첼시전에서 데스티니 우도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퇴장당하고 메이슨 마운트, 미키 판 더 펜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홈에서 1-4로 지며 프리미어리그 순위도 2위로 내려갔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수 아래로 평가된 울버햄튼에게도 졌다. 울버햄튼은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에 위치해있다. 이날 승리로 프리미어리그 11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렸다.

토트넘은 1-0으로 앞서가다 2골을 연이어 내주고 역전패 했기에 충격이 더하다. 순위는 프리미어리그 3위로 더 떨어졌다. 1위는 맨체스터 시티, 2위는 아스널이다. 토트넘은 이제 4위 리버풀의 추격을 받게 됐다. 리버풀과 승점 차는 2점이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과 황희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이른바 '코리안 더비'라 불렸다. 두 선수는 나란히 팀 내 득점 1위를 달렸다. 프리미어리그 전체로 봐도 정상급 공격수들이었다. 손흥민은 8골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 황희찬은 6골로 6위였다. 두 선수의 격돌에 국내 축구팬들은 큰 기대를 갖고 지켜봤다.

▲ 황희찬(오른쪽).

이날 홈팀 울버햄튼은 3-4-3 포메이션을 꺼냈다. 최전방에 마테우스 쿠냐와 황희찬, 장크리드 벨르가르드로 스리톱을 이뤘다. 중원엔 마리오 르미나와 주앙 고메즈, 양쪽 윙백에는 라이얀 아잇-누리, 넬송 세메두가 나섰다. 스리백은 토티 고메즈와 크레익 도슨, 막시밀리언 킬먼으로 구성했다. 주전 골키퍼 장갑은 조세 사가 꼈다.

황희찬과 함께 팀을 이끄는 페드로 네투가 빠졌다. 네투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7개의 도움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뛰어난 스피드와 화려한 발 재간, 영리한 경기 운영, 정확한 킥과 패스 등 다재다능함을 보였다. 특히 황희찬과 호흡이 좋았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황희찬과 울버햄튼 공격을 책임졌다.

하지만 네투는 지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쳤다. 울버햄튼 입장에선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실제로 울버햄튼은 뉴캐슬전이 끝나고 이어진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답답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고전했다. 결국 셰필드에 1-2로 졌다. 오닐 감독은 토트넘전에서 네투의 공백을 메울 대체자로 셰필드전 동점골을 넣은 벨르가르드를 선택했다.

원정팀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최전방은 이번에도 손흥민이었다. 양 측면에 데얀 쿨루셉스키, 브레넌 존슨이 자리했다. 중원엔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가 포진했다. 포백은 에메르송 로얄, 벤 데이비스, 에릭 다이어, 페드로 포로가 출전했다. 골문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지켰다.

토트넘은 최근 이탈자들이 많다. 마운트, 판 더 펜이 직전 첼시와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다. 모두 당분간 뛸 수 없다. 마운트는 잉글랜드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다. 부상 정도가 약하지 않다는 의미.

판 더 펜은 마운트보다 부상이 더 심각하다. 복귀 시점마저 불투명하다. 마운트와 판 더 펜 모두 지난 여름 토트넘에 합류한 선수. 이적하자마자 토트넘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마운트는 손흥민과 함께 팀 공격을 양분했다. 해리 케인 이적 공백이 느껴지지 않은 건 마운트가 중원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로 도움을 올리고 이를 손흥민이 득점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 손흥민(오른쪽).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판 더 펜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돋보이는 센터백이 됐다.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토트넘 수비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이 두 선수 외에도 히샬리송, 이반 페리시치 등 로테이션 선수들도 대거 빠졌다. 로메로는 퇴장으로 이날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로메로 대신 다이어가 투입됐다. 다이어는 지난 시즌까지 최악의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철저히 배제했다. 수비가 붕괴되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급히 다이어를 이번 경기에 선발 투입했다. 다이어의 파트너는 데이비스였다.

경기 시작 후 분위기는 토트넘이 잡았다. 선제골이 빨리 나왔다. 시작 휘슬이 불리고 3분도 안 되서 득점이 나왔다. 먼저 토트넘은 존슨이 울버햄튼 왼쪽 측면을 흔들었다. 이어 공은 오른쪽 측면으로 넘어갔다.

데얀 쿨루셉스키가 앞에 있는 수비수를 속이는 뒷발 백패스로 포로에게 공을 건넸다. 포로는 반대편에서 골문으로 들어가는 존슨을 정확히 보고 크로스를 올렸다. 존슨이 실수없이 마무리했다. 토트넘의 1-0 리드. 이후에도 토트넘이 울버햄튼을 전방에서부터 압박하며 추가 골을 노렸다.

울버햄튼은 전반 8분이 되어서야 첫 슈팅이 나왔다. 하지만 이 슈팅은 토트넘 데이비스의 머리에 맞고 나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1분 뒤 또다시 아잇 누리가 슈팅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골문과 가까운 위치였다. 아잇 누리는 왼쪽에서 침투 패스를 받은 뒤 대각선 슈팅을 시도했다. 데이비스가 앞서 적극적인 태클로 아잇 누리의 기회를 무산시켰다. 울버햄튼은 코너킥을 얻어냈다. 이후 르미나가 상대 선수와 경합 과정에서 쓰러지며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전반 16분에는 울버햄튼이 왼쪽 측면에서 좋은 공격 전개를 시도했다. 황희찬이 뒷공간을 침투한 뒤 다이어와 1대1 상황을 맞았다. 황희찬은 다이어를 제친 뒤, 박스 안의 벨르가르드에게 패스했다. 패스가 살짝 뒤로 향하며 벨르가르드는 슈팅 기회를 잡지 못잡았다. 결국 울버햄튼의 기회는 무산됐다. 이어지는 찬스에서 세메두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볼이 약하게 흘러가며 토트넘 골키퍼 굴리엘모에게 향했다.

울버햄튼이 조금씩 볼 점유율을 높여갔다. 전반 22분 황희찬이 후방에서 넘어온 롱패스를 토트넘의 뒷공간을 침투해 받아냈다. 데이비스가 빠르게 커버하며 제지했다.

▲ 황희찬이 팀 승리를 챙겼다.

전반 30분엔 토트넘이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했다. 존슨이 울버햄튼의 왼쪽 측면 돌파에 성공했다. 이후 존슨은 손흥민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지만, 조세 사가 먼저 볼을 잡아냈다.

황희찬과 존슨의 신경전도 있었다. 전반 31분 황희찬은 존슨을 등지고 볼을 받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존슨이 황희찬을 밀쳤고, 넘어진 황희찬은 일어나며 존슨을 넘어뜨렸다. 주심은 두 두 선수에게 구두 주의를 주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전반 33분 울버햄튼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다. 박스 중앙 부근에서 볼을 잡은 쿠냐가 침투하던 르미나에게 연결했다. 르미나는 지체 없이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지만, 비카리오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울버햄튼 공세가 계속됐다. 토트넘은 당황했다. 전반 36분 아잇 누리가 황희찬의 침투 패스를 받아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이번에도 비카리오가 또 슈팅을 막아냈다. 부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토트넘의 골문을 노렸다. 다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토트넘은 선제골 이후 별다른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끌려갔다.

전반 44분 세메두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다. 세메두는 오른쪽 측면에서 단독 돌파를 시도했다. 뒤늦게 에메르송이 태클을 시도했지만, 세메두를 걸어 넘어뜨렸다. 주심은 울버햄튼의 프리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벨르가르드는 박스 바깥에 있던 아잇 누리에게 패스하며 모두를 속였다. 그러나 아잇 누리는 주발인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슈팅을 시도했고, 볼은 빗맞으며 힘없이 굴러갔다. 이어진 코너킥 찬스에서는 르미나의 헤더가 나왔지만 토트넘 수비 맞고 공이 나갔다.

울버햄튼이 계속해서 몰아쳤다. 토트넘은 이기고 있는데도 코너로 몰렸다. 왼쪽 측면에서 벨르가르드가 쿨루셉스키의 파울을 유도하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프리킥 상황에서 토티 고메즈가 헤더를 시도했다. 볼이 잘못 맞으며 비카리오가 볼을 잡았다.

▲ 손흥민은 고군분투했다.

연이은 공세에도 울버햄튼은 마무리 짓지 못했다. 토트넘도 침묵했다. 손흥민은 마운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평소보다 더 활동반경을 넓혔다.

울버햄튼은 내투 공백이 드러났다. 중원과 페널티박스 안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 황희찬을 중심으로 공격을 펼쳤으나 번번이 득점과 거리가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됐다. 울버햄튼의 분위기는 이어졌다. 벨르가르드가 토트넘 박스 중앙 부근에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골문 위로 벗어났지만 토트넘을 위협하기엔 충분했다.

토트넘이 반격을 시도했다. 존슨이 상대 수비수와 1대1 상황을 맞이했다. 크로스를 시도했고 볼은 골문 앞에 있던 울버햄튼 수비수를 맞고 굴절됐다. 이를 조세 사가 잘 처리하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울버햄튼은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왼쪽 공간을 침투한 아잇 누리가 박스 근처에 있던 쿠냐에게 패스했다. 쿠냐는 빠르게 슈팅을 날렸다. 오히려 슈팅이 잘못 맞으며 어이없게 찬스가 무산됐다.

후반 10분 황희찬이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울버햄튼의 슈팅이 토트넘 수비수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앞의 황희찬에게 향했다. 황희찬은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다. 볼은 골문을 외면했다. 울버햄튼 입장에선 너무나 아쉬운 기회였다.

울버햄튼은 후반 15분 또 다시 좋은 기회를 맞았다. 아잇 누리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황희찬이 골문 앞에서 헤더로 연결했다. 하지만 볼이 빗맞으며 골문 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울버햄튼은 계속해서 골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18분 교체카드로 변화를 줬다. 사르 대신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투입하며 중원 싸움에 신경을 쓴 것. 곧바로 울버햄튼도 교체카드를 썼다. 세메두 대신 맷 도허티를 투입하며 맞섰다. 도허티는 친정팀 토트넘을 상대했다.

후반 27분 토트넘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손흥민이 아래쪽으로 내려와 패스를 받은 뒤 측면에서 침투하던 호이비에르에게 로빙 패스를 연결했다. 호이비에르는 중앙으로 달려드는 존슨에게 다시 패스를 건넸다. 하지만 울버햄튼 수비수가 빠르게 달려들었고 존슨은 볼을 잡는 대신 직접 슈팅을 시도했다. 볼은 골문을 벗어났다.

울버햄튼은 벨르가르드 대신 사샤 칼라이지치를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장신 공격수 칼라이지치를 활용해 공중볼을 이용한 공격을 펼치려는 의도가 강했다. 토트넘도 승부수를 던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존슨과 비수마를 빼고 브라이언 힐과 지오바니 로 셀소를 넣었다.

울버햄튼은 지속적으로 토트넘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35분에는 르미나가 순간적인 돌파로 토트넘의 수비수를 제치고 중앙으로 연결했다. 패스가 뒤쪽으로 향하며 울버햄튼은 아쉬움을 삼켰다.

▲ 울버햄튼이 토트넘을 무너트렸다.

후반 40분 울버햄튼 벤치가 바쁘게 움직였다. 아잇 누리와 고메즈 대신 토미 도일과 파블로 사라비아를 넣으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울버햄튼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동점골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토트넘은 역습을 노렸다.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슈팅까지 가져갔지만, 울버햄튼이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로 막았다.

후반 추가시간 오닐 감독의 교체카드가 적중했다. 주인공은 사라비아였다.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쿠냐가 날카로운 로빙 패스를 건넸다. 이 볼을 잡은 사라비아가 간결한 터치 후 슈팅으로 토트넘의 골망을 갈랐다. 울버햄튼 홈팬들은 그토록 원하던 동점골에 열광했다.

이어 극적인 역전골이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 7분이 전부 지난 마지막 찬스에서 역습을 시도했고,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받은 사라비아가 침투하는 르미나에게 연결했다. 르미나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피했다. 슈팅까지 가져가며 토트넘의 골망을 갈랐다. 몰리뉴 스타디움은 울버햄튼 홈팬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울버햄튼의 2-1 승리.

이날 경기에 패배한 토트넘은 2연패를 거두며 프리미어리그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고도 경기를 잡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은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평소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며 직접 패스를 받으러 가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입성 후 커리어 하이를 써내려가고 있는 황희찬도 침묵했다. 다만 팀 승리로 웃을 수 있었다. 네투 공백에도 안방에서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에 있던 토트넘을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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