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으론 생존 어려워”…유튜브에 밀린 토종 플랫폼 전략은? [음악플랫폼 전쟁]

2023. 11. 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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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뮤직, 국내 업체 위협
음악에서 라이프스타일로 확장
새로운 창작자 발굴ㆍ육성까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기본은 음악이다. 다양한 음악과 음악에서 파생된 콘텐츠가 음악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다. 국내 1위 음악 플랫폼 멜론은 음악에서 확장한 콘텐츠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멜론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젠 음악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어요.”

오랜 시간 견고했던 국내 음원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휘청이고 있다. ‘0원’ 서비스를 장착한 ‘공룡의 진격’ 때문이다.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토종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마저 유튜브 뮤직의 위협을 받으며 위태로운 양상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733만명이던 멜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 8월 677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유튜브 뮤직의 MAU는 같은 기간 30% 증가한 604만명으로, 멜론과 격차를 줄였다. 2019년 국내 시장에 첫발을 디딘 ‘후발 주자’ 유튜브 뮤직은 서비스 시작 당시 이용자가 32만명에 그쳤지만 올해 600만명을 넘기며 4년 새 약 19배나 늘었다.

이어 지니뮤직 322만명, 플로 209만명, 네이버 바이브 91만명, 스포티파이 47만명, 벅스 37만명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음악생태계가 균열을 일으키자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음악만 듣는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저변을 확대하고, 숨어 있는 차세대 음악스타를 발굴, 육성하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기본은 음악이다. 다양한 음악과 음악에서 파생된 콘텐츠가 음악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다. 국내 1위 음악 플랫폼 멜론은 음악에서 확장한 콘텐츠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멜론 제공]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음악이 기본값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기본은 음악이다. 다양한 음악과 그 음악에서 파생된 콘텐츠가 음악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다.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공간이라는 근간을 갖춰야 이용자들을 붙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뮤직이 국내 플랫폼을 장악한 이유도 ‘가격경쟁력’과 더불어 들을 만한 음악이 많았다는 데에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음악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꼽은 유튜브 뮤직 선택 이유 1위는 ‘원하는 음악이 많아서’(27%)였다. 유튜브 뮤직에서는 각종 커버곡은 물론 라이브 공연, 미발매곡도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유튜브 뮤직이 보유한 음원은 약 7000만곡으로, 국내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음원을 보유한 플로(보유 음원 6000만곡)보다 1000만곡가량 많다.

음악에서 확장한 ‘콘텐츠’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 내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멜론에선 인기 가수들이 확보한 팬덤을 적극 활용한다. SM 전용 프로그램 ‘SMing’, YG 전용 프로그램 ‘YG 패밀리(YG FAMILY)’, JYP 전용 프로그램 ’JYP 캐스트(JYP CAST)’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돌부터 실력파 싱어송라이터까지 다양한 뮤지션이 직접 DJ로 나서는 ‘오늘음악’, 뮤지션 나얼과 에코브릿지가 함께 진행하는 ‘디깅 온 에어’도 인기가 많다. 멜론 관계자는 “2020년 6월 서비스 론칭 이후 유료회원의 20%가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음악 다양성을 추구하는 플랫폼인 만큼 인디 명곡들을 조명하는 ‘멜론 트랙제로’, K-팝 신예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멜론 하이라이징’도 있다. 음악에서 파생된 핵심 콘텐츠들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플로 제공]
“새로운 스타 탄생시켜라”…‘창작자 발굴’ 역할

미래 세대 창작자 발굴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신경 쓰는 분야 중 하나다.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는 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플랫폼은 바로 플로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시작한 플로는 누구나 팟캐스트, 오디오드라마, 자작곡, 리뷰, ASMR 등을 올릴 수 있다. 주제도 방대하고 올라와 있는 콘텐츠의 개수도 압도적이다. 11월 현재 클로에 등록된 프로그램은 약 2500개, 에피소드는 약 6만개다. 지난 7월 국내 음악 플랫폼 최초로 시작한 커버곡 서비스도 현재까지 약 1500여곡의 콘텐츠가 올라왔다.

지난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주스를 인수한 지니뮤직도 이 서비스를 창작자 발굴의 영역으로 확대했다. 지난 6월 음원을 업로드하면 인공지능(AI)이 악보를 그려주고 편곡도 해주는 ‘지니리라’ 서비스를 내놨다. 이용자 누구나 AI를 통해 음원을 편곡하고 출시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음악을 만드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수익 배분까지 해준다.

플로 관계자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지향점을 두고 오픈 플랫폼으로 확장, 개인 취향의 오디오 콘텐츠, 커버곡을 올려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로베이스원. [지니뮤직·웨이크원 제공]
음악 넘어 라이프스타일 확대

음악 플랫폼은 또 음악뿐 아니라 영역을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하나의 앱으로 모든 서비스를 통합하는가 하면, 오프라인과 연계해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음악뿐 아니라 음악, 영상, 독서, 게임, 공연, 예매 등 문화생활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지니뮤직이 가장 적극적이다. 실시간 라이브공연 플랫폼 스테이지를 통해 콘서트, 뮤지컬, 연극 등 다수의 오프라인 문화예술공연 티켓을 특별가로 판매하는 ‘지니타임티켓’을 제공하고, 김세정의 단독 공연 등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 같은 사업다각화 노력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지니뮤직은 도서·공연사업으로 확장한 3분기에 누적 매출 23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늘었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엔데믹 시대로 들어서며 공연 관람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추진한 서비스”라며 “이용자들에게 음악감상을 넘어 오프라인 공연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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