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다양한 시선…핵심은 '타협과 미래'
요즘 정치권에서는 혁신이 화두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또 혁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혁신이라는 단어는 지겹도록 들어왔다. 그동안 혁신을 했어도 수없이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것도 꼭 선거를 앞두고 혁신을 한다고 한다. 왜 일까?
각 정당은 왜 선거가 코 앞에 닥치면 혁신한다고 야단법석을 떨까? 혁신을 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참패하고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맞다. 바뀌지 않으면 선거에서 진다. 그래서 냉정하게 따지면 혁신은 선거에서 지게 생겼으니,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혁신하려는 것이다. 제대로 말한다면 그동안 정치를 잘못 해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선거가 끝나면 다시 관성에 의해 도로 원점으로 돌아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계파간 파벌싸움이나 하고 쓸데없는 정쟁이나 벌여 왔다고 할 수 있다.
선거가 끝나면 각 정당이 내놓았던 혁신구상은 흐지부지되고 국민의 요구에 눈을 질끈 감고 엉뚱한 짓만 하면서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그런데 그 혁신이 정당의 ‘입맛에 맞는 혁신’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난에 봉착해 있다.
'한류'는 세계를 포용하는데 우리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 있다. 왜 우리의 정치는 어떤 연유로 인해서 여태껏 삼류에 머물고 있을까?
정치평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정당정치의 구조 안에서 선거 입지자들이 아무런 준비와 경험이 없이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은 커다란 오산”이라면서 “정치적 전문성이 부족한 후보가 선거를 통해 선출돼 정치인이 된다면 그 대가는 오롯이 국민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프레시안>전북본부는 '지방정치 오디세이' 3편으로 내년 4월 10일에 치러지는 제22대 총선 출마 입지자 32명에게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 그 답변을 정리해본다.
전북지역 10개 선거구에서 현재 출마예상자가 대략 50명 내외인데 이 가운데 32명이 설문에 응해 응답율이 60%에 이른다. 설문에 응답한 입지자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5명, 정당별 소속은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21명, 진보당 2명, 정의당 1명이 포함돼 있다.
유권자를 대신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니 정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에 응답한 32명을 현역 의원과 전직 의원(지방 의원 포함), 정당인으로 분류해 답변을 정리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정치'
현역의원 5명의 응답을 먼저 살펴본다.(무순)
‘상상을 현실로’… 첨단기술 승부수 북항에 띄웠다'는 제목 아래 ‘2030년 부산항 북항은 어떤 모습일까. 바다에는 해상 도시가 떠 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즐기기 위해 부산을 찾은 관람객은 수변 공원을 거닌다. 박람회장을 찾은 사람들은 부산형 급행철도(BuTX)와 친환경 트램을 타고 이동한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첨단기술을 활용한 ‘도심항공교통(UAM)’이 날아다닌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부산을 방문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UAM에 몸을 싣고 바라본 7년 뒤 북항의 모습이다.‘
지난 8월, 새만금잼버리대회 이후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전북이기에,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고 하는 부산이 부럽기만 하다.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정치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시 말해 ”정치가 모든 사람을 위한 연민과 정의라는 직무를 잊었을 때 가장 가장 고통받는 대상은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들의 삶을 보다 낫게 만들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 정치와 국회의원의 소명“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국태민안(國泰民安),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평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보다 더 '국태민안'이 더 요구될 때가 과연 있었을까?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이 한 말이다. 그는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 for the society)”이라면서 현 사회에서 주요한 가치는 자원이고 ‘자원의 권위적 배분’은 ‘예산의 권위적 배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합의 없는 일방적 예산삭감은 정치 아녀
이와 관련해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산의 권위적 배분 과정은 일부 정치인들이, 일부 관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국민적 동의, 정치적 합의 등 이해와 설득의 과정이어야 할 것이고 그것이 '정치'다.”라고 했다.
슬픈 일이지만 국민들은 우리 정치가 ‘소통과 공감’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것이다. 자기 진영 만을 챙기는 정치, 팬덤정치(극성 지지자들의 입김과 이득만 반영되는 정치)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그를 입증한다.
유권자들은 진정으로 일방 통행식 정치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정치’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 터이다.
전직 의원들이 생각하는 정치는?
내년 총선에는 다수의 전직 의원들이 도전장을 내민다. 프레시안의 설문에 응한 전직 의원들 가운데는 3~4선 출신 전직 국회의원도 있다. 또 지방 의원 출신도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치는 무엇일까?
먼저 두세훈 전 전북도의원(민주당)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 정치라고 답했다. 가장 고전적인 답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마음으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니 지금 국민들이 흘리고 있는 “눈물의 의미와 고통을 제대로 알고 있는 정치인은 과연 있을까?” 라는 의문이 항상 앞서기 때문에 이 답변은 언제나 유효하며 ‘정치’를 가장 근접하게 해석하는 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 허남주 전 전북도의원(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올바르게 얻는 것’이 정치라고 답했다. 교과서적이고 사전적이면서도 이 역시 국민의 마음에 쉽게 와 닿는 멘트가 아닌가 싶다.
국민의 마음을 읽으려 하지 않고 선거 때만 유권자에게 머리를 숙이다가 당선된 이후에는 청개구리같이 정반대의 길로만 가는 이 땅의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고 마음을 얻는 정치
이춘석 전 34대 국회사무총장(민주당)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이 말 역시 매우 함축적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이익 만을 대변하고 자기 진영의 논리에 함몰돼 상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정치가 삼류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 아닌가?
정치인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품고 있어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조배숙 전 국회의원(국민의힘)의 “공동체의 유,무형의 자산을 배분하는 룰을 정하는 것”이라는 견해는 앞서 ‘가치의 권위적 배분’과 궤를 같이 한다.
채이배 전 국회의원(민주당)의 “대화와 설득, 타협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는 답변은 국회의원직을 수행해 본 경험에서 나오는 말로 그 말의 심중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대화와 설득, 타협이 없는 정치는 국가, 사회적 문제를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시키는 ‘대치정국’으로 몰아갈 것이다.
유성엽 전 국회의원(민주당)은 “둘 이상의 관계나 공동체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정치”라면서 “협의의 정치는 나라라는 공동체의 미래를 그려가는 것’이라고 답변했는데 숱한 역경을 헤쳐나간 경험을 통해 얻은 의미있는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전직 공직자 출신 입지자들의 답변을 들여다본다.
자치단체장 출신인 이환주 전 남원시장은 정치는 “어두운 곳을 밝히고 어려운 자를 돕는 것”이라는 답했다. 다시 말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정치라는 해석이다. 자치단체장을 경험한 입지자의 답변으로 충분히 공감이 된다.
역시 자치단체장 출신인 박준배 전 김제시장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이 역시 공직자로서 국가에 충성한다는 원칙과 기본 정신이 배어 나오는 것 같다.
신원식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국민 행복을 위한 제반 활동‘이 곧 정치라는 견해를 밝혔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바른 방법
신현갑 무주,진안,장수 당협위원장(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이 말은 또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 때나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 대표들이 국민들에게 소중한 한표 행사를 호소할 때 종종 등장하는 멘트 가운데 하나 이기도 하다.
김정호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바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너무 나도 지당한 말이다.
나경균 국민의힘 김제부안 당협위원장은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으며 박희승 민주당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은 ’국민을 널리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했다.
성준후 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은 “강자를 통제하고 약자를 부양하여 최소한의 인간 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사람 사는 세상의 마지막 보루”라고 해석했다.
오형수 전 정의당 전북도당위원장(정의당)은 "함께 사는 길을 찾는 일"이 정치라고 답했으며 이근열 제8회 군산시장출마자(국민의힘)는 정치는 "사업"이라고 가장 간략하게 답했다. 정치가 국책사업을 비롯해 경제분야 등 여러 가지 사업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에서 이같은 답변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희성 더민주 전국혁신회의 상임위원(민주당)은 "시민의 삶이 더 나아지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일에 항상 앞장 서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임석삼 한국폴리텍대학 전 김제캠퍼스 학장(국민의힘)은 "국가를 다스리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정치로 보고 있었다. 정치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고, 세상을 바꾸면서 국민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권력을 차지해야 할 것이다.
전권희 익산시 지역위원장(진보당)은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또한 정치라고 해석했다.
기득권 정치는 자신 만을 위하고, 진정한 정치는 타인을 위한 것
정희균 노무현재단 전북공동대표(민주당)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정치가의 소명을 다하면서 지역현안 해결과 발전을 위한 조정자이자 통합자의 역할"이 정치라고 답했다.
유재석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마차를 끄는 일'로 여러 마리의 말의 방향과 속도를 정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일"이 정치라고 했다.
최형재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과 고종윤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의 "한정된 자원을 질서있게 배분하는 것"이라는 말과 성치두 민주당 전북도당 청년소통협력위원장의 "덕치와 사회적으로 희소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 김종원 민주당 사회복지특별위 부위원장의 "정책의 결정을 통한 자원배분 과정"이라는 말은 앞서 소개한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는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정치를 "오늘보다 바람직한 내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한 고상진 익산발전연구원장(민주당)의 해석과 "정치는 성을 쌓는 것이 아니고 함께 길을 내는 것"이라며 "기득권정치, 직업정치는 '나를 위한 정치'에 불과하며 나의 자원과 역량으로 타인을 위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정치"라고 답한 황현선 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민주당)의 말이 정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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