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선수 분노케 한 '찰칵음' 없어질까…챗GPT "몰카 예방도 못하는데" [일문Chat답]
불법 촬영, 약 10년 새 1,137건→5,876건
국민 85.19% 촬영음 설정 자율화 ‘찬성’
권익위 폐지 유도…TTA, 공식 검토 방침
‘찰칵’
무심코 울린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에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한 한국프로골프(KPGA) 김비오.
문제는 지난 2019년 열린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마지막 4라운드 16번 홀(파4)에서 발생했습니다. 김비오는 15번 홀까지 공동 선두로 오르며 상승세를 탔지만, 16번 홀에서 시도한 티샷이 100m도 날아가지 못한 채 떨어져 미스샷에 그쳤습니다.
스윙을 하려는 순간 갤러리 쪽에서 카메라 촬영음이 울리자 움찔한 김비오가 드라이버를 놓친 겁니다.
김비오는 곧바로 갤러리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습니다. 분에 이기지 못한 채 드라이버를 땅에 내리치는 행동도 보였습니다. 그의 손가락 욕설은 TV 생중계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이튿날 KPGA 상벌위원회는 ‘선수자격 정지 3년’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김비오는 해당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프로 선수로서 성숙하지 못한 대처와 별개로 카메라 촬영음 논란으로도 번졌습니다.
카메라 촬영음 의무화는 불법촬영 방지를 위해 2004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표준안 제정으로부터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몰래카메라 범죄 방지를 위해 도입했지만 별다른 효용성이 없다는 겁니다.
경찰청 범죄발생 및 검거현황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발생 건수는 2010년 1,137건에서 지난해 5,876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카메라 무음앱을 설치해 규제를 우회하거나, 줌 기술의 발전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해진 가운데 촬영음 의무화 규정은 정말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걸까요?
MBN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카메라 셔터음이 들리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습니다.
챗GPT는 “카메라 셔터음이 들리는 것만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카메라 셔터음은 주위 사람들에게 사진이 찍히고 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광범위한 안전 조치’와 ‘사회적 인식’을 강조하며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는 적절한 조명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찰 및 안전 당국에 의심스러운 활동을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주변 환경에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카메라 촬영음 기능으로 누군가 나를 촬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을 좀 덜 수 있는가’라는 질의에 대해서는 “그렇다”며 “사생활 침해나 몰래 촬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사진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문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악의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음소거 상태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가정하며 “카메라 셔터음이 들리는 기능이 있더라도 여전히 주변 환경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자신의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휴대전화 촬영음 규제, 다른 나라에는 없습니다. 유엔(UN) 139개 국가 중 오로지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애플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촬영음이 나도록 설정하고 있습니다. 사진 촬영 때마다 60~68㏈의 소리가 발생하도록 한 표준 규격을 따르고, 무음과 진동 모드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소리가 발생하도록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타국에서 출시되는 제품에는 촬영음 활성 여부를 소비자가 직접 설정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판매용 기기를 구매하는 경우도 잦지 않습니다.
실제로 삼성과 애플은 촬영음 미규제 국가 체류 시 해외 이동통신사 서비스망에 들어가게 되면 무음 처리되도록 하는 기능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달 미국을 방문한 20대 여성 A 씨는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때 한국에서는 스피커를 막고 찍어야 해서 불편했는데 미국에서는 셔터음 소리가 안 나 자유롭게 찍을 수 있어서 너무 편리했다”며 “다음에는 휴대전화를 바꾼다면 해외에서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는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휴대전화 촬영음 규제와 관련해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다수 민원이 들어오면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0월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촬영음 설정 자율화’에 85.19%(3,281명)가 찬성했습니다.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5.27%(3,284명)로 확인됐습니다.
‘찬성’한 응답자들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다 △규제에 실효성이 없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약이다 등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반면 ‘반대’한 응답자들은 불법 촬영 증가에 대한 우려를 보였습니다.
실제로 촬영음 의무화 기능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습니다.
민간업체들이 모인 협회 차원에서 만든 표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들이 해당 표준안을 받아들이며 20년 가까이 적용됐습니다.
권익위는 이번 결과를 TTA에 전달할 방침입니다.
민간 자율 규약 형태로 만들어진 만큼 카메라 촬영음 규제를 삭제하라고 권고를 할 수 없지만, 제기된 국민 의견을 통합해 스스로 폐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TTA는 공식 요청이 오면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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