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게임 즐기는 건 좋은데···목이 왜 그래?[일터 일침]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3. 11.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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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장시간 같은 자세로 모니터 바라보면 일자목증후군 위험↑
경추, 직선으로 펴지면 목디스크 등 각종 퇴행성질환 노출
추나요법, 경추와 주변 근육·관절 교정 도와 전신 균형 회복
일자목증후군은 프로게이머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증상 중 하나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직장인 박 모(34)씨는 자신만의 게임 공간을 꾸미고 키보드, 조이스틱 등 관련 장비를 주문 제작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한다. 모니터 앞에 앉아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퇴근 후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사진을 찍던 중 자신의 목이 친구들에 비해 앞으로 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통해 거북이처럼 목을 내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박씨. 다음 날 근처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결과 ‘일자목증후군(거북목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아직 통증이 발생하지 않은 질환 초기 단계라는 점을 위안 삼아 서둘러 교정 치료를 시작하기로 한다.

오늘날 게임은 예술, 방송,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며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고 있다. 각자의 게임 실력을 겨루는 ‘이스포츠(E-Sports)’는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세계인이 열광하는 엄연한 스포츠 종목으로 거듭났다.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이 늘어나면서 게임과 게이머에 대한 인식은 나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1년 진행된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 순위에서 프로게이머가 7위에 올랐다. 다만 척추∙관절 질환을 치료하는 의료진으로서 게이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바로 '자세'다.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 속 상황에 몰입하면서 마치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목이 몸통보다 앞으로 내밀어진 '일자목(거북목)' 자세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자세가 장시간 반복되면 뒷목과 어깨에 상당한 피로감이 누적될 뿐만 아니라 근육과 인대가 뻣뻣하게 경직돼 자세가 굳어지는 '일자목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일자목증후군은 프로게이머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증상 중 하나다. 해외 이스포츠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전부 일자목 자세로 서 있는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이용 실태 및 현황’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주중 평균 1시간 39분, 주말에는 2시간 45분을 게임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씨와 같이 게임에 열정을 쏟는 이른바 ‘헤비 유저’라면 일자목증후군의 위험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일자목증후군은 외관상 보기에 안 좋을 뿐만 아니라 경추(목뼈) 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 경추의 정상적인 형태는 C자형이다. C자형 경추는 마치 스프링이 구부러지듯 머리의 하중과 외부 충격 등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킨다. 그러나 직선으로 펴진 경추는 하중과 충격에 취약해지고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를 비롯한 각종 퇴행성 경추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발견 직후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이 좋다.

경추 신전 스트레칭.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한방에서는 경추의 C자를 되찾기 위해 일자목증후군의 직접적인 원인인 근육과 인대의 경직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집중한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추나요법을 들 수 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경추와 주변 근육 및 관절을 직접 교정하는 치료다. 틀어진 전신의 균형을 되찾고 일자목으로 인해 특정 부위에 집중됐던 부담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평소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는 것도 일자목증후군의 예방 및 개선에 좋은 방법이다. 불균형해진 경추를 안정시키고 정렬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이는 ‘경추 신전 스트레칭’을 소개한다. 먼저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아 쇄골에 손을 교차해 얹는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혀 15초를 유지한 뒤 왼쪽과 오른쪽으로도 각 15초씩 진행한다. 여기까지의 동작을 1세트로 총 3회 반복하면 된다.

게임은 더 이상 ‘사회악’이 아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이자 스포츠로서 우리 사회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같은 자세로 긴 시간 동안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일자목증후군을 비롯해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스트레스를 푸는 모든 이들이 건강한 게임 생활을 오랫동안 이어가기를 바란다.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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