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의' 국방부?…잇단 지적에도 육군 장성 자리 그대로[김관용의 軍界一學]
직제에 반영되지 않은 한시 기구의 상설 운영
국회·감사원·행안부 등 지적에도 문제 개선 안해
일 손 부족해 꼭 직제 필요하면 정식 절차 밟아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 조직 중 국방정책실에는 예하 국장 밑에 ‘차장’이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정책기획관실의 정책기획차장, 국제정책관실의 국제정책차장, 방위정책관실의 방위정책차장 등입니다. 이들 직위는 한시 조직인 테스크포스(TF) 장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각각 전작권 전환TF·한미동맹 70주년 회담준비 TF·전략사령부 창설지원 TF 등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들 직위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규정에도 없는 육군 장성 ‘차장’ 직위
국방부는 대통령령인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제4조와 ‘국방조직 및 정원에 관한 통칙’ 제4조에 따라 그 조직과 정원을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를 통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작권 전환 TF나 한미동맹 70주년 회담준비 TF, 전략사령부 창설지원 TF는 직제에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한시 기구이기 때문입니다. ‘국방조직 및 정원 관리 훈령’ 제37조에 따른 한시 조직은 직제에 반영하지 않고 운영되는 임시 조직의 일종입니다. 기존 조직에서 수행하지 않은 일시적 과제나 사업 등을 수행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특히 ‘국방조직 및 정원 관리 훈령’ 제38조 제2항에 따르면 한시 기구는 비상근으로 운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근 한시 기구는 국가적 사업 또는 어느 부서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국방정책실은 각 군에서 차출한 군인을 국방부 내에서 장기간 운영하거나 상시 업무를 수행하며 상근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12조에 따라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국방정책실 내에 있는데도 한시적 기구인 TF를 설치한 후 TF 명칭을 변경하거나 기간을 연장해 한시 기구를 상설화 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책관 소속 차장 TF 역시 한미 SPI 추진 TF와 제9차·10차·11차 방위비분담금 협상 TF를 거쳐 지금은 한미동맹 70주년 회담준비 TF가 됐습니다. 방위정책관 소속 차장은 대북정책차장, 남북군사협상 TF장을 거쳐 현재는 전략사령부 창설지원 TF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잇단 감사·지적에도 “일 손 모자란다” 무시
게다가 이같은 국방정책실의 TF장은 모두 육군 준장이 보임됐습니다. 이 장성은 직제상 근거가 없는데도 차장 직위로 운영됨으로써 상시적 업무를 수행하거나 국장 부재시 직무를 대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책기획관 예하 TF에는 준장 1명에 영관급 장교 3명, 위관 장교 1명이 배속돼 있습니다. 국제정책관 소속 TF에는 준장 1명에 영관급 3명, 방위정책관 소속 TF에도 역시 준장 1명에 영관급 3명이 보직돼 있습니다. 총 14명의 장교가 법적 근거도 없는 조직에 파견돼 정식 보직 처럼 있는 셈입니다.
국방부의 이러한 조직운영은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제3조에 따라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문민 기반의 확대’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특히 TF장에 육군 출신만 임명해 국방부 본부의 차장 직위로 운영하는 것은 3군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 손이 부족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양새입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2024년도 국방부 소관 예산안 검토보고서에도 똑같은 지적이 되풀이 됐습니다.
보고서는 “국방부의 TF 상설 운영은 TF운영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각 군에서 군인을 차출해 운영함에 따라 야전부대의 업무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시조직에 정원 외의 별도 인원을 배정하해 기존 조직에서 수행하고 있는 상시적 업무를 분리·수행하도록 하거나 운영기간 연장 등을 통해 상설화해 운영하게 되면, 사실상 직제에 반영된 정원을 초과해 변칙적으로 운영하게 돼 직제 규정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기존 조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국가적 사업 또는 긴급한 군사·행정적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규정에 따라 TF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국가기관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도 규정대로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불가피하게 장기간이 예상되거나 상시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련 기관과 정규조직화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방부는 계속해서 해당 직위와 정원이 필요하다면 지금과 같은 ‘꼼수’가 아니라,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에 따라 행정안전부와의 협의를 거쳐 직제 등에 정식으로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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