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도, 황희찬도 침묵한 코리안 더비…연패에 빠진 토트넘은 3위로

김환 기자 2023. 11. 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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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트넘

[포포투=김환]


손흥민과 황희찬이 모두 침묵했다.


토트넘 훗스퍼는 11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12라운드에서 울버햄튼에 1-2로 패배했다. 승점을 획득하지 못한 토트넘은 리그 3위가 됐고, 울버햄튼은 리그 11위로 올라섰다.


토트넘과 울버햄튼의 경기는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과 울버햄튼의 황희찬이 만나는 ‘코리안 더비’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이전에도 만난 적이 있기는 하나, 두 선수들 모두 이번 시즌 들어 활약이 좋기 때문에 이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손흥민은 현재까지 리그에서 8골 1도움을, 황희찬은 6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사진=PL

경기에 앞서 PL 사무국도 손흥민과 황희찬의 맞대결을 조명했다. 사무국은 경기를 앞두고 공식 채널을 통해 “국가대표팀 동료이자 PL 라이벌”이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 이모티콘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PL 사무국은 이번 시즌 두 선수들의 기록도 함께 공개했다. PL 사무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은 893분을 소화하며 8골 1도움을 기록, 18개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드리블 성공은 10회. 황희찬은 684분 동안 6골 2도움과 11개의 기회 창출, 그리고 18회의 드리블 성공을 기록했다.


두 선수들의 활약은 각자 의미가 있었다. 우선 손흥민은 지난 시즌 스포츠 탈장과 체력 고갈, 부상 등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PL은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부진이 이어졌고, 안와골절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가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고전했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10골을 터트렸던 손흥민은 벌써 지난 시즌의 기록을 2골 차로 따라잡았다. PL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2시즌보다 페이스가 더 빠르다. 덩달아 토트넘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손흥민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크다.


황희찬은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울버햄튼에 입단한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일관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황희찬이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이다. 좋은 위치선정과 마무리 능력을 앞세워 울버햄튼 내 최다 득점자로 우뚝 섰다. 울버햄튼도 황희찬의 활약이 이어지자 구단 자체적으로 황희찬을 관리하는 모양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뛴 대부분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았다.


PL 사무국은 지난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0월 이달의 골 후보를 발표했다. 후보에는 황희찬을 비롯해 야콥 브룬 라르센(번리), 잭 해리슨(에버턴), 브라이언 음뵈모, 사만 고도스(이상 브렌트포드), 디오고 달롯(맨쳇으터 유나이티드), 에디 은케티아(아스널), 필립 빌링(본머스)가 선정됐다.


황희찬은 지난달 29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터트린 동점골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선발로 출전한 황희찬은 팀이 1-2로 끌려가던 후반 26분경 박스 안에서 토티 고메스가 연결한 공을 잡아 상대를 속이는 동작으로 수비를 벗겨낸 뒤 골문 가까운 쪽을 바라보고 침착한 슈팅을 시도해 마무리했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동점골에 힘입어 경기를 무승부로 끝냈다.


사진=PL
사진=PL

황희찬의 침착함과 ‘접기’ 능력이 다시 한번 빛난 장면이었다. 황희찬은 골문 앞에서 많은 숫자의 수비수들을 두고도 침착하게 슈팅을 시도하는 척하며 상대를 속이는 페이크를 활용해 수비를 손쉽게 무너뜨렸다. 이후 각이 좁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 경기가 울버햄튼이 억울할 만한 판정이 나와 피해를 입었던 경기였기 때문에 황희찬의 활약은 더욱 조명됐다. 황희찬은 이날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주고 직접 이를 만회했다. 상황은 이랬다. 혼전 상황에서 황희찬이 공을 걷어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파비안 셰어가 넘어졌다.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도 없이 곧바로 뉴캐슬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경기 후 황희찬은 판정에 대해 “페널티킥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공을 차려고 했는데 (셰어가) 나를 막았다. 하지만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해 어쩔 수 없었다. 전반전이 끝난 뒤 동료들이 나를 다독여줬다. 할 수 있다고, 괜찮다고 말해줬다. 동료들이 나를 믿어준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무언가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동점골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뉴캐슬전 득점은 황희찬의 시즌 6호골이었다. 이 득점으로 황희찬은 자신의 PL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울버햄튼에 입단한 이후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황희찬은 이번 시즌 그 아쉬움을 풀고 있다. 자신감을 얻은 황희찬은 지난 10월 A매치 기간에도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득점을 터트리며 이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이번 경기에서는 침묵했다. 손흥민은 득점을 노릴 틈이 없었다. 첼시전에서 부상을 당해 빠진 제임스 메디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동료들에게 공을 연결해야 했고, 측면으로 이동해 기회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했다. 또한 손흥민과 함께 출전한 데얀 쿨루셉스키와 브레넌 존슨이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손흥민 역시 득점할 기회가 적었다.


황희찬은 빗나간 슈팅으로 땅을 쳤다. 후반 9분 코너킥 이후 세컨볼이 황희찬에게 왔지만, 공이 땅에 맞고 굴절된 상태였기 때문에 황희찬의 슈팅이 제대로 임팩트가 되지 않았다. 골문 바로 앞에서 시도한 슈팅이었기에 황희찬의 득점 실패는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경기도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주전 선수들의 대거 이탈로 인해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토트넘이 전반전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2분 박스 오른편에서 쿨루셉스키가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한 페드로 포로에게 감각적으로 패스를 넘겼고, 포로가 문전으로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보냈다. 이를 침투하던 존슨이 방향만 바꾸는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은 선제골이 나온 이후 서서히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선제골 장면 외에 특별히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다. 울버햄튼은 수비에 집중한 뒤 측면에 배치된 넬송 세메두와 라얀 아이트 누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빠른 역습을 시도했다. 센터백부터 시작되는 전환 패스와 측면 자원들을 활용한 공격이 돋보였다. 울버햄튼은 전반 8분 주앙 고메스의 슈팅과 전반 9분 아이트 누리의 슈팅이 모두 수비에 맞고 나와 아쉬워했다.


울버햄튼은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시도해 토트넘을 괴롭혔다. 지난 경기에서 퇴장당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부상을 입은 미키 반 더 벤이 빠지고 에릭 다이어와 벤 데이비스가 출전한 토트넘의 센터백 라인은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에도 패스 성공률이 낮고 빌드업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두 선수들은 울버햄튼의 강한 전방 압박 속에서 더욱 고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울버햄튼이 주도권을 가져왔다. 울버햄튼은 점유율에서 토트넘에 밀렸지만, 확실한 찬스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전반전에만 9회의 슈팅을 기록했던 울버햄튼이다. 반면 토트넘의 슈팅은 2회에 그쳤다.


토트넘을 위기에서 끌어낸 건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선방이었다. 전반 32분 마테우스 쿠냐의 패스를 받은 마리오 르미나가 낮게 깔리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비카리오가 손끝으로 쳐냈다. 전반전 막바지에 나온 아이트 누리의 슈팅은 빗나갔다. 결국 전반전은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울버햄튼은 후반전에도 분위기를 이어갔다. 후반 1분 장리크네 벨레가르드가 드리블을 통해 수비를 열었고, 과감한 슈팅을 시도해 토트넘을 위협했다. 후반 5분에는 쿠냐가 장기인 드리블을 앞세워 토트넘 수비를 공략한 뒤 박스 안에서 슈팅을 때려봤지만 수비에 막혔다. 토트넘은 곧바로 역습을 시도했지만 존슨의 슈팅이 제대로 맞지 않아 조세 사를 넘지 못했다.


울버햄튼이 계속 두드렸다. 후반 7분 아이트 누리의 패스를 받은 쿠냐가 시도한 슈팅은 크게 벗어났다. 후반 9분 황희찬이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으나 슈팅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토트넘은 교체카드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후반 17분 파페 사르를 불러들이고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투입했다. 직접 공을 몰고 상대 진영까지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벤탄쿠르를 활용해 역습 상황에서 찬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또한 벤탄쿠르의 높은 활동량은 울버햄튼과의 중원 싸움에도 용이했다. 이에 울버햄튼은 후반 20분 체력이 많이 소진된 세메두를 맷 도허티와 교체해줬다. 도허티는 자신의 전 소속팀인 토트넘을 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여전히 주도권은 울버햄튼이 쥐었다. 울버햄튼은 전반전과 달리 점유율도 높게 기록했고, 빠른 공격과 강한 압박으로 계속 토트넘을 괴롭혔다. 토트넘은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어가 기대 이상의 수비를 펼친 게 다행으로 느껴진 토트넘이었다.


후반 중반이 넘어가자 양 팀이 승부수를 던졌다. 울버햄튼은 벨레가르드를 대신해 사샤 칼라이지치를 투입했다. 이날 울버햄튼은 코너킥과 프리킥 등 유독 세트피스 기회가 많았는데, 아쉬운 킥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미터의 장신인 칼라이지치의 공중볼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였다. 또한 측면 자원들의 경기력이 좋은 만큼 크로스 기회를 노릴 수도 있었다. 토트넘은 존슨과 이브 비수마를 브리안 힐, 지오바니 로 셀소와 교체해 맞수를 뒀다.


그러나 토트넘은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후반 38분 아이트 누리에게 측면 공간에 이어 크로스까지 허용했다. 에메르송 로얄이 걷어내며 위기를 넘겼다. 후반 39분 고메스의 크로스를 칼라이지치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외면했다. 토트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토트넘은 후반 42분 로 셀소의 왼발 슈팅으로 쐐기를 박으려 했으나 사의 선방에 막혔다.


경기 막바지 울버햄튼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후반 45분 교체로 투입된 파블로 사라비아가 쿠냐의 패스를 감각적인 터치로 컨트롤한 뒤 강력한 슈팅을 시도해 동점골을 터트렸다. 게리 오닐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사라비아의 동점골이 터진 이후 경기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마음이 급한 양 팀 선수들은 우왕좌왕했고, 주심은 경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웃은 쪽은 울버햄튼이었다. 사라비아의 발끝이 다시 한번 빛났다. 후반 추가시간 7분 사라비아가 연결한 절묘한 패스를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는 움직임으로 받은 르미나가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울버햄튼의 역전. 경기 내내 주도하던 울버햄튼은 결국 토트넘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이날 패배 이후 아스널이 번리를 상대로 승리해 3위로 내려갔다. 또한 첼시전 패배 이후 시즌 첫 연패를 당했다. 메디슨과 로메로, 반 더 벤, 데스티니 우도기까지 이번 시즌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경기였다. 토트넘은 이 선수들의 공백을 메울 방법을 고민해 다음 경기에서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반면 울버햄튼은 셰필드 유나이티드전 패배의 아쉬움을 씻고 다시 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울버햄튼은 A매치 휴식기 이후 풀럼 원정을 떠난다. 중위권과 중상위권의 승점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리그 중상위권 도약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치열했던 경기 속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이 모두 침묵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두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흐름이 좋았기 때문에 득점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듯하다.


중계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손흥민과 황희찬은 경기 후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토트넘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SNS를 통해 두 선수들이 만난 사진을 공개했다. 별다른 멘트는 없고 악수를 하는 이모티콘과 함께 한국(Korea)을 뜻하는 ‘KR’ 이모티콘이 있었다.


적으로 만났던 손흥민과 황희찬은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다. 두 선수들은 A매치 기간에 맞춰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싱가포르, 중국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 돌입한다. 지금까지는 친선 경기, 즉 모의고사였지만 이제는 실전에 돌입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과 더불어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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