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정책, “우리나라가 수준이 있는데…” [세상에 이런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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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인력 단속이 웬 말이냐! 농번기 농촌 인력이 먼저다!!" 요즘 농어촌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 문구다.
이주노동자 차별 정책으로 비판을 받는 '월 100만원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법안을 대표발의한 조정훈 의원과의 질의문답 시간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외국 인력 정책은 국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정책이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고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할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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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인력 단속이 웬 말이냐! 농번기 농촌 인력이 먼저다!!” 요즘 농어촌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 문구다. 농어촌 지역을 비롯하여 중소기업 전반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저출산 인구절벽으로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외국인 정책이 구원투수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법무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백년대계 비자 정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교육 정책 앞에나 붙었던 ‘백년대계’라는 말이 비자 정책 앞에 붙은 것이다.
법무부는 비자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이민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숙련된 외국인노동자가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의 쿼터를 연간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한국 사회의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로 등장한 외국인 정책,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바라볼 때 외국인 정책이 과연 구원투수 노릇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그 누구도 노동을 강요할 수는 없기에 사직서 제출은 노동자의 마지막 저항이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그 마지막 저항마저 포기당하고 있다. 사업장 변경의 횟수와 사유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정부 연구용역을 맡은 국책연구소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 제한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고용노동부에 제안할 정도로 사업장 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 내년도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운영 예산 전액 삭감
20만명이 넘는 16개국 청년들이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사업장에서 밤낮없이 일하고도 못 받은 임금이 연 1200억원에 달한다. 비닐하우스 기숙사 등 열악한 주거 문제는 주요 외신에서 다룰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주노동자에게 최후의 보루였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운영 예산을 내년에 전액 삭감하겠다는 정부는 ‘지역 소멸 위기 대응’을 이유로 사업장 변경 지역마저 제한하겠다며 이주노동자를 옥죄고 있다.
법무부가 작년 4월부터 도입한, 일반기능인력(E-7-3) 비자로 조선소 인력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또한 파열음이 들린다. 이 비자를 받은 조선소 근무 이주노동자에게는 규정상 국민총소득(GNI)의 70%, 월 270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입국 전에 임금 월 ‘27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왔는데, 한국에 오니 ‘최저임금’만 지급했다. 이런 이주노동자 취업 사기의 실태가 폭로되고 있지만, 법무부는 그저 침묵하고 있다.
지난 10월11일 법무부 국정감사. 이주노동자 차별 정책으로 비판을 받는 ‘월 100만원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법안을 대표발의한 조정훈 의원과의 질의문답 시간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외국 인력 정책은 국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제적 기준은 따라야 하기에 특정 종교 출신을 배제하는 정책은 추진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수준이 있는데…”라고 말했다.
정부가 알선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1200억원에 달하는 임금 체불,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발생하는 이주노동자 사망, 월 27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근로계약을 한 뒤 입국한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취업 사기에 그저 눈감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에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게 우리나라 수준인가? 이게 정말 국익을 위한 것인가?”
외국인 정책이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고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할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덕 기업의 행태에 눈감고 손쉽게 착취할 수 있는 구조를 방치할 게 아니라, 무법천지인 현장에 법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시민의 이익에 부합한다.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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