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가을 제주섬은 온통 은빛 물결…"갈대 아니고 억새"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가을 제주의 빛깔은 '은빛'이다.
전국 곳곳이 단풍으로 빨갛게 노랗게 울긋불긋 물드는 이 시기 제주의 산과 오름, 들녘 곳곳은 온통 억새로 뒤덮인다.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가을철 제주 섬 곳곳에 펼쳐진 은빛 억새 물결은 평소 산행을 즐기지 않는 이들을 오름으로 이끌고, 차를 타고 쌩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가을 제주 뒤덮는 은빛 물결은 갈대 아니고 '억새'
대개 억새인지 갈대인지 많이들 헷갈려한다. 생김새도, 피는 시기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둘러봐도 제주의 억새 명소를 갈대 명소로 소개해놓은 게시물이 많다.
그러나 제주에서 주로 보이는 건 억새다.
억새와 갈대는 둘 다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잘 보면 구분할 수 있다.
갈대는 강·호수 주변이나 습지 등 물가, 억새는 산이나 들판에서 주로 자란다.
억새 중 물가에 자라는 물억새도 있는데, 물억새와 갈대는 색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빛을 띠지만 억새는 은색이나 흰색 등 은은한 색으로 보인다.
또한 갈대는 높이가 2∼3m, 억새는 1∼2m로 갈대가 키가 더 큰 편이다.
갈대는 빗자루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쓰여왔고, 어린 억새는 과거 말이나 소의 먹이가 되기도 했다.
억새 물결은 제주를 담은 그림이나 사진 등 예술작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여행객들의 기념사진에 멋진 배경이 된다. 이 계절 높이 자란 억새밭 앞에 서서 셔터만 툭 눌러도 쉽게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과거 제주에서는 억새꽃축제가 열리기도 했었다.
1993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도내 억새군락지 곳곳에서 매년 가을마다 열려 억새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나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방문객이 적고 타지역 억새꽃 축제와 차별성이 떨어지는 등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며 결국 2009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억새를 소재로 한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여전히 가을 제주에는 억새 물결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오름, 들판, 해안 곳곳이 은빛 물결…도내 억새 명소는
가을철 제주 어딜 가나 억새 물결이 넘실대지만, 대표적인 억새 명소를 꼽아보자면 우선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의 산굼부리가 있다.
산굼부리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출렁이는 억새 물결, 그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한라산과 오름 능선이 어우러진 장관을 볼 수 있다.
정상부에 오르면 탁 트인 제주의 가을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는 분화구 안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제주들불축제 장소로 알려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오름 전체가 은빛 물결로 뒤덮이는 눈부신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오름을 오르다 잠시 서서 뒤를 돌아보면 탁 트인 제주도 서부지역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해가 뜰 무렵 찾아가면 아침 햇살이 번진 억새밭 풍경을, 해질녘에는 억새 물결이 석양에 물든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새별오름에서 석양 풍경은 일품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따라비오름은 '가을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오름 입구에서부터 펼쳐진 억새 군락은 정상부까지 이어져 억새 물결 속 탐방을 즐길 수 있다.
정상부에서는 한라산과 오름 군락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일몰 명소로도 널리 알려진 용눈이오름도 가을을 맞아 산책로 주변 은빛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해질녘 석양에 물든 억새 물결이 자아내는 풍경은 꿈결같은 기분에 들게 한다.
봄철 유채꽃의 노란빛으로 물들었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유채꽃프라자 일대와 대록산(큰사슴이오름) 일대는 가을에 억새 명소로 변신한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오름과 중산간의 넓은 들녘 곳곳에 억새가 군락을 이뤄 자라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억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억새를 감상하고 싶다면 제주시 조천읍 닭머르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닭머르는 푸른 바다와 검은 현무암, 억새 물결이 어우러진 장관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앉아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도 세워져 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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