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실사 코앞…“필수의료 유인책·교육의 질도 따져야”

강승지 기자 김기성 기자 2023.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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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미니의대 강력 요구…최대 2.7배 증원 요청
국민이용행태 변화 등 의료체계 개편도 병행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2023.10.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김기성 기자 =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늘리려는 정부가 의대 보유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마치고 이들 대학의 교육 환경과 역량을 점검하는 실사에 착수한다.

의대생 증원 의지는 국립대와 현재 입학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를 둔 대학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에 지난 9일까지 증원 희망 규모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대학들은 제출 직전까지 증원 규모에 대해 내부에서 고심했고, 대다수 대학이 10일까지 입장을 표명했다.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를 둔 대학들은 대부분 입학정원을 2배 이상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미니 의대는 전국에 17곳이 있다.

지역별 의대 설치 현황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원이 40명인 차의과학대와 아주대는 각각 80명, 100~150명을 희망한다. 49명인 인하대는 100명, 동아대는 100~120명으로 확대를 원한다. 49명인 건양대 역시 120명으로 증원을 요청했다.

국립대들도 증원 의지가 강하다. 경상국립대는 76명에서 2배가 넘는 150~200명을, 125명인 부산대도 150~200명을 각각 희망한다.

특히 정원이 110명인 충남대는 세종캠퍼스까지 고려해 최대 300명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정원보다 경상국립대는 2.63배, 충남대는 2.72배 원하는 셈이다.

지방 국립대나 미니 의대의 증원 요구는 대학 전략일 뿐만 아니라 붕괴 위기에 처한 지역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지역사회 요청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의대가 있는 서울 소재 대학들도 증원을 바라지 않는 게 아니다. 증원을 바란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3~17일에 수요조사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이 결과로 실제 의대 증원이 이뤄지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송양수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수요조사 결과가 어떻다는 정보를 전할 내용"이라며 "증원 규모는 의료계 등 각계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복지부는 각 대학 의대 증원 수요를 서류로 검토한 뒤 의학교육점검반을 통해 현장 조사에 나선다.

현재 교육 역량에 증원이 가능한 상황인지, 대학 설립을 위한 4대 요건(교지·교사(시설)·교원·수익용 기본재산)을 충족하는지 확인한다.

각 대학의 의대생 증원 방침은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함께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의료체계 경쟁을 보여준다. 의대 정원은 2006년 3058명으로 축소 조정된 뒤 17년 넘게 유지돼 왔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 등 병원계 참석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 현안 관련 병원계 간담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2023.1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에 대해 김한숙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우리나라는) 의사 수는 적은데 진료량은 많다. 의사도 상당히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학적 입장이든, 소비자 입장에서든 국민의 (의료) 이용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 (최근 논의 과정에서) 강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증원과 함께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들을 유인할 실질적 대책과 보건의료 체계를 개선할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실손보험 문제, 필수의료 종사자 법적 보호와 삶의 질 개선, 비필수 의료영역에 대한 조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원 그 자체는 가변적이어야 하며 공급과 수요에 따른 조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정책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10년 후 미래 의료수요뿐만 아니라 향후 정부가 의료시장에 개입할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교수는 "현재 국민 1인당 의료서비스 이용량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 3배 수준"이라며 왜곡된 의료 시장을 바로잡을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이밖에 의대 증원을 결정할 때,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최근 "현재 실시 중인 대학별 의대 증원 수요조사는 대학의 주관적인 요구만을 반영한 숫자가 집계됨으로써 의사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증원 규모와 방법은 증원 수요와 단순 합산이 돼선 안 된다"며 "무조건적인 정원 확대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 보건에 커다란 위해"라고 했다.

협의회는 의대 증원이 의학교육의 질 저하로 귀결되지 않도록 '의료인력 적정 평가위원회'가 구성돼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적정 의사 수를 산출할 것을 제안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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