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n스토리]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지킴이' 김성일 교사

박성제 2023.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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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36) 부산 혜광고 교사는 동구, 중구, 서구, 영도구로 이뤄진 원도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12일 이같이 말했다.

서구 대신동에서 나고 자란 김 교사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이 점차 쇠퇴해가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는데 특히 우리나라 책방골목 가운데 마지막이다시피 한 보수동 책방골목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이어 "전문가들은 부산이 아닌 타지역 출신이었는데도 보수동 책방골목의 가치를 알아보고 힘써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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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시·영화·노래 등 다양한 활동으로 보수동 책방골목 홍보
김성일 교사 [촬영 박성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타지인도 부산에 있는 유산의 가치를 알아보는데, 부산 사람이면 당연히 보존을 위해 더 노력해야 않을까요?"

김성일(36) 부산 혜광고 교사는 동구, 중구, 서구, 영도구로 이뤄진 원도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12일 이같이 말했다.

원도심은 과거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중심지였으나, 현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서구 대신동에서 나고 자란 김 교사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이 점차 쇠퇴해가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는데 특히 우리나라 책방골목 가운데 마지막이다시피 한 보수동 책방골목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1950년대 헌 참고서와 미군들의 헌 잡지를 사고팔던 곳으로 1980년대 전성기를 이뤘지만, 현재는 책방 30여곳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마지막으로 남은 보수동 책방골목 [김성일 교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에 김 교사는 2020년 당시 재직 중이던 동주여고의 학생들과 책방골목 살리기에 나섰다.

그는 학생들과 이 골목을 주제로 시를 지은 뒤 시집을 출판했고, 타 학교 학생들과 연계해 단편 영화도 제작했다.

다음 해에는 전근을 간 부산 혜광고에서 학생들과 '보수동, 그 거리'라는 노래를 만들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뮤직비디오 제작하는 학생들 [김성일 교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김 교사는 이때 아무런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SNS(소셜미디어) 시인으로 유명한 하상욱 시인과 최대호 시인을 초청하는 것은 물론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을 섭외했다.

김 교사는 "시인들은 시 작성, 출판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영화 제작 전문가들은 연기하는 방법부터 촬영, 편집까지 세심하게 알려줘 학생들이 무사히 작품을 완성했다"며 "출판한 시집은 지역 도서관, 독립 서점에 배치됐으며, 영화와 뮤직비디오는 SNS에 크게 화제가 돼서 한 대회에서 1등 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부산이 아닌 타지역 출신이었는데도 보수동 책방골목의 가치를 알아보고 힘써줬다"고 말했다.

단편영화 촬영하는 학생들 [김성일 교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후에도 김 교사는 시니어 바리스타들이 내리는 커피의 원두를 '보수동 블렌딩'으로 브랜드화하고 다양한 연관 상품을 기획했다.

학생들이 책방골목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전문 아티스트와 협업해 색칠할 수 있는 도안으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그는 "커피와 색칠 도안 모두 기획은 했지만, 저작권을 넘기거나 바리스타들에게 수익금이 돌아가 실제로 얻은 금전적 이익은 없다"고 웃음을 내비쳤다.

책방골목 보존 포럼 연 김 교사 [김성일 교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김 교사의 이러한 노력은 책방골목을 실질적으로 지키는 데까지 나아갔다.

지난해 말 한 건설업자가 보수동 책방골목의 건물 일부를 철거하고 오피스텔로 짓겠다고 통보했다.

위기감을 느낀 그는 문인, 교수, 시민 등을 모아 책방골목의 미래를 논의하는 포럼을 여러 차례 열었다.

이후 지자체와 언론에서 이 문제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서 점차 공론화가 됐고, 결국 건설업자는 기존의 책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직접 리모델링해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김 교사는 앞으로 범위를 확대해 원도심 전체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싶다.

김 교사는 "원도심에는 부산시가 미래 유산이라고 선정한 부산 고유의 유·무형 유산이 아주 많다"며 "교사로서 업무를 유지하되 학생들과 즐거운 '원도심 지킴이' 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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