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달인' 된 김병만 "자연 놀이터에서 아이들 웃음 되찾겠다"

최은서 2023.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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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에 '나무 놀이터' 연 코미디언 김병만
10년 전 '정글의 법칙'서 나무 깎다 목공 시작해
"오염된 세상에서 사는 아이들 노는 재미 잃어"
"놀이터 통해 아이들 웃음 주는 것도 나만의 길"
코미디언 김병만씨가 6일 경기 양주시의 '나무 놀이터'에서 직접 만든 목공예 장난감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저랑 대결 한번 하실래요?”

6일 경기 양주시 놀이문화공간 '나무 놀이터'에서 만난 코미디언 김병만(48)씨가 능청스럽게 '쇠구슬 옮기기' 대결을 제안했다. 나무 막대 위에 쇠구슬을 올리고 막대 양 끝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기며 막대 꼭대기까지 구슬을 옮기는 놀이다. 대결이 시작되자 시간이 금세 흘렀다. 김씨는 "아이들이 여기 오면 장난감에 푹 빠져서 휴대폰도 안 본다"라고 공간을 소개했다.

KBS ‘개그콘서트’ 단일 최장수 코너 ‘달인’의 주인공이자 10년 넘게 방영된 SBS ‘정글의 법칙’의 유일무이한 족장.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경비행기 조종 등 숱한 자격증을 따며 도전을 이어온 김씨가 이번에는 ‘목공의 달인’이 됐다. 그는 목공 전문가 허종필 바이브라스 대표와 손잡고 지난달 '나무 놀이터'를 열었다. 아이들이 와서 나무로 만들어진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다. 목공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김씨는 “오염된 세상에서 사는 아이들은 우리 세대와 달리 자연에서 노는 재미를 잃었다”며 “자연의 놀이터를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정글에서 젓가락 만들다가… 목공 관심 커져

코미디언 김병만씨가 6일 경기 양주시 '나무 놀이터'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접시 돌리기 목공예 소품을 들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김씨가 목공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10여 년 전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정글에서 나무를 깎아 생존에 필요한 젓가락 등 소도구를 임시방편으로 만들면서 한편으론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완벽한 나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후에도 여러 방송에 출연하면서 손수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을 쌓았다. 6년 전 개인 공방을 차려 목공을 시작했다.

김씨는 목공에 주특기인 코미디를 접목해 차별화를 꾀한다. ‘달인’에서 접시 돌리기를 했던 경험을 살려 어린이들도 쉽게 접시를 돌릴 수 있도록 밑바닥에 작은 홈을 판 나무 접시를 만들었다.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은 계란 모양 장난감은 높이 쌓기 게임 도구로 변신했다. 그가 개발한 나무 장난감만 수십 개다. 그는 "요즘 아이들이 평소 접하지 못하는 나무로 된 장난감을 소개하기 위해서다"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동심을 되찾는 기분이 든다"고 활짝 웃었다.

놀이터를 자연공원으로 확장하는 게 그의 꿈이다. 2014년 ‘정글의 법칙’ 촬영차 갔던 중미 코스타리카의 친환경 국립공원에서 영감을 받았다. 김씨는 “코스타리카 국립공원은 사람이 식물을 밟는 걸 최대한 지양하고자 짚라인이나 구름다리를 활용해 관람 경로를 조성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이 직접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복 아닌 공생’ 자연에 대한 생각 바뀌어

코미디언 김병만씨가 '정글의 법칙-펜트아일랜드: 욕망의 섬' 편에서 직접 지은 정글 하우스인 절벽 가옥을 선보였다. SBS 제공

목공을 하며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생각도 달라졌다. ‘정글 족장’이었던 김씨에게 자연이란 생존을 위해 정복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러다 2015년 국립생태원 홍보대사로 위촉돼 당시 초대 국립생태원장이었던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를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김씨는 “최 교수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으로 자연을 ‘공생할 대상’으로 여기게 됐다”며 “그 계기로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저서를 읽거나, 남극 보존에 힘쓰는 탐험가 로버트 찰스 스완을 만나며 자연 보존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고 했다.

자연 보호에도 앞장섰다. 2021년 생태계 교란종 등을 다룬 SBS 예능 ‘공생의 법칙’에 투자·출연했다. 뉴질랜드의 숲에 친환경 집을 짓고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자연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같은 그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김씨는 "'네가 무슨 환경운동가냐' '오지랖도 넓다'며 아니꼽게 보거나 '어디 쓰레기 버리기만 해 봐'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환경운동가가 아니고 내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며 “그저 내가 좋았던 것을 소개하고 싶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즐거워한다면 행복하다"고 했다.


“나만의 길 개척… 고인물 되고 싶지 않다”

코미디언 김병만씨가 6일 경기 양주시 '나무 놀이터'에서 자연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놀이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의 본업은 여전히 몸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다. 그는 "'몸으로 웃긴다'고 하는 슬랩스틱이나 익스트림이 동반된 코미디도 결국 뇌가 시키는 것"이라며 "작은 소품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져 '달인' 때부터 소품을 직접 제작할 정도로 많은 계산이 필요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토크 위주의 주요 예능에 나오는) 다른 코미디언들의 길을 따라가면 내가 10등이 될 수도, 20등이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김병만이 좋아하는 길'은 내가 1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무 놀이터'도 그만의 코미디다. 김씨는 "놀이터를 통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역시 내가 코미디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농촌을 찾아가는 지역 행사 '달인쇼'도 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시골에서 낮에는 농삿일을 하고, 저녁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쇼를 선보인다. 김씨는 "고인물이 되고 싶지 않다"며 "지금처럼 아이들을 웃기려면 항상 새로운 곳으로 흘러야 한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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