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스토리'를 입혀라 [이가희의 수담활론]

파이낸셜뉴스 2023.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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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희의 스토리텔링 툴킷'
기술 개발 과정의 실패와 고뇌
'감동 스토리' 활용해야
이 시간에도 사장되는 특허기술 즐비
이가희 지식재산스토리텔링협회(IPSA) 회장, 문학박사.

[수담활론(手談闊論)]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수담)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이슈들을 파악하고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편집자 주>

하나의 발명이 최종 특허 등록 결정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과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허 탄생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감동적인 스토리인 경우가 많다. 발명 특허권자들을 만나보면, "특허기술 안에 수많은 역경과 시련을 겪으며 이 자리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책으로 쓰면 소설책이 몇 권입니다"라고들 한다.

그런데 막상, 제품 설명을 할 때 보면, 바로 '기능 설명'으로 들어간다. 어떤 부분이 뛰어나다거나, 이런 부분이 최고라고 강조하기 시작한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중소기업 제품이기에 디자인면에서 많이 떨어진다거나, 성능도 거기에서 거기인 것 같다는 인상을 종종 받곤 한다.

그리고 나서, 후에 사석에서 발명 특허 등록과정의, 그 눈물겨운 스토리를 듣고나면 제품을 대하는 자세가 사뭇 달라지게 된다. 제품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라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법인데, 대부분의 특허 개발자들에겐 이런 스토리텔링이 빠진, 제품 기능 설명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제품 기능 설명들은 설명서에 다 나와 있지 않은가.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미래의 부를 창조하는 길은 더 이상 상품의 기능에서 나오지 않는다.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21세기, 소비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담긴 제품을 구매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은 부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제품의 특성을 객관적인 사실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감성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의미한다.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기능, 성능, 품질, 가격 등에 대한 이성적인 사실이나 정보보다는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기업 내·외부 및 고객 등과 관련된 감성적인 이야기를 제공한다. 즉 소비자의 꿈과 감성을 만족하게 해 주는 이야기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함으로써 소비자의 몰입과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마케팅을 위한 스토리는 브랜드의 콘셉트, 제품·서비스의 기능과 성능 및 목표 고객 등을 고려하여 차별화된 가치를 잘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 콘셉트의 차별화는 물론 제품·서비스와 연관된 이야기는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출처로부터 발굴될 수 있다. 즉 제품·서비스와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나 역사, 신화, 소설, 사회적 이슈들이 이야기의 소재들이다. 또 제품 · 서비스의 선호에 영향을 주는 오피니언 리더의 견해나 기업경영 과정에서 CEO와 직원들을 둘러싼 성공과 위기에 관한 이야기, 고객의 체험담과 에피소드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어쩌면 해당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할 수 있다.

아울러 목표 고객층의 라이프 스타일과 경험을 고려한 마케팅 스토리는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고객들이 쉽게 기억하고 몰입이 가능한 이야기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제품의 특징만 부각시키는 경우에는 고객의 공감대 형성이 어렵고 심하면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재미와 가치를 겸한 이야기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 및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야기에 감동한 고객은 주변 사람들에게 또 전달하게 되는 구전효과를 볼 수 있다.

김호원 전 특허청장은 필자가 '지식재산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을 썼을 때 이런 말을 했다. "특허청장 재임 시절에 이 지식재산 스토리텔링을 알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아무리 훌륭한 특허라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서 늘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지식재산 스토리텔링으로 우수한 지식재산이 매몰되는 일이 없을 것 같아 안심"이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알려지지 못한 많은 발명 특허가 즐비하다. 앞으로는 지식재산 속에 내재 된 감동 스토리로 특허 기술을 알린다면 이런 불행한 경우는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식재산 스토리텔링은 특허 상표 디자인 등의 지식재산 분야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으로 판단한다.

발명 특허,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로 제품으로 나왔을 때는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는 것이다. 이 세상에 최고의 제품, 최고의 기술은 없다. 내일이면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제품과 기술들이 수도 없이 쏟아진다. 최고는 항상 바뀌는 것이다. 그것이 과학기술이다. 최고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감동 스토리'다. 감동 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토리가 있는 제품은 지갑을 열게 한다. 스토리는 제품의 가치와 특허 기술을 빛나게 한다. 이것이 스토리의 힘이다.

이가희 지식재산스토리텔링협회(IPSA) 회장·문학박사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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