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었지만 주머니 비었다"… 대형건설업체들 우울한 성적표

신유진 기자 2023. 11. 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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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웠던 3분기, 전망 밝지 않은 4분기
올 3분기 국내 대형건설기업들의 성적표가 암울하다. 주요 업체드은 매출 성장을 이루고도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주택경기 침체와 공공공사 발주 부진,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원가율 상승 등으로 국내 대형건설기업들의 성적표도 좋지 않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업체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그나마 시공능력(2023년 기준) 2위 현대건설과 7위 포스코이앤씨만이 영업이익이 늘었다. 주요 건설업체들은 매출 성장을 이루고도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부실시공으로 수천억원대 손실을 반영한 GS건설은 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업계에선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다소 완화되더라도 당분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물산, 영업이익 2분기 연속 3000억원 달성


업계 1위 삼성물산은 올 3분기 매출 5조2820억원(이하 연결기준), 영업이익 303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삼성물산 측은 2분기 연속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을 기록해 1조클럽 달성을 전망하며 실적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6.1% 증가에도 영업이익은 6.5% 감소했다.

시공능력 3위 대우건설도 3분기 매출액 2조990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늘었으나 영업이익(1902억원)은 7.4% 줄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고금리와 건설 자재비 상승에 따라 주택건축사업 원가율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은 토목과 플랜트사업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확대됐다"며 "대형 프로젝트의 매출과 향후 신규 프로젝트도 실적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시공능력 5위 GS건설은 가장 큰 폭의 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GS건설의 올 3분기 매출액은 3조1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00억원에 그치며 반토막 났다. GS건설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지속 상승, 대외환경 악화로 원가율이 높아지고 공사 품질·안전 강화 비용을 반영함에 따라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시공능력 6위 DL이앤씨는 원가율 상승 영향으로 수익성이 반토막 났다. DL이앤씨는 3분기 매출(1조837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고 영업이익(804억원)은 같은 기간 30.9%나 쪼그라들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업종이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앞으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탄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담보된 양질의 신규 수주를 확대하고 기업가치 상승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와 지난해 3분기 건설업체 실적 비교. /그래픽=강지호 기자



현대건설, 영업이익 60% 급증… 포스코이앤씨도 선방


올 3분기 7조620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40.3% 성장한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영업이익(2455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7% 증가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219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이라크에서도 1조2000억원대의 인프라 공사를 따내는 등 해외에서 호조세를 보인 데다 국내 주택사업에서도 분양 실적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올들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22.7% 증가한 총 21조8921억원의 신규 수주를 확보, 누적 기준으로 65조5623억원의 일감을 확보해 놓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올 3분기에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8% 많은 2조438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0.2% 증가한 5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선방했다. 전 부문에 걸친 비용절감으로 이익이 소폭 증가했다는 게 포스코이앤씨 설명이다. 3분기 수주는 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당진 LNG터미널, 포항 양극재 2단계 토건공사 등 플랜트에서 7000억원가량 수주했고 인프라사업에선 1000억원 규모의 당진 LNG터미널 항만공사를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정비사업에서도 상동 한아름현대 리모델링 사업과 시흥 목감2구역 등 1조3000여억원 규모의 공사를 확보했다.


"내년에도 어렵다"


대형건설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수요 침체가 실적 회복의 장애물이다. 대외적으론 지난해 초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올 가을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4년 국내 건설수주 규모가 올해보다 1.5% 줄어든 187조원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건설수주는 229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7.3% 감소한 190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금리 안정이나 인하 시기가 불확실하다"며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건설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과 인프라 투자가 요구된다"며 "건설업체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수정 등의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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