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에 땅이 흔들렸다”…세상을 뒤흔든 ‘이들’의 사랑법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3. 11. 1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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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16] 세계를 뒤흔든 사랑은 거물급 인사들의 애잔한 관계를 묘사하는 은유법이지만, 이들에겐 사실묘사에 가깝습니다. 거대한 몸뚱이 탓에 짝짓기할 때 마다 대지가 실제로 흔들렸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육중한 몸집으로 구애 과정에서 일대 소란을 일으킨 녀석들. 바로 공룡 이야기입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무거운 사랑을 소개합니다.

“사랑을 할 거야, 아무도 모르게~” 크고 무섭고 육중한 공룡들의 교미법은 과학계의 오랜 궁금증 중 하나였다. 사진은 트리케라톱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거대한 몸뚱이에 공룡들...교미는 어떻게?
공룡의 사랑은 학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10m가 훌쩍 넘는 신장에, 수 t이 넘는 무게까지. 거대한 체격 탓에 교미하기에 물리적으로 수월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지요. 톱니처럼 날카로운 이빨은 또 어떻고요. 새 생명 하나 낳으려다가 둘 중 하나는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뭘 봐, 뭘 보냐고” 스페인의 한 박물관에 짝짓기 자세로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모형. <저작권자=Usuario NeGRa>
그런데도 공룡은 명백히 엄청난 사랑꾼이었음이 분명합니다. 1억 9000만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지구를 지배했을 정도로 번성한 개체여서입니다. 현 지구의 지배자 호모 사피엔스가 고작 30만년 전에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공룡의 번식력과 생명력은 더욱 빛이 나지요. 학자들의 의문은 이제 그들의 사타구니로 향합니다. “도대체 이놈들은 어떻게 교미했나?”
지천에 널린 공룡 화석 ...그러나 ‘페니스’만 없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알 수 없는 건 둘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공룡의 교미도 도통 알아낼 방법이 없었지요. 공룡 ‘페니스’ 화석이 남아있지 않아서입니다. 화석의 주성분(?)이 뼈이기에, 살로만 구성된 신체 부위는 후대 과학자들이 확인할 수가 없던 것입니다.

(TMI. 우리 인간도 음경에 뼈가 없는 종족 중 하나입니다. 먼 훗날 인간이 멸종된 뒤 등장한 새로운 고등 생명체는 우리 인간의 번식(?) 방법을 알 수가 없는 셈이지요.)

“어딜 봐, 어딜 보냐고” 시카고 자연사 박물관의 티라노사우루스. <저작권자=ScottRobertAnselmo>
명확한 증거가 없기에, 과학자들은 두 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수컷 공룡의 성기가 있거나, 없거나로 말입니다. 우선 ‘공룡 무성기설’부터 살펴봅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수컷 공룡이 생식기 삽입을 통해 교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공룡의 친척뻘인 현생 파충류와 조류를 통해 추청한 내용입니다. 수컷 새는 외부 생식기가 없이 ‘총배설강 키스’라는 방법으로 교미합니다.

인간에 빗대자면 항문을 서로 맞대는 것만으로 번식하는 것이지요. 새들이 공룡의 후손인 만큼 공룡도 이와 유사하게 사랑을 나눴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렇게 사랑을 나눴다면 대지가 흔들리지는 않았을테지요.

“우리 부부는요, 좀 점잖게 사랑을 나누는 편이에요.” 새들은 총배설강키스라는 방법으로 번식한다. 사진은 금화조 한 쌍. <저작권자=Keith Gerstung from McHenry, IL, United States>
기상천외한 공룡의 사랑법
여기에 반론을 내세우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또 다른 친척인 파충류 수컷 일부가 성기를 가지고 있는만큼, 공룡의 성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입니다. ‘공룡 유성기설’입니다.

캐나다 자연사박물관의 타마키 사토 박사가 대표적인 학자이지요.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7000만년 전 오비랍토사우루스는 현재의 악어처럼 페니스를 이용해 짝짓기했다.”

만약 성기가 있었다면 생체역학적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물리적으로 너무나 거대한데, 어떻게 교미하냐는 지극히 당연한 문제 제기. 우리에게도 너무나 유명한 브라키오사우루스(A.K.A 둘리엄마)를 떠올려 보시지요. 이들의 몸무게는 무려 40 t에 달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동물들처럼 수컷이 암컷 뒤에 발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압사 가능성이 커지지요.

실제 크기로 재현한 브라키오사우루스. 시카고 자연사박물관 외부. <저작권자=AStrangerintheAlps>
시카코 대학의 스튜어트 랜드리 박사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물이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두 공룡이 물로 들어가 사랑을 나눈다는 해석이었지요. 물의 부력을 이용하면 서로의 무게가 가벼워지기에 자연스레 교미도 쉬워진다는 해석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고생물학자 존 롱은 티라노사우루스가 ‘거대한’ 페니스를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걸 가진 티라노 너란 녀석) 티라노사우루스 암컷의 몸길이가 12m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2m가 넘는 성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요.

티라노는 또 긴 꼬리가 있기에 그만큼 긴 성기가 필요하다는 해석이었습니다. 수컷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해 특별한 체위를 가졌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지요.

“내가 몸만 커다란 게 아니라고 촤하하하.”티라노 사우루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현재까지 진실은 저 너머에
이 역시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합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고대 공룡을 완전히 재현해 ‘쥐라기 공원’을 만들기 전까지는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확실한 건, 공룡이 끝내주는 사랑꾼이었다는 것. 대를 잇는데 무진 애를 썼다는 것. 그들의 오랜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둘리씨 존경합니다.
“엄마 저를 이렇게 힘들게 만드셨군요. 엉엉.” 영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컷. <사진 제공=제이콤>
<세줄요약>

ㅇ공룡의 교미는 학계의 오래된 궁금증이었다. 그들의 페니스 화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ㅇ거대한 몸뚱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수중교미’를 했다는 설, 조류처럼 총배설강 키스로 교미했다는 등 여러 설이 나왔다.

ㅇ요리보고 조리봐도 알 수 없는 건 둘리 뿐이 아니다. 공룡의 사랑법도 과학계의 숙제다.

<참고문헌>

ㅇ존 롱,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행성B, 2015년.

ㅇDALE SHAW, How did dinosaurs have sex?, BBC EARTH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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