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사업 말고 유럽 여객 노선도 나온다…"티웨이는 좋겠네" 시샘

금준혁 기자 2023. 11. 1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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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합병시 티웨이항공에 파리 등 EU 중복노선 4개 운수권·슬롯 넘길 계획
'하이브리드 항공사' 도약 기회…경쟁사들 "저렇게 쉽게 운수권을" 불만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안이 가결된 2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2023.11.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아시아나항공(020560) 화물사업부 매각이 결정되며 기업결합의 큰 고비를 넘긴 대한항공(003490)이 여객 노선에서도 합병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이번 기업결합 과정에서 일부 여객 노선을 확보해 '하이브리드' 항공사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어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경쟁사들로서는 "특혜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제출한 시정조치안에는 여객 부문에서 EU 4개 중복노선에 대한 국내 항공사의 진입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이 담겨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자료에 따르면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에서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최소 69% 이상이다. EU 경쟁당국은 독점 가능성을 지적했고 대한항공은 운수권과 슬롯을 티웨이항공에 넘겨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계획을 세웠다.

이로써 티웨이항공은 그간 목표로 삼았던 하이브리드 항공사로 도약할 기회를 잡게 됐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형항공사(FSC)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꿈꿨으나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후발주자인 에어프레미아에 하이브리드 항공사 명함을 내줘야 했다.

특히 러시아 전쟁으로 경로가 제한돼 운항시간이 늘어난 것은 티웨이항공에 치명적이었다. 2022년에 확보한 A330-300 3대는 대형기지만 항속거리가 9500㎞로 대형기치고는 짧은 편이어서 장거리 노선에 우회항로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2020년 LCC 중 처음으로 확보한 크로아티아 노선도 취항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럼에도 티웨이항공의 이 같은 노력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과 맞물리며 빛을 보게 됐다. 국내 항공사 중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노선을 대체할 항공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항공사에 가장 가깝고 운항 의지가 분명한 티웨이항공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후문 앞에서 화물사업 매각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2023.1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그러나 티웨이항공이 사실상 운수권의 '내정자'가 된 모양새에 다른 경쟁사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운수권이 항공사의 핵심 경쟁력이다보니 운수권을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결과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업계 관계자는 "운수권 하나를 얻기 위해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취항지와 스킨십을 늘리고 전세기까지 띄우는데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라며 "기업결합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명확한 절차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운수권은 국가 간의 협정을 통해 정해지고 항공당국이 회수와 배분을 직접 하기 때문에 항공사의 '소유'가 아닌 국가의 '대여' 개념으로 봐야 한다.

항공사업법 제16조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외국 정부와의 항공회담을 통해 항공기 운항 횟수를 정하고 운수권을 국제항공운송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배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회수에 관해서도 국토부에 권한이 있다.

민간기업인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위해 운수권과 슬롯을 특정 항공사에 넘기는 데 대해 업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운수권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국토부에 자진 반납하거나 국토부가 직접 회수한 후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운수권을 요청하는 항공사에게 배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한항공이 국가자산을 직접 티웨이항공에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주도 매각 작업인 만큼 심의위가 제동을 걸 가능성은 낮지만 절차상으로는 다른 항공사도 이를 신청할 수 있고 심사 결과에 따라 티웨이항공이 아닌 다른 항공사에 배분하는 것도 가능한 셈이다.

현실적으로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지 않는 한 티웨이항공이 단기간 내에 유럽에 취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이러한 비판에 힘을 실어준다. 기업결합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취항할 능력이 있는 항공사에 운수권을 배분하는 기존의 기조와도 차이가 생긴다. 이는 EU 경쟁당국이 티웨이항공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유기도 하다.

다만 운수권과 함께 언급되는 슬롯의 경우 국가자산이지만 항공사 간의 협의가 가능하다. 항공사업법 제18조는 "국토부가 항공기의 출발 또는 도착시각(슬롯)을 항공운송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배분 또는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는 당사자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이를 주관하고 최종 승인을 국토부가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인천공항 슬롯은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과 협의를 통해 조정하고 인국공에 신청하면 되는 것이다. 파리공항에서는 프랑스의 항공법에 따라 비슷한 절차를 밟으면 된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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