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다 옆차 범퍼 살짝 스쳤는데…병원 간 엄마와 딸, 이럴 땐 어떡하죠? [어쩌다 세상이]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3. 11. 1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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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마음에 인터넷에 사연 올려
“가벼운 접촉…보험사 대인접수 과도해”
범퍼 하단 살짝 긁혔는데 통째 교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 보험료 인상 요인
A씨가 사고 당시 찍은 상대방 차량 범퍼 긁힘 사진.[사진 제공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말 눈 뜨고 당한 것 같아요. 억울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살짝 쓱~ 스쳤는데 토할 것 같다니요.”

“차 사고가 처음이라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가 올린 사연입니다.

쇼핑몰 주차장 주차구역에서 빠져 나오다 옆에 주차된 차량을 정말 미세하게 쓱~ 스쳤다는데요. 피해 차량 탑승자들이 자동차보험 대인사고 접수를 해달라며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과 당시 사고 영상을 보면 이렇습니다.

지난 9일 A씨의 어머니 B씨는 A씨와 함께 쇼핑 후 주차된 차량을 빼던 중 옆에 주차된 BMW 차량 앞 범퍼 하단을 스치듯 접촉했다고 합니다.

접촉한 BMW 차량에는 일가족 5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B씨는 상대방 차주에게 사과를 하고 이것저것 사고 현장을 사진으로 찍던 중 BMW 차량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사고로 놀라서 속이 울렁거린다며 토를 할 것 같다고 했다는데요. B씨는 30년 동안 운전하면서 사고 경험이 없어 상황이 당황스럽고 무엇보다 할머니가 놀라셨을 수도 있다는 마음에 우선 사과부터 했다고 합니다.

이후 상대 차량 범퍼가 긁힌 터라 보험사고를 접수했다고 합니다.

잠시 후 B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중 사고를 당한 상대 차주에게서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내용은 “어머님과 딸이 병원에 가야해서 대인접수 부탁드릴게요”라는 것이었는데요.

B씨와 A씨는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고 합니다. 움직이는 차량을 접촉한 것도 아니고 주차 구역을 빠져나오다 옆에 주차된 차량을 살짝 접촉해 긁은 것뿐인데 병원까지 간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죠.

A씨는 억울한 마음에 당시 사고 사진 등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사진을 보면 범퍼가 이정도 긁힌 것으로 차량 탑승자들이 병원에 갈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게 사고처리에 잔뼈가 굵은 보험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사고 영상을 봐도 차량 접촉에 따른 충격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사고 현장 사진을 본 한 누리꾼은 “과속 방지턱만 넘어도 목잡고 입원하실 분들”이라며 해당 사고로 보험사 대인접수까지 한 것은 과하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 사고로 B씨는 자동차보험 갱신 때 보험료가 최소 20% 정도 할증될 것 같다는 보험사 안내를 받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고 차량의 범퍼는 손상 정도가 통째 갈 수준이 아니지만 외제차 서비스 정책상 도색이 불가해 범퍼 자체를 새것으로 교환했다고 합니다.

범퍼 교환에 들어간 비용은 공임비를 포함해 27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여기게 차량 수리 기간 중 렌터 차량 대차에 따른 비용이 30만원 정도였다고 전해집니다. 경미한 사고에도 범퍼를 통째 교환하면 결국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범퍼를 갈지 않고 도색을 했다면 비용은 많아야 100만원이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B씨는 여기에 더해 보험사를 통해 상대 차량 할머니의 한방병원 진료에 따른 통원치료비와 어쩌면 합의금까지 줘야 해서 보상해야 할 사고보험금은 더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정 억울하면 마디모 해봐라”
이런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안타깝지만 이런 사고는 뾰족한 구제책이 없습니다. 더구나 피해자가 고령자이면 더 그렇죠.

보험사조차도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너무 억울하면 ‘마디모’를 해보라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모든 사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종종 ‘마디모(MADYMO: MAthematical DYnamic MOdels)’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억울한 사건의 실마리를 풀 단서를 잡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마디모는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사고 상황 재연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도입했죠.

마디모 프로그램은 사고 당시 영상 기록이 담긴 블랙박스나 차량의 파손 상태 등을 통해 차량의 속도와 움직임을 분석한 후 3D 영상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사고 상황을 가상으로 재연하고 그 영향을 분석합니다.

마디모는 사고 정도가 큰 교통사고의 판별 보다는 피해가 과장된 것으로 보이는 사고의 판별에 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차량 사이드 미러나 차체 표면이 살짝 긁히는 정도의 가벼운 접촉사고, 전·후진 등 출발하면서 생긴 사고 등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

마디모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사고 지역 관할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요청하면 됩니다. 신청 후 약 2~3주, 길게는 2달 후 결과가 나옵니다.

마디모 결과는 참고용입니다. 이 때문에 그 결과가 보험사, 경찰의 최종판단 결과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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