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또 ‘날벼락’, 이젠 부셔버리고 싶다…중고차도 ‘헐값’, 더 떨어질라[세상만車]
테슬라 모델3, 작년 8월부터 하락세
하이브리드는 올랐는데 전기차 ‘뚝’
홈쇼핑을 보다보면 약방의 감초처럼 자주 나오는 표현이죠. 사실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 기만하는 허위·과장 표현일 때가 많습니다.
지난 달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하영제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홈쇼핑의 소비자 기만행위로 법정제재를 받은 사례가 60건에 달했습니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같은 제품을 슬그머니 다시 내놨습니다. 제품 성능을 과장하거나 허위 정보를 내보내는 경우도 많았죠.
판매 제품은 의류, 세정제, 청소기, 화장품, 소화기, 식품, 건강식품, 밀폐용기 등으로 다양했습니다.
채널별로는 롯데홈쇼핑이 10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CJ온스타일(9건), 홈앤쇼핑(6건), SK스토아(6건), GS SHOP(5건), 신세계쇼핑(5건), NS홈쇼핑(5건), 현대홈쇼핑(4건), K쇼핑(4건)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밴드왜건은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 차량입니다. 차량이 연주하면서 지나가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몰려가는 사람을 본 사람들이 무엇인가 있다고 여기면서 무작정 뒤따라가는 현상을 뜻합니다.
경제학과 소비심리학에서는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을 때 사용합니다. ‘편승효과’라고도 부릅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거나 유행하는 정보에 따라 제품을 구입하는 현상, 자기주도적 소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 심리가 작용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공감대’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밴드왜건 효과가 가장 잘 통한다고 하네요.
자동차 분야에서도 밴드왜건 효과가 자주 나타납니다. 의류, 화장품, 생활용품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비싼 제품이기에 피해도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남 말 듣고, 남들 따라 샀다가 자신의 필요에 맞지 않는 차량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곳이죠. 카푸어(Car-poor)도 밴드왜건 효과의 잘못된 사례입니다.
혹시 들어보신 분 계신가요. ‘홈쇼핑 멘트’가 아닙니다. 전기차 대장주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두고 지난해 나온 말이었습니다.
테슬라도 일론 머스크의 존재감, 전기차 혁신 등에 힘입어 밴드왜건 효과를 만끽했습니다. 화재·품질 논란도 상쇄시켰습니다.
테슬라 투자 열풍이 불었고 덩달아 ‘테슬람’(테슬라+이슬람)이라는 충성파까지 등장했습니다.
수요가 늘자 테슬라는 국내에서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번 이상 가격을 올렸습니다.
출시 당시 5239만원이었던 모델3 엔트리 모델의 경우 3년 동안 10번 가량 가격이 오르면서 7000만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6000만원대 모델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보다도 비싸졌죠.
충전과 서비스 불편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을 수시 인상하면서 ‘횟집 시가’, ‘엿장수 마음대로’ 등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비싸져도 산다는 자신감에다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테슬람에 대한 믿음 등으로 밴드왜건 효과가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테슬라가 지난 2021년 2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내린 뒤 계속 올린 것과는 다른 행보죠.
모델Y는 지난 9월 가격이 저렴한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산 모델이 국내 출시되면서 미국 생산 모델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해졌습니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 악재가 발생한데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폴스타, 볼보, 현대차, 기아 등 기존 자동차브랜드들이 경쟁력 높은 전기차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판매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횟집 마케팅’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지만 잇단 가격 인하는 테슬라 차량을 새로 사려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입니다.
반대로 “테슬라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말을 믿고 비싸게 산 소비자들은 우롱을 당한 셈입니다.
신차 가격 하락에다 수요 감소까지 결합하면서 올해 들어 중고 전기차 가치도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비싸게 산 소비자들을 두 번 울게 됐습니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인 케이카(K Car)가 최근 산정한 11월 중고차 시세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케이카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중고 전기차 시세가 전월 대비 최대 8%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가솔린 모델은 1.2%, 하이브리드 모델은 0.8% 떨어졌습니다.
중고차 시세는 매월 평균 1% 안팎 감가가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중고 전기차 시세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인 엔카닷컴 조사에서도 모델3를 포함한 전기차 시세가 하락 추세로 나왔습니다.
지난달 조사에서 조사대상 전기차 5종은 전월보다 1.11% 하락한 반면 하이브리드 6종은 오히려 0.19% 상승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는 1.63%, 기아 EV6 롱레인지는 1.46%, 쉐보레 볼트 EV는 1.01% 각각 떨어졌습니다.
모델3 롱레인지는 이달에도 전월 대비 3.15% 하락했습니다. 수입차 평균 하락폭이 0.84%인 것을 감안하면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뜻이죠.
9일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고차 도·소매 데이터로 잔존가치와 시세를 산출하는 밸류어블 카스탯(CAR STAT)을 통해 지난해 5월~올해 3월, 올해 6~10월 시세를 분석해 본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모델3 시세는 지난해 5월까지는 상승세, 7월에는 보합세를 기록하다 8월부터 매월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1월에는 전월보다 6%, 2월과 3월에는 각각 2% 내렸습니다.
올해 6~10월에도 계속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4.3% 감가된 것으로 나왔습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중고차 가격 산정에서 불리합니다. 전기차 구입을 꺼려하게 만드는 충전 불편, 화재 등에 대한 불안감도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어지고 충전 시간이 단축될수록 기존 전기차의 가치는 더 크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성능도 문제죠. 배터리 성능이 계속 떨어지면 내연기관차보다 중고차 가치가 요동칠 수도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배터리 성능이 중고차 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3년이 지난 전기차를 시작으로 배터리 상태가 가치 산정에 적용될 것으로 중고차 업계는 예상합니다.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중고차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이유도 서비스망이 부족하고 수리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죠.
현재는 하이브리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목록 2호인 전기차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자동차 브랜드들도 꼼수를 동원한 팔기에만 급급하지 않고, 중고 가치가 요동치지 않도록 품질 보증·서비스 강화에 나서야 겠죠.
전기차 가치는 해당 브랜드의 가치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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