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의 패션·행동·말에 담긴 ‘뉴삼성’ 경영 메시지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사법 리스크는 해결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브랜딩]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업’ 뉴삼성 전략으로 기술과 인재 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불황 속에서도 ‘세상에 없는 기술 우위’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선택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의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도 하고 있는 이 회장이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면서 언행이나 패션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엑스포 개최는 다양한 경제적 효과 및 국가브랜드 파워를 높일 뿐만 아니라 세계 속의 삼성 이미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회장이 세계를 누비며 광폭 행보를 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에 노출된 내용을 토대로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분석했다. 기업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최고 리더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A(Appearance)
유연한 패션 메시지로 뉴삼성 & 유연한 조직문화 강조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경제사절단 역할을 수행한 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이 회장의 회색 후드와 청바지 차림의 사진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블랙 라운드 티셔츠에 블랙 재킷을 입은 머스크 CEO보다 오히려 더 편안해 보이는 캐주얼 복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가죽재킷 차림의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의 만남에서도 그레이 버튼 다운 셔츠에 노타이 복장으로 자연스러움을 강화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거의 정장을 착용하지만 글로벌 리더와 만나는 자리나 직원들과 소통하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형식을 파괴한 유연한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뉴삼성’ 비전 달성에 있어 유연한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그리고 편안한 복장은 더 많은 움직임과 자유를 허용할 수 있어 창의성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그렇기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글로벌 리더들과의 만남에서 캐주얼을 착용한다고 분석된다. 다만 말할 때 혀를 내미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된 적이 있는데 이런 불필요한 요소는 메시지 전달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최소화되기를 기대한다.
귀공자 재벌룩→소탈한 패션…대중과 거리 좁혀
이 회장은 2022년 삼성그룹 부당합병 의혹과 관련된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착용했던 운동화인 블랙 스케쳐스부터 베트남 출장길에 정장 위에 덧입은 알파벳 ‘B’ 이니셜이 적힌 진회색 패딩 베스트가 대중의 관심을 끌며 어떤 명품 브랜드인지 추측이 난무한 바 있다.
알고 보니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빈폴 제품이었고 품절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9년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과 단독 회담을 한 뒤 그가 부산행 SRT 고속열차에 탑승할 때 입었던 아크테릭스의 레드 패딩은 완판을 기록했다.
2014년 미국에서 열린 ‘앨런&코 미디어 콘퍼런스’(선 밸리 콘퍼런스)에서는 언더아머 옷을 입었는데,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재용 운동복’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패션을 통한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가 성공했다고 본다.
남청색과 회색이 잘 어울리는 쿨 뮤트톤
필자가 삼성에버랜드 서비스아카데미에 근무할 때 삼성그룹 인력개발원이 있던 창조관에서 교육담당자 교육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먼발치에서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였던 이 회장을 본 적이 있다.
당시 기억과 미디어에 노출된 자료를 토대로 퍼스널 컬러를 분석해보면 짙은 눈썹과 명도나 채도가 높지 않은 피부톤으로 쿨 뮤트톤(Cool Muted Tone)으로 분석된다.
쿨 뮤트 퍼스널 컬러는 주로 파스텔 컬러와 차분한 중간 톤의 색상이 어울리며, 골드나 브라운과 같은 따뜻한 온색상보다 남청색처럼 차가운 한색상이나 원색에 검정색이나 흰색이 많이 포함된 회색이나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감이 잘 어울린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장소·상황(TPO)에 어울리는 복장이지만, 피부와 조화롭게 어울리며 장점을 강화해주는 색상이 더해진다면 이미지 강화에 효과적일 것이다.
B(Behavior)
격의 없는 친근함, 형식보다 실용이 우선인 행동파 리더
수행원 없이 홀로 출장이나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 회장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및 화성캠퍼스, 삼성엔지니어링 등 방문 당시에도 간편한 복장으로 구내식당에서 직접 식판을 들고 이동하거나 직원들의 인증샷 사진 요청에 일일이 응하기도 했다. 한 직원의 요청에 직원 부인과 영상통화로 인증하는 모습을 통해 격의 없이 친근하고 열린 리더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취임 직후 삼성의 위기 타파를 제1 과제로 삼았던 이 회장은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적극적인 돌파형이다. 2022년 9월 방한한 미국 이동통신사 디시네트워크 창업자 찰리 에르겐 회장에게 산행을 제안한 이 회장은 단둘이 5시간 동안 북한산을 등산했고, 지난 5월 디시네트워크로부터 1조원대 5G 장비 계약을 따내는 등 형식보다는 직접 행동을 통해 사업을 하는 실용주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2022년 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직접 모더나를 방문해 백신 조기 도입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적절한 타이밍에 행해진 적극적인 행동력은 이 회장의 리더십 강화에 활력을 더했다고 분석된다.
C(Communication)
겸손하지만 명확하고 유쾌한 화법
이 회장의 언론 대응과 소통 이미지는 ‘반듯한 사각형’에서 ‘부드러운 원형’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인터뷰를 요청한 취재진의 휴대폰을 확인한 후 “갤럭시 쓰면 인터뷰할 텐데…”라고 미소 지으며 농담하는 등 재벌의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먼저 다가가 거리를 좁히려는 소통 이미지가 최근 더 두드러지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현장 취재진에게 “내가 직업병이 있어서 그러는데, 나를 찍는 사진이 다 캐논만 있네요”라는 유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로 경청을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 회장이지만,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겸손하지만 명확하게 표현하며 상생과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사법 리스크를 딛고 뉴삼성을 위한 청사진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본다면 글로벌 리더로서 나아가는 방향이 뉴삼성이 추구하는 비전과 비교적 일치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이 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패션 스타일과 행동, 말이 바로 뉴삼성의 강력한 경영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이미지 브랜딩에서 가장 핵심은 진정성임을 명심하면서 세계 속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업’ 뉴삼성의 가치를 드높여주기를 기대해본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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