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돔은 쓸모없다?”…이 착각이 북한 장사정포 위협 키운다 [박수찬의 軍]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하마스는 로켓 수천 발을 발사, 아이언 돔의 방어망을 뚫고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했다. 수천 명의 무장대원을 동시다발적으로 침투시켜 이스라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와 관련 한때 국내에서 ‘완벽한 방어무기’로 칭송받았던 아이언 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군이 대량으로 로켓탄을 쏘면 아이언 돔이나 국내 개발중인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쟁 양상과 방어 및 공격 체계 특성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쉽게 나오기 힘든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아이언 돔이 아닌 정보판단이 문제
10일 이스라엘군 발표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가 이스라엘로 쏜 로켓은 9500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00발은 지난달 7일 기습 후 첫 4시간 동안 발사됐다.
언뜻 보면 하마스의 로켓 대량 발사가 아이언돔을 무력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만으로 “아이언돔은 쓸모가 없다”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아이언돔은 적의 로켓 공격을 막는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하다.
아이언돔을 비롯한 대공방어체계는 개발 당시부터 한 가지 전제를 놓고 만들어진다.
본토로 날아올 미사일이나 로켓, 전투기 등의 위협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사전에 아군이 적군을 어느 정도 제압해서 적의 공격력이 약해졌을 것이라는 점을 토대로 한다. 방어 범위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한다.
이같은 전제가 없다면 대공방어체계를 구성할 수가 없다. 로켓탄 수천발이 한꺼번에 날아올 것이라고 가정하고 넓은 지역을 모두 지킬 방어체계를 개발한다면, 기술적 난도가 높아지고 개발비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무기 개발 자체가 어려워진다.
아이언돔도 이같은 전제를 따랐다. 아이언돔은 넓은 지역을 방어하기보다는 주요 시설과 그 인근으로 날아오는 로켓탄을 저지하는 무기다. 아이언돔 사정거리 밖에 있는 로켓탄은 요격하기가 어렵다.
아이언돔의 한계를 메우는 것은 정보와 인간의 판단력, 공세적 전력이다.
기습을 감행할 때는 공격 전에 어떤 형태로든 사전 징후가 드러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같은 징후를 파악하고, 군인과 정보기관원들이 정확히 분석해서 대응책을 마련한 뒤 실행에 옮겨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같은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왔다. 정보기관과 첨단 정찰자산을 통해 헤즈볼라, 시리아, 레바논의 군사적 움직임을 면밀히 정찰하고, 유사시 전투기 등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이를 통해 적의 도발 의지를 분쇄해 왔다.
반면 하마스에 대해선 오판을 저질렀다.
본래 인간은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고를 하려고 한다.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인식이 그랬다. 극단적 이슬람주의와 무장투쟁 노선을 따르는 하마스의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에 만족할 거라 생각했다.
2021년 세워진 64㎞ 길이의 콘크리트 장벽과 원격 감시 체계, 아이언돔으로 구성된 방어망을 하마스가 뚫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휴대용 무전기 도청도 1년 전부터 중단한 채 하마스가 대규모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문제는 나쁜 의도를 갖고 잔인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어디든 있다는 점이다. 하마스의 기습에 큰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은 이를 간과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 개시 후 가자지구에서 발사되는 로켓 수는 상당히 감소했다. 하마스 기습 전에 이스라엘군이 올바르게 정보 판단을 내리고 선제적인 지상작전으로 대응했다면, 기습 초기 로켓탄이 대량으로 발사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이언돔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공격과 방어, 정보를 융합해야
한반도는 가자지구보다 더 치열한 공방전이 예고되고 있다.
북한군은 하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포병전력을 갖고 있다. 북한군이 전방에 배치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는 수도권에 대한 대량 집중공격이 가능하다. 300㎜ 방사포와 초대형방사포는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가자지구보다 훨씬 넓은 북한 전역에 배치된 다수의 방사포가 일제히 불을 뿜는다면, 그 화력은 하마스보다 강하다. 장사정포 요격체계와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 패트리엇(PAC-3)까지 투입해도 저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군이 대응책으로 2020년대 말까지 개발하려는 장사정포 요격체계에 대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이언 돔도 하마스 로켓을 못막는데, 북한군 방사포탄을 장사정포 요격체계가 막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북한이 방사포와 장사정포를 쏘기 전까지 한미 연합군이 아무런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 해당된다. 말 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한미 연합군은 북한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자산을 운용한다. 북한군 교신을 감청하고, 위성이나 정찰기 등을 통해 북한군 움직임을 살핀다.
이를 통해 북한군의 행동 패턴을 유추해서 북한이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공격할 때 드러날 사전 징후를 예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고 북한군이 장사정포 공격을 감행하려는 징후가 명백하다면, 한국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화력전을 펼칠 수 있다.
한국군은 20여년 동안 북한군과의 대화력전을 준비해왔다. 미국산 MLRS와 에이태큼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 국내에서 개발한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천무 다연장로켓 등은 휴전선 이북에 있는 북한군 장사정포를 공격할 능력을 갖췄다.
다양한 타격 전력을 투입해서 북한군 포병을 사전 제압한다면, 북한군이 쏠 방사포탄 숫자는 장사정포 요격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요격체계 가동과 북한군 포병 사전 제압이 함께 이뤄져야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북한군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
요격체계가 없는 대화력전은 북한군 첫 공격을 저지하지 못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지 못한다. 대화력전을 갖추지 못한 요격체계는 대응 범위를 초과한 공격으로 스스로 무너진다. 공격과 방어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움직여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군의 움직임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이스라엘처럼 하마스를 잘못 판단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북한 도발 패턴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정보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도둑이 집에 침입할 때 문이 잠겨있으면 창문으로 넘어오려 하는 것처럼 북한도 한미 연합군 방어태세의 빈틈을 노려 장사정포를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을 기습하고자 로켓 수천발을 확보하고 발사장을 만들었으며, 불도저 등의 중장비와 드론을 모았다.
이 모든 과정은 완벽하게 은폐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을 사전에 저지하지 못했다. 정보는 늘 있었지만,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서 허를 찔렸다는 평가다.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려면 북한군 도발을 사전에 차단할 대화력전과 북한 장사정포 공격을 저지할 요격체계를 함께 보유하는 것이 필수다.
이와 더불어 정확한 정보와 분석 및 도발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공격과 방어, 정보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이스라엘이 겪은 실패가 한반도에서 재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남북은 우발적인 충돌을 막고자 9·19 남북군사합의를 체결했지만, 북한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하마스처럼 기습 역량을 강화하는 북한의 움직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대화력전·요격체게·정보융합과 판단이라는 세 요소를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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