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검사’ 탄핵하면서 ‘이재명 예산’ 늘리자는 巨野
행안위 과반 점한 민주당 단독 의결
이재명 수사팀 검사 탄핵안, 단독 처리 가능
원내 168석으로 탄핵·노조법·국정감사를 단독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거대 야당’의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하겠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연일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인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소관상임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7000억 원 넘게 증액해 통과시키는 식이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던 예산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법무부가 국회 심의를 요청한 내년도 예산(4조5474억원) 가운데 ‘마약 수사’ 예산은 올해 대비 71% 증가한 83억1200만원이다. 여비와 업무추진비, 운영비, 직무수행비 등이 여기에 들어가있다. 이와 별개로 편성되는 특활비(80억900만원) 중 마약 수사를 위한 특활비는 2억7500만원이 책정됐다. 민주당이 삭감을 예고한 것도 ‘특활비’ 부분이다.
마약 수사 특활비는 마약 범죄자 검거를 위한 위장 거래 및 현장 근무, 정보원 관리 등에 쓰이는 비용이다. 다만 기밀유지상 관련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지는 않는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수사 방법과 대상 등이 담긴 특활비 집행 정보가 공개되면, 수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검찰의 ‘깜깜이 특활비 남용’이 심각하다며 마약 관련 특활비를 포함해 80억원 규모의 특활비를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법무부를 포함해 권력기관의 업추비와 특정업무경비 등 최소 5조원을 감액할 방침이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의 통제도, 국가재정법도 거부하는 탈법의 온상인 특활비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한다”며 “민주당은 특활비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했다. 또 “검찰은 특활비를 고스란히 현금으로 인출해 증빙도 없이 쓰다가 잔액을 0원으로 만들어 반납조차 안 했다”며 한동훈 장관을 향해 특수활동비 지침과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했다.
반면 정부가 전액 삭감했던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은 7053억원 늘렸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9일 지역화폐 증액을 골자로 한 2024년 정부 예산안 수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증액에 반대했던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민주당의 표결 강행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민주당은 행안위 전체 위원(22명) 가운데 절반인 11석을 점하고 있다. 국회법상 재적위원 과반 출석,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된다. 상임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지역화폐 예산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이재명표 예산만 지키려 술수를 쓴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라며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정치권에선 향후 여야 합의 과정을 고려해 민주당이 무더기로 금액을 늘렸다는 말이 나왔다. 예산안이 행안위를 통과하긴 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모두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특히 정부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 합의 과정에서 예산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줄다리기’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정부가 2023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민주당은 행안위에서 7050억원을 증액한 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후 여야가 합의해 3525억원으로 확정해 편성했다. 원내 과반 의석을 점한 제1당이기에 가능한 실력행사다.
한편 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재명 수사팀장’인 이정섭 검사·‘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 탄핵소추안을 철회 및 재발의하고, 내달 1일 본회의 표결에 부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위원 및 검사 탄핵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수(150석)다. 본회의에 보고된 후 24시간이 지나면, 168석을 가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국회법상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지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앞서 국민의힘이 지난 9일 당초 예고한 쟁점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갑자기 취소해 본회의가 산회하면서 표결을 못하게 됐다. 탄핵안 폐기로 이번 국회 회기(~12월9일) 내 재발의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철회한 뒤 다시 발의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일제히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외부 단체에 주도록 했다. 여권은 ‘불법 파업 보장법’과 ‘야권 공영방송 장악법’이 될 거라며 반대했지만,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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