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차라리 나를 탄핵하라” 돌부처 검찰총장도 분노케 한 野 검사 탄핵
일선 검사들도 강한 비판 “언제까지 정치로 이용하나”
“이런 부당한 탄핵은 그만두십시오. 그래도 하겠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총장을 탄핵해주십시오.”
9일 퇴근길 기자들과 만난 이원석 검찰총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작심한 듯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방탄 탄핵’, ‘보복 탄핵’, ‘협박 탄핵’이라며 5분여간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취임 전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때 야당의 온갖 공세에도 차분하고 점잖게 답변해 ‘돌부처’로 불리던 그였다. 특히 ‘나를 탄핵하라’는 발언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비롯해 검사들도 놀랐다고 한다.
이날 민주당은 손준성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국민의힘이 애초 예고한 필리버스터를 막판에 포기하면서 다음 본회의 개최 일정을 잡지 못해 처리하지는 못했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재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손 차장검사는 고발 사주 의혹, 이 차장검사는 위장전입 의혹 등을 탄핵 추진 이유로 들었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사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고 본다. 탄핵소추 사유도 지난 2021년 ‘재판 개입’을 이유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와 비교해보더라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총장, “정치 탄핵 반복, 사법시스템 붕괴 우려”
지난 9일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하자 이 총장이 취재진 앞에 서서 5분여간 이례적 강한 어조로 입장을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취임 전 인사청문회부터 야당의 온갖 공세에도 점잖은 어투를 유지해 ‘돌부처’로 불렸던 이 총장이었지만, ‘보복 탄핵이자 협박 탄핵’, ‘이재명 방탄 탄핵’ 등 공격적인 단어를 썼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범죄 사실마저 꺼낸 건 취임 후 처음이었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이유도 명분도 없는 탄핵으로, 총장께서 사안이 중대하고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 어떤 검사가 소신있게 자신의 일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진행된 대검 회의에서도 민주당의 검사 탄핵 발의와 관련해 이 총장은 “형사사법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매우 우려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범죄 사실마저 꺼낸 이 총장은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이라며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자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당한 탄핵은 그만둬야 한다”며 “그래도 하겠다면 검사를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총장을 탄핵하라”고 했다.
◇”검사 탄핵은 정치공세…위화감 조성 의도”
검사 탄핵이 정치권의 정쟁용 카드로 이용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994년 12월 김도언 전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시작으로 지난 9월 안동완 차장검사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총 9건이었다.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2007년 BBK 사건 수사팀이 이명박 당시 전 한나라당 후보를 무혐의 처분하자 당시 수사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 소추안은 기한이 경과해 자동 폐기됐다.
당시 검찰에 있던 한 변호사는 “그 당시 검찰을 옹호하면서 구애작전까지 펼쳤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은 수사결과를 이유로 탄핵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이는 누가봐도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정치공세”라고 했다. 이때 검찰은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날 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손 검사장의 ‘고발사주 의혹’과 이 차장검사의 ‘위장전입, 코로나 집합금지 당시 스키장 리조트 이용 청탁’ 등 의혹이 중대한 위반이라지만, 검찰은 ‘수사 외압’으로 본다. 이 차장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이 대표 아내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어 이를 막으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검찰을 상대로 위화감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겠나”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을 테고, 기존 수사들에 대한 심리적 타격을 주려는 의도로, 검사에 대한 위협의 목적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일선 검찰청의 한 검사는 “이 차장이 수원지검의 차장이 아니었더라도 탄핵을 추진했을지 극히 의문”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