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잘나가는데… ETN 10개 중 1개는 거래대금 100만원 미만
상장 폐지 종목 지난해보다 2배 증가
”투자자, ETN 안전성 우려”
퇴직연금 편입 불가해 관심도 떨어져
국내 상장된 상장지수증권(ETN) 10개 중 1개는 지난 한 달간 거래대금이 100만원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장 종목 383개 중 상위 10개 종목이 거래대금의 75%를 차지한다. 일부 종목에 거래가 집중되자 상장 폐지되는 종목도 지난해보다 두 배 늘었다.
비슷한 파생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비해 시장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상품 모두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ETN은 원자재와 같은 위험 자산이나 지수를 추종할 때 2배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에 거래가 집중돼 있어 거래량에서 변동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ETN 상장 종목 383개의 총 거래대금은 3조2890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이 많은 상위 10개 종목이 75%(2조4900억원)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9600억원)’이다. 이어 ‘미래에셋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4880억원)’, TRUE 인버스 2X 코스닥 150 선물ETN(3340억원)’ 순이었다. 이들 모두 코스닥150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곱버스’ 상품이다. 지수가 1% 하락할 때 두 배 수익을 낼 수 있다.
지수 역추종 상품 외에 ‘메리츠 KIS CD금리투자 ETN(1400억)’도 거래대금이 많았다. 원자재를 기초로 하는 상품인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C(1310억원)’, ‘신한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790억원)’ 등도 거래대금 상위권을 차지했다.
상위 10개를 제외한 나머지 373개 종목은 거래 규모가 대체로 작았다. 특히 41개(10.70%) 종목은 한 달간 거래대금이 100만원도 되지 않았다. 이 중 9개는 거래 실적 자체가 전무했다.
상품 간 온도 차가 크다 보니 상장 폐지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상장 폐지됐거나 연내 상장 폐지가 예정된 ETN 상품은 이달 10일 기준 54개에 달한다. 작년 상장 폐지 종목(26개)보다 두 배나 많다. 이달 1일 KB증권이 자진 상장 폐지 예고한 ‘KB KRX ESG Eco ETN’의 지난달 평균 거래량은 2.15건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3일 ‘TRUE 코스닥150 ETN’과 ‘TRUE 코스피200 ETN’, ‘TRUE FnGuide IoT ETN’ 등 3종을 이달 내로 상장 폐지한다고 알렸다. 이들 종목의 한 달 거래대금은 각각 100만원 미만이었다.
ETF와 비교해도 ETN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ETF의 올해 10월 순자산총액은 109조원으로 작년 같은 달 78조원에서 39.74% 증가했다. 하지만 ETN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의 실제 보유금액을 뜻하는 지표가치총액은 같은 기간 11조원에서 13조원으로 18.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ETN의 총 거래대금은 3조2890억원으로 ETF 거래대금(46조5160억원) 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전문가들은 ETF와 ETN 모두 파생상품이지만, 성격이 다른 탓에 시장 규모도 차이가 난다고 본다. 펀드와 채권의 특성에 따른 안전장치 여부가 투자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TF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펀드인데, 펀드 자산을 별도로 보관하기 때문에 운용사 부도로부터 안전하다”며 “ETN은 증권사가 발행한 채권인 만큼 안전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했다. 증권사가 부도나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ETN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선 퇴직연금 편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TF의 경우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두고 1배를 추종하는 상품은 퇴직연금에 편입할 수 있다. 하지만 ETN은 퇴직연금 편입 허용 종목이 1개뿐이다. 현재 금융위원회 퇴직연금감독규정상 원금 대비 상환 금액의 손실이 40%가 넘는 상품은 퇴직연금에 편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투자자 유입을 위해 채권이나 환율 추종형 ETN을 출시하면서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는데, 퇴직연금 편입이 허용되면 ETN에 대한 인지도가 훨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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