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실책왕→ML 골드 글러브' 김하성의 아이러니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3. 1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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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5시즌 실책 21개, 2016시즌 실책 21개, 2017시즌 실책 18개, 2019시즌 실책 20개. 2020시즌 실책 20개. 해당 시즌 모두 실책 최다 2위의 불명예.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실책 113개는 해당기간 전체 선수 중 1위.

한국 KBO리그의 압도적 '실책왕'이었던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 글러브 유틸리티 부문을 지난 6일 공식 수상했다.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수준이 더 낮은 한국에서 '실책왕'이라는 오명을 썼던 선수가 세계 최고인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하성은 KBO 실책왕에서 메이저리그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 어떻게 될 수 있었을까.

ⓒAFPBBNews = News1

▶골드 글러브, 최고 권위의 상

먼저 김하성이 탄 골드 글러브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포지션 최고상'의 개념으로 '골든(Golden)' 글러브가 주어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오직 수비만 반영하는 '골드(Gold)' 글러브가 있다.

수비만 보는 것이라면 그 권위가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려 1957년부터 제정되어온 상으로 그 역사만 66년이 되며 권위가 상당하다. '실버 슬러거', '올 MLB팀' 등 수많은 상이 있는 메이저리그지만 리그 최고 선수에게 주는 MVP 다음가는 최고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위대한 선수들의 경력을 언급할 때 MVP 횟수와 골드 글러브 횟수가 몇 번인지 얘기하는 것이 보편적일 정도다.

물론 김하성이 이번에 수상한 유틸리티 부문은 지난해부터 제정됐지만 여러 포지션을 뛰는 선수가 많아지는 현대 야구에서 그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에도 유격수 부문 골드 글러브 후보였고 올시즌에는 2루수 부문과 유틸리티 부문에 후보로 올라 유틸리티 부문 상을 수상한 것만으로 김하성의 수비력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꾸준히 최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골드 글러브임을 알리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노력으로 일군 대반전

냉정하게 한국에 있을 때 김하성을 두고 '리그 최고의 수비수'라고 일컫는 이는 많지 않았다. 김하성이 어깨는 좋고 넓은 범위를 커버하긴 하지만 서두에 언급한대로 실책의 숫자가 너무 많아 평가절하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성장 가능성을 믿었다. 그리고 김하성 역시 2021시즌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스프링캠프에서 완전히 다른 메이저리그 환경 속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정석적으로 공이 몸의 가운데에 오게 정확히 포구를 한 뒤 송구하도록 유소년 시절 배운다. 이는 한국의 빠르지 않는 타구, 불규칙 바운드가 많은 잔디상황을 감안하면 그에 맞는 수비일지 모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일단 투수들이 시속 160km 수준의 빠른 공을 던지고 그 공을 거구들이 강하게 때려내니 타구 속도가 한국과 차원이 다르다. 이런 강한 타구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처럼 몸 정면으로 정자세로 받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본능적으로 잡아내서 1루로 던져야 하는데 메이저리그에 간 이후 한국의 정형화된 수비법에 억눌러있던 김하성의 본능이 봉인해제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최고 잔디 상황도 도움이 됐다.

김하성은 본능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공을 잡아낸다. 그는 그렇게 받아낸 공을 실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1루에 송구해 아웃을 기록한다. 수없이 봐온 김하성의 놀라운 메이저리그 수비 장면들은 모두 이런 식이다. 본능적으로 잡고 던질 때 더 잘하는 김하성이 한국식 수비법에 의해 오히려 '실책왕'으로 여겨졌던 아이러니.

물론 자신이 한국에서 해왔던 것을 모두 버리고 노력으로 메이저리그식 수비를 받아들인 김하성 개인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 후보 선수로 머무르며 경기 출전이 드물었다. 이때 그는 빠른 패스트볼에 대처하는 타격 연습은 물론 어떻게 좋은 각도를 만들어 편하게 송구할지 남몰래 땀방울을 흘리며 연습했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 최고 수비상인 골드 글러브를 받는 선수까지 될 수 있었다.

ⓒAFPBBNews = News1

▶김하성 골드 글러브의 의의 '아시아 내야수 최초'

김하성의 골드 글러브는 아시아 야구사에 큰 의미를 가진다. 아시아 선수 중 골드 글러브를 받은 선수는 그동안 스즈키 이치로가 유일했다. 이치로는 2001년 진출 첫해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외야수 부문 골드 글러브를 받았다. 사실 이치로야 MVP-신인왕-최다안타 등 온갖 기록을 세운 아시아 역대 최고 선수라는 점에서 논외로 칠 수밖에 없다.

이후 수많은 아시아 야수가 메이저리그를 두들겼고 마쓰이 히데키, 추신수처럼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누구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특히 수비의 가치를 더 높게 보는 내야에서는 더욱 그랬다.

2004년 일본에서 30홈런-30도루에 MVP까지 탔던 마쓰이 가즈오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부터 유격수로 처참히 실패했다. 2011년 일본에서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두 번이나 받은 니시오카 츠요시와 2012년 일본에서 역시 골든글러브 두 번이나 받은 카와사키 무네노리도 모두 메이저리그 수비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강정호 역시 타격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유격수 수비로는 자리 잡지 못해 3루로 밀렸다. 3루에서도 일반적인 수비는 했지만 골드 글러브 후보로 여겨질 정도로 뛰어나진 못했다.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아시아 내야수는 안된다'는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던 메이저리그다. 이런 상황에서 KBO리그 '실책왕'에 MVP 경력 없이 프로 7년간 3번의 골든 글러브가 전부였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최고 수비수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놀라운 반전일 수밖에 없다. 김하성은 아시아 내야수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골드 글러브를 수상하며 메이저리그의 또 하나의 대업적을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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