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웃 위해 나눔과 봉사 활동을 하는 천만불짜리 미소
[박기홍 기자(=익산)(arty1357@naver.com)]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백만불짜리 미소를 갖고 있다.
전북 익산시 마동의 백명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62)은 지역 사회에서 나눔과 봉사의 선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갈 곳 없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다세대주택 세입자로 들여 가족처럼 모시고 동네를 구석구석 돌며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가 하면 반찬을 전하며 안부를 묻는 등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세입자 대부분은 1인 세대의 기초수급자인 데다 연고조차 없는 어르신도 있어 대소사를 직접 챙기기도 한다. 음식을 장만할 때는 손 크게 많이 해서 고령의 세입자들과 나누고 잔심부름도 밝은 미소로 받아들이다.
이웃사랑을 실천해 오신 시어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신 후엔 더욱 각별히 세입자들을 챙기고 있다. 한밤중에 갑자기 몸이 아프다는 80대 세입자를 모시고 응급실로 뛰어갔을 때는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단다.
김장을 담글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매년 김장철이 되면 150~200포기씩 배추를 버무려 세입자를 포함한 가까운 이웃과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손이 크다’는 소리를 듣지만 나눔과 봉사의 손은 클수록 좋은 게 아닐까.
세입자 5세대의 최고령은 96세이다. 그가 결혼하기 전부터 다세대주택에 살고 계셨으니 40년 이상 함께 해온 셈이다. 경제 활동이 힘든 저소득층 세입자들을 위해 수도세와 전기세 외에 관리비나 보증금을 받지 않는다. 누구보다 가난의 아픔을 잘 아는 까닭이다.
한 세입자는 "그는 가족보다 더 든든한 사람"이라며 "어르신들이 끼니를 거를까 봐 수시로 같이 식사를 하자고 권하는 천사와 같은 집주인"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집주인이 갑질을 하고 세입자가 전세금조차 돌려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나앉는 각박한 요즘 세상과 전혀 다른 훈훈한 모습이다.
하루하루는 나눔과 봉사의 연속이다. 직장생활 중에 결혼을 했고 늦둥이를 낳아 40대 중반까지 사회에 복귀하는 못한 그를 보고 주변에서 부녀회 활동을 권유한 때가 2005년이었으니 벌써 18년째이다.
남편이 적극적인 후원자로 나선 덕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고, 마동 부녀회 총무와 회장직을 맡아 9년을 이끌어 오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익산형 복지시스템이자 반찬 나눔과 배달 활동을 하는 '이웃애(愛) 돌봄단'으로 활동하면서 마동 자원봉사단체 '마곳간'의 봉사단장도 맡고 있다.
"홀로 사시는 분들은 매주 1회 방문하는 '이웃애 돌봄단'을 너무 반갑게 맞이합니다. 말벗이 되어 주거든요. 한번은 투석하시는 어르신이 기다리고 계셔서 집안의 급한 일도 미루고 찾아갔습니다. 아프신 몸인데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그때부터 만사 제치고 매주 1회는 어르신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아홉 집을 방문하던 반찬 배달 봉사는 최근엔 방문 가구를 다소 줄였지만 단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단다. 반찬을 전달하던 어느 날, 장애 어르신이 생일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케이크를 준비해 축하 노래를 불러드렸다. 홀로 어르신은 감동의 눈시울을 붉혔다.
동네 곳곳을 누비며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소외 노인 300여 명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참 좋은 사랑의 밥차' 활동에 시간과 몸을 아끼지 않는다.
사실 그의 나눔과 봉사 활동 뒤에는 든든한 남편의 외조가 있었다. 개인 사업을 하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남편은 아내의 나눔과 봉사 활동을 격려·지원하는 최고의 원군이다.
아내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위해 집안일을 다소 소홀히 할 때에도 단 한 마디의 불평을 하지 않는 선한 남편이다. 그래서 자신의 나눔과 봉사 활동의 90%는 남편 덕이라고 말한다.
"남편의 응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솔직히 제가 봉사활동을 해온 것이 아니라 남편이 한 것이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너무너무 감사하죠."
인터뷰 내내 "이름 석 자를 알릴 정도는 아닌데…"라며 겸손해 하던 그의 꿈은 힘이 있는 동안에 주변을 살피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미리 익산시 마동 동장은 "늘 진심 어린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열정이 대단한 분"이라며 "이런 분들이 계셔서 우리 사회가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은주가 뚝 떨어진 11일 오후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그의 미소는 백만불이 아니라 천만불짜리였다.
[박기홍 기자(=익산)(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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