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감동적이었던 손흥민X황희찬 '코리안 더비'...울버햄프턴, 토트넘에 2-1 역전승
[인터풋볼] 하근수 기자= 세계 최고 리그에서 '코리안 더비'가 펼쳐졌다. 토트넘 훗스퍼를 이끄는 손흥민과 울버햄프턴을 책임지는 황희찬이 진검 승부를 벌였다.
울버햄프턴은 11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프턴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11라운드에서 토트넘을 2-1로 격파했다. 이로써 토트넘(승점 26)은 3위, 울버햄프턴(승점 15)은 11위에 위치했다.
PL 득점 순위 '2위' 손흥민(8골)과 '6위' 황희찬(6골)이 격돌했다. 올 시즌 두 선수는 절정에 오른 결정력으로 잉글랜드 무대를 강타하고 있다. 이번 코리안 더비는 영국 현지에서도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정말 특별한 경기다. 한국은 황희찬과 손흥민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보냈다. 해당 기사에는 울버햄프턴 훈련장을 찾은 박지성과 파트리스 에브라도 담겨 있었다. 박지성과 에브라는 유튜브 채널 '슛 포 러브'와 함께 코리안 더비를 앞두고 황희찬을 응원하고자 영국 현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매체는 "이러한 모든 것이 황희찬의 대중적인 매력을 보여준다면 이는 단순히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를 넘어서 '코리안 더비'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를 나타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경기는 부산과 같은 도시에서는 황금시간대에 진행될 것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치맥을 먹거나 술집에서 경기를 즐길 것이다. 황희찬은 예전에도 토트넘과 한국의 주장인 손흥민과 맞붙은 적이 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면서 기대감을 전했다.
울버햄프턴은 3-5-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은 마테우스 쿠냐, 황희찬이 책임졌다. 미드필드에는 라얀 아잇-누리, 주앙 고메스, 마리오 르미나, 장 리크너 벨가르드, 넬송 세메두가 포진했다. 수비는 토티 고메스, 크레이그 도슨, 막시밀리안 킬먼이 포진했다. 골문은 조세 사가 지켰다.
대기 명단에는 다니엘 벤틀리, 조니 카스트로, 우고 부에노, 부바카르 트라오레, 파블로 사라비아, 맷 도허티, 토미 도일, 파비우 실바, 사샤 칼라이지치가 포함됐다.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브레넌 존슨, 손흥민, 데얀 쿨루셉스키가 득점을 노렸다. 중원에선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버텼다. 4백은 에메르송 로얄, 벤 데이비스, 에릭 다이어, 페드로 포로가 호흡했다. 골키퍼 장갑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착용했다.
벤치에는 프레이저 포스터, 알피 도링턴, 애슐리 필립스, 지오바니 로 셀소, 로드리고 벤탄쿠르, 올리버 스킵, 브리안 힐, 제이미 돈리, 알레호 벨리스가 앉았다.
그렇게 돌입한 맞대결. 킥오프에 앞서 양 팀이 악수를 나눴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밝은 미소로 서로를 맞이했다. 중계 카메라는 핵심 선수로 두 사람을 조명하기도 했다. 몰리뉴 스타디움 안팎에는 두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한국 팬들이 가득했다.
이른 시간 균형이 깨졌다. 주인공은 토트넘이었다. 전반 3분 사르가 내준 패스가 왼쪽에서 중앙을 지나 오른쪽 측면으로 한 번에 연결됐다. 쿨루셉스키가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포로에게 감각적인 힐 패스를 연결했다. 문전으로 향한 땅볼 크로스를 존슨이 밀어 넣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울버햄프턴이 반격에 나섰다. 전반 6분 하프라인 부근 공중볼 경합에서 황희찬이 달라붙었지만 파울이 선언됐다. 전반 9분 아잇-누리가 위험 지역에 진입한 다음 슈팅했지만 데이비스가 발을 뻗어 막았다. 전반 15분 황희찬 측면 침투부터 공격이 시작됐지만 토트넘 수비에 막히기도 했다.
팽팽한 흐름 속에 분위기가 고조됐다. 황희찬과 존슨이 신경전을 벌였다. 전반 30분 하프라인 부근 경합 이후 두 선수가 충돌하는 장면이 나왔다. 주심은 황희찬과 존슨을 불러 경고 없이 구두주의를 줬다.
울버햄프턴이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32분 르미나가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기회를 잡았다. 반대편 포스트를 노려 슈팅했지만 비카리오가 팔을 뻗어 막았다. 전반 36분 아잇-누리가 침투 패스를 받고 슈팅했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프사이드였지만 반사 신경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남은 시간 득점은 결국 터지지 않았다. 토트넘에선 에메르송과 비수마가 경고를 받았다. 울버햄프턴은 계속 맞불을 놓았지만 끝내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전반전은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울버햄프턴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후반 1분 하프라인 경합 이후 공격이 계속됐다. 벨가르드가 직접 볼을 몰고 돌파한 다음 슈팅했지만 크로스바 위로 솟구쳤다.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후반 5분 손흥민이 돌파 과정에서 도슨에게 안면을 가격 당했지만 주심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역전이 급한 울버햄프턴이 고삐를 당겼다. 후반 7분 쿠냐가 컷백을 받아 슈팅했지만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 9분 코너킥 이후 황희찬이 세컨볼을 잡았다. 결정적인 장면이었지만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토트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후반 10분 쿨루셉스키가 스프린트를 시도했다. 박스 안으로 파고든 다음 슈팅했지만 육탄 방어에 막혔다. 토트넘은 후반 17분 사르를 대신해 벤탄쿠르를 투입했고, 울버햄프턴은 세메두를 불러들이고 도허티를 넣었다.
승부수가 나왔다. 울버햄프턴은 벨가르드가 나오고 칼라이지치가 들어갔다. 토트넘은 존슨과 비수마를 빼고 힐과 로 셀소를 투입했다. 후반 31분 사가 일대일 찬스를 막는 과정에서 쿨루셉스키와 충돌했지만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경기 종료 무렵까지 공방전이 계속됐다. 울버햄프턴은 후반 34분 르미나 컷백이 날카롭게 전개됐지만 데이비스가 걷어냈다. 후반 39분 고메스 크로스가 칼라이지치 머리에 닿았지만 빗나갔다. 토트넘은 후반 42분 벤탄쿠르 패스와 손흥민 슈팅이 나왔지만 수비에 막혔다. 울버햄턴은 도일과 사라비아를 추가로 투입했다.
교체 수가 적중했다. 후반 45분 쿠냐가 크로스를 투입했다. 사라비아가 침착한 터치 이후 간결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극장골이 터졌다. 후반 추가시간 파울 이후 빠르게 전개된 공격. 르미나가 사라비아 패스를 밀어 넣어 역전골을 터뜨렸다. 결국 치열했던 승부는 울버햄프턴의 짜릿한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다. 전방은 물론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연계에도 힘을 보탰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는 황희찬에게 6.2점, 손흥민에게 6.5점을 부여했다. 슈팅 자체가 적었던 것에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황희찬 주요 스텟은 볼 터치 37회, 패스 성공률 80%(15회 시도-12회 성공), 드리블 성공 2회 등이 있다. 손흥민은 볼 터치 38회, 패스 성공률 80%(25회 시도-20회 성공), 키 패스 1회, 드리블 성공 1회가 있다.
경기 종료 이후 토트넘은 두 한국 선수의 만남을 공유했다. 황희찬은 SNS를 통해 "멀리까지 찾아주시고 멀리 한국에서 응원해 주신 분들 저희에게 더 특별한 경기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잉글랜드 무대를 수놓고 있는 두 선수는 오늘 경기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다음 싱가포르(11. 16. 20:00) 그리고 중국(11. 21. 21:00)과 맞대결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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