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공정성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담은 ‘공정이란 무엇인가’[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3. 11. 1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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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란 무엇인가’ 표지



우리의 삶에서 경쟁과 분열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것은 공정하지 않다!’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결과와 과정 모두 공정해야 한다’ 등 저마다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인다. 협동·협의 등과는 멀어져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를 하거나 맞춰 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본인의 이익 혹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핏대를 세운다.

겉으로는 공정을 요구하고 공정하기를 바라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공정치 않은 행동의 연속이다. 나의 공정에만 몰입돼 남의 공정은 외면하기 일쑤다. 진정한 공정은 ‘경쟁과 협력의 균형’에서 이뤄지는 것인데도 말이다.

‘공정이란 무엇인가’(벤 펜턴 지음 / 박정은 옮김 / 아이콤마)는 진정한 공정함의 원칙이 무엇인지, 신경학과 심리학에서는 공정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인류 역사적으로 공정성은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본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공정’에 대해 심도 있게 파헤친다.

특히 현대인의 시각으로 스포츠·비즈니스·인간관계에서, 정부와 정치에서, 그 외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오늘날 우리가 공정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왜 ‘페어플레이’가 우리 삶의 궁극적 해답인지를 생각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닫게 한다. ‘공정’의 문제에 오랜 세월 천착해 온 저자는 우리가 늘 사용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공정의 개념에 대해, 또 우리 시대에 공정이 왜 화두로 떠오르게 됐는지를 인문·역사·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두루 짚어 본다.

공정성을 대신할 만한 표현은 ‘뿌린 대로 거둔다’이다. 뿌린 것보다 적거나 많으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을러 공정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자신이 누리는 부와 자유 등은 남들과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부와 자유 등은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는 안정된 사회가 있어야 계속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쟁과 협력 사이의 균형’을 바탕으로 ‘공정’을 설명한다. 이를 위해 인류의 시작부터 오늘날로 이어지는 다양한 이슈들을 살피면서 “‘경쟁’과 ‘협력’은 인류에게 선천적으로 내재해 있는 것으로, 역사 속에 깊이 새겨져 그동안 우리의 행동을 지배해 왔다”고 얘기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법’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있지만, 그에 앞서 우리에게는 ‘공정함’이라는 공동의 합의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인류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하지만 공정함을 일찍 채택해 그렇지 못한 집단에 비해 규모를 효율적으로 키운 거대 집단에서 언젠가부터 또 다른 공정성의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즉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공정함이 때로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위해서만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를 방대한 지료에서 찾는다. 각종 사회 이슈를 취재하며 40여 개국을 누빈 저널리스트로서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관찰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우리 시대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화두로서의 ‘공정’을 만나는 일을 두렵지 않게 돕는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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