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전청조에 정말 속았을 수도"…공모 의혹과는 별개
"가스라이팅 당하면 성전환에도 임신 믿을 수도 있어"
자신 유명세 이용하려는 전청조 의도 알았는지 관건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 씨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27)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된 가운데 공범 의혹을 받는 남 씨가 전 씨에게 정말 속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 씨가 전 씨에게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전 씨를 의심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경찰의 남 씨 공범 의혹 수사 혐의 입증은 별개의 문제로, 남 씨가 전 씨의 범행을 알았는지가 관건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남 씨는 전 씨에게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 씨와 전 씨의 지난달 3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11월 7일 더팩트 보도)에서는 남 씨가 가스라이팅을 당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대화 내용대로라면 남 씨는 전 씨가 성전환한 줄 알면서도 실제 임신한 것으로 착각했다.
전문가들은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충분히 임신한 것으로 믿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과학적, 생물학적으로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도 주변 사람들이 반복해서 (임신)했다고 말하거나 임신테스트 결과 양성 반응 등을 보면 처음에는 의심하다가도 믿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스라이팅을 통해 강압적으로 사고를 주입하면 사실로 착각하는 기억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남 씨는 전 씨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객관적인 정보들을 종합 분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많은 사람들이 가스라이팅을 당해 사기를 당한다"며 "옆에 앉아서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임신 축하) 선물을 주면 긴가민가해도 그 사람에게 이미 신뢰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약점이 있는데 (전 씨가) 남 씨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남 씨 역시 전 씨에게 기만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씨는 최근까지도 남 씨에게 재벌 3세 사칭을 하는 등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카톡 대화에서 전 씨는 '돈이 많다', '기업인들 부르는 결혼 싫다', '외국 자본 가져오려고 한다' 등 재벌 3세인 것처럼 언급했다.
배 교수는 "전 씨는 남 씨에게 본인이 성전환자라고 말했다. 남 씨가 전 씨를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는데, 비극적인 재벌 3세'라고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 씨를 만날 때쯤 남 씨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상황이 나쁠 때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심리가 크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도 "사기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은 남의 얘기를 쉽게 신뢰하거나 과잉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많다. 물질욕과 허영심을 가진 사람도 사기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며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사기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남 씨의 전 씨 사기 공모 의혹 수사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 씨가 전 씨에게 속은 것과 별개로 전 씨의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기 공범 의혹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본인의 이름과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전씨 범행을 인식했는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공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배 교수는 "전 씨가 남 씨의 이름을 내세워 사기 행각을 벌일 때 (남 씨가) 짐짓 모른 척을 한 것인지, 진짜 알지 못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는 속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범행을 알았다고 주장하는 전 씨 측 주장과 범행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남 씨 측 주장이 모두 맞는 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10일 전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남 씨의 사기 공모 의혹 수사 이어갈 방침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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