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박 테러 자제령'…강성지지층 '처벌'하라는 비명계

송다영 2023. 11.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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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SNS에 '수박 공격' 자제 당부 메시지
'가결파' 비명계, 12월 탈당 가능성 시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강성 지지층을 둘러싼 '징계' 여부가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 SNS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성 지지자들의 '비명(이재명)계 의원실 테러' 등 과격한 행보에 자제령을 내렸다. 현역 의원들을 향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에 이 대표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당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강성 지지층을 대하는 방식은 '말따행따'(말 따로 행동 따로)의 전형이라며 징계를 요구했다. 비명계가 당내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공동행동'을 예고하면서, 당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늦은 저녁 본인 SNS에 사진 한 장과 함께 일부 지지자들을 향해 '자제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진짜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이라면 생각해 보십시오"라며 "이런 과한 행동이 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썼다.

사진은 강성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비명계 김종민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논산 사무실에 찾아가 비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수박 모형 인형을 들거나, 수박 모형 탈을 쓰고 있다. 수박은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의원들을 지칭하는 멸칭으로, 겉은 초록색이고 속은 붉은 수박처럼 비명계 의원들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낸 것은 그들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비명계 의원들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9일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비명계(김종민·박용진)는 강성 지지층의 도 넘은 공격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고 알려졌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자신들을 향한 강성 지지층들의 공격 △친명계 위주로 구성되는 당내 인사 등에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새롬 기자

비명계의 불만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차곡차곡 쌓여온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단식 복귀 이후 공식 석상에서 '당 통합' 메시지를 냈다.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말자"며 계파 갈등도 봉합하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통합과는 먼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결파 의원들에 대한 강성 지지층들의 공격을 이 대표가 방치하는가 하면, 당 구성에 있어서도 친명계 인사들만 임명하며 비명계를 향해 '불공정 공천'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명계는 이 대표가 말이 아닌 행동(징계)으로 강성 지지층을 비롯한 친명계 인사들과 선을 긋는 것이 당 통합의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메시지는 (비명계 의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뭔가 하긴 해야겠고, 행동하기는 싫으니 올린 것이다. 실천 없이는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강성 지지층 외에도)'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는 발언으로 지난 7월 징계 절차에 들어간 양문석 전 지역위원장 문제는 어떻게 됐나. 감감무소식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강성 지지층 징계 등 이 대표 메시지에 따른 구체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는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의원은 성역이 아니다. 민주당 당원이 의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징계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이해가 안 간다"며 "강성 지지자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항의하는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잘못됐다고 하는 대응 방식이 오히려 옳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며 비명계 의원들의 반응이 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명계는 당내 편파 인사 문제와 자신들을 향한 강성 지지층들의 공격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연말 내로 탈당할 의사도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사진은 김종민 의원 뒤로 수박 모자를 쓴 지지자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비명계 의원들 중 일부(김종민·이상민·이원욱·조응천 의원)는 오는 12월을 '마감 기한'으로 제시하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떄문에 당내 갈등은 더욱더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응천 의원은 9일 CBS 라디오에서 "강성당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소신파 의원들 공격을 마구 하고 있고 무당 유튜버들이 '친명 후보 누구, 반명 후보 누구 친명 후보 찍어라'는 식으로 계속 날뛰고 있다"며 "민물고기로 담수에 들어왔는데 (당이) 소금물이 돼서 숨을 쉴 수가 없다. 당 상황이 질식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민·이상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은 당내 '원칙과 상식'(가칭) 모임을 만들어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추후 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한 문제 진단을 하고 이 대표의 '험지 출마'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여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원욱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가까운 의원들이 일단 가시적으로 공동행동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며 당내 공동 행동을 위한 모임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머지않은 시간에 공동행동을 할 수 있는 모임을 오픈시킬까 싶다"며 "(모임을 만들면 당 지도부에) 압박이 발휘될 것이다. '원칙과 상식' 이런 이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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