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짝퉁, 끝은 창대하리라?…애플 긴장하게 만든 중국폰의 정체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11. 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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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사라질 아류’ 평가받던 中화웨이 폰
지금은 스마트폰 최강자 애플과 1위 다툼중
아이폰15 출시앞서 메이트60 신모델로 승부
애플은 ‘22년만의 최악 부진’속 전망 어두워
자신만만 화웨이 ‘크게 앞선다’ 문구 상표출원
지난 2021년 2월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MWC 상하이 2021’ 행사장 내 화웨이 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메이트X2를 열어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시장 진입 초반만 해도 ‘짝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산업을 주도하는 애플의 뒤를 좇는 ‘그저 그런 아류’로 남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뒤처지다 시장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시장 예측과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카피에서 시작했지만 새로운 기술 도입을 위한 자체적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어느새 업계 1위를 노리는 경쟁선에 나란히 섰습니다. ‘완벽한 가짜는 진짜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더니 이제는 ‘잿더미 속에서 부활한 불사조가 시장을 집어삼키려 한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굳건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애플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중국 기업 ‘화웨이’ 이야기입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업계 1위를 자부했던 애플의 글로벌시장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애플이 최근 선보인 야심작 아이폰15 시리즈가 중국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시장조사기관 GfK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출시된 아이폰15 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아이폰 판매량 대비 6% 감소했습니다. 나쁜 소식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모바일 관련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3분기 애플 출하량이 4%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들 기관 모두 비슷한 기간 중국 화웨이가 선보인 스마트폰 신제품이 애플을 향했던 소비자 관심을 대거 빨아들인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실제로 화웨이가 최근 선보인 ‘메이트60’ 시리즈는 출시 한 달 만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50만 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헤이든 허우 GfK 중국시장 수석분석가는 “화웨이가 강력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애플 아이폰15 시리즈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화웨이 메이트60 시리즈 판매량은 앞으로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애플이 아이폰15를 출시하기 몇 주 전 자사 대표 모델 메이트60과 메이트60프로 스마트폰을 전격 출시하며 선공에 나섰습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무역제재에 직면한 중국이 화웨이를 앞세워 공격적인 시장 장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습니다. 화웨이는 메이트60프로의 초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9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화웨이가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메이트60 등을 위한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 주가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화웨이 순이익 확대 소식 직후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 기업 BOE테크놀로지그룹 주가는 선전증시에서 5% 올랐고, Q테크놀로지그룹과 써니옵티컬테크놀로지그룹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각 11%, 6% 뛰었습니다.

지난 2019년 6월 개최된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19 상하이’의 화웨이 전시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반면 애플을 향한 시장 전망은 점점 더 어두워지는 상황입니다. 전반적인 스마트폰 수요 침체 등으로 매출 부진의 늪에 빠진 애플은 야심작 아이폰15가 부활을 견인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장은 아이폰15가 독보적인 성공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애플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 감소하면서 4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근 22년 만에 기록한 ‘최악의 부진’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시장 깊숙이 침투했습니다. 지난 분기 중국 스마트폰시장 1~2위 자리는 현지 브랜드 기업 아너디바이스와 오포가 쓸어갔습니다. 지난 2020년 화웨이에서 독립 기업으로 분사된 아너디바이스는 최근 다양한 폴더블 모델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빠르게 커지고 있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미·중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당분간 애플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정부 지원을 받는 기관과 국영 기업 내 특정 부서에서 직원들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은 지난달 애플 주요 아이폰 생산업체인 폭스콘테크놀로지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세금 및 토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전 세계에 판매되는 아이폰 대부분이 폭스콘 등과 같은 협력사를 통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애플은 전체 매출의 약 20%를 중국시장에서 충당하고 있는 만큼 이는 충분히 심각한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물가 상승 등 경제난으로 소비자 수요 타격을 입은 애플의 판매 하락세가 앞으로 두 자릿 수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내에서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미국은 ‘탈(脫) 중국’에 나섰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위기입니다. 아이폰 수요가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술 자립’에 나선 화웨이의 추격 속도가 매섭기 때문입니다. 특히 화웨이는 최근 출시한 메이트60 시리즈를 통해 자체적 반도체 제조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는 경고가 나옵니다. 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듯 화웨이는 최근 ‘야오야오링시엔(크게 앞선다)’이라는 문구를 상표로 출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애플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짝퉁으로 끝날 줄 알았던 화웨이의 반격이 애플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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