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올레’도 걷고 싶어요” 日 미야기현 5번째 올레길 활짝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본 일본 미야기현(宮城県)에 '다섯 번째 올레길'이 만들어져, 본격적으로 올레꾼들을 맞이합니다.
■ '치유의 길' 日 미야기올레 제5코스 개장…"원조 올레도 걸어보고 싶어요"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일본 미야기현과 함께 만든 미야기올레 5코스 '무라타(村田) 코스'를 11일 개장했습니다.
이날 오전 미야기현 무라타 마치(町)에서는 한국에서 온 올레꾼 20여 명과 일본 각 지역, 아시아트레일즈네트워크(ATN)에서 참가한 타이완과 몽골 등 남녀노소 1천여 명이 모여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성대한 개장식을 열고 축하한 뒤, 다 같이 올레길을 걸었습니다.
미야기올레 무라타 코스 개장을 계기로 '기념 우표'도 만들어져, 이날 만들어진 우표를 선보이는 행사도 마련됐습니다. 무라타 올레길의 여러 상징적 장소가 담긴 이 우표는 일본 전역에서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날 개장식은 미야기테레비(宮城テレビ)·센다이방송(仙台放送)·TBC·토호쿠신보(東北新報) 등 현지 매체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또, 아시아뿐만 아니라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올레길에 대한 높은 관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친구들과 함께 무라타 코스를 걸으러 왔다는 미국인 영어교사 애비 루이스(Abby Lewis·26) 씨는 "이전에도 미야기올레 다른 코스를 걸은 적이 있다. 경치도 아름답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새 도보 여행길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제주올레가 '원조 올레'인 건 오늘 처음 알았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해 제주올레도 걸어보고 싶다"고 활짝 웃었습니다.
■ "지진 피해 상처 회복 위해" 미야기현이 내민 손, 제주올레가 맞잡아
미야기현(宮城県)은 도쿄에서 약 30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동북(東北·토호쿠) 지방의 관문, 센다이(仙台)시가 속한 현입니다.
미야기현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밀어닥친 쓰나미로 마을이 휩쓸리는 등 수만 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되고,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를 보았습니다. 사람 키의 두 배는 훌쩍 넘는 높이의 파도에 완전히 끊겼던 철도(鐵道)는 대지진 9년 만인 2020년 3월에야 복구 공사가 끝나, 전면 개통에 들어갔습니다.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미야기올레는 대지진 이후 줄어든 내·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불러 모으고, 지역 경제 부흥과 상처받은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해 "올레길을 내고 싶다"며 미야기현 측이 제주올레에 먼저 손을 뻗으며 시작됐습니다.
미야기현은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제주올레를 찾아 걸으며 위로와 치유를 받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규슈에 수출돼 성공적으로 안착한 '규슈올레' 사례를 통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올레길이 국내외 관광객을 모으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는 와중에도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늘고 입소문이 이어지며, 미야기올레는 개장 5년 만에 누적 완주자 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미야기현은 앞으로 3개 코스를 더 개발해, 미야기올레 8코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야기현 관계자는 "처음에는 '미야기현이 어디야?'라고 했던 사람들이, 이제 미야기올레를 걸으러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 됐다"며 올레길에 큰 감사함을 나타냈습니다.
앞서 일본 미야기현과 ㈔제주올레는 2016년 4월, 제주에서 첫 논의를 시작한 이후 여러 차례 만나 미야기올레 가능성을 타진해왔습니다.
■ 지진 피해 지역에 올레길을?…"회복과 치유야말로 올레가 추구하는 가치"
미야기올레 개발을 놓고 제주올레 이사회에선 우려 섞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 이로 인한 원전(原電)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과 접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 등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제주올레는 미야기현이 내민 손을 결국, 맞잡기에 이릅니다. 대지진 피해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고 큰 슬픔을 겪은 지역에 길을 닦고,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이야말로 제주올레가 추구하는 '치유와 회복, 상생'이라는 가치에 부합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듬해 12월 ㈔제주올레와 미야기현, 게센누마(気仙沼)시, 히가시마스씨마(東松島)시, 오사키(大崎)시는 미야기올레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처음으로 코스 개발과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미야기올레는 2018년 △게센누마-카라쿠와 △오쿠마쓰시마 등 2개 코스를 시작으로 2019년 오사키 ·나루토 온천, 2020년 3월 토메 코스 등 차례로 문을 열어, 세계 각지에서 온 올레꾼을 맞이했습니다.
게센누마와 오쿠마쓰시마 코스가 '리아스식 해안'과 다도해(多島海) 등 바다 절경과 숲길을 즐길 수 있는 도보 여행길이라면, 다음으로 개장한 오사키 ·나루토 온천과 토메 코스, 무라타 코스는 편백나무 숲과 산간 지역 속 작을 마을 등 고즈넉한 시골 풍광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무라타 코스는 센다이 남쪽 지방에서 처음으로 인정된 올레길입니다. 총 길이 13.5km로 미야기올레 5개 코스 가운데 가장 깁니다. 장장 4~5시간을 걸어 출발 지점에서 종점까지 한 바퀴를 걸어 돌아오는 이 올레길은 바다 경치는 없지만, 강을 끼고 있어 산과 물이 어우러지는 사계절 자연 정취와 정겨운 마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산 중턱에선 아름답고 웅장한 산맥이 그려낸 산수화와 같은 절경을 뽐냅니다. 숲길에선 종종 천연기념물이자 보호종 사슴 등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자연 환경이 깨끗하고, 미야기올레 개장을 계기로 걷기 편하고 쉽게 산책로도 잘 정비됐습니다.
특히 1천 년 된 느티나무를 잘라 조립식으로 만든 17세기 일본 에도(江戸)시대 창고로 쓰이던 옛 목조 건물이 남아 있어, 볼거리를 더합니다. 쿠라노마치나미(蔵の町並み·창고 마을 거리)라는 이름의 이 상점가 일대는일본에서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돼,작은 교토(京都)'라 불리기도 합니다.
미야기올레 관계자는 "이번에 개장한 미야기올레 무라타 코스는 센다이 시내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 편도 있어서, 자가용이 없는 외국인 여행객도 쉽게 갈 수 있는 등 접근성이 높다는 게 장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제주올레는 일본 규슈와 미야기, 몽골 울란바토르에 제주올레의 가치와 상징물 '간세' 등을 차용하는 '자매의 길' 3곳을 두고 있습니다. 타이완과 캐나다, 스페인 등 아시아와 미주, 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도보 여행길과도 '우정의 길' 협약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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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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