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강 난 아이언맨도, 할아버지 유품도 완벽 복구…‘신의 손’ 이 남자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3. 11. 11. 19:00
“피규어 수리를 하면 처음 구매할 때 모습 그대로 완성이 되는건 어렵습니다. 그래도 눈으로 봤을 때 파손부분이 어색하다고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갈수 있게 수리하는게 목표점이예요.”
최근 제작되는 피규어나 스테츄(statue)는 굉장히 섬세하게 만들어지는 제품들이 많은 반면 그만큼 파손되기 쉽지만 한 번 파손되면 AS를 받거나 원상복구하기가 까다롭고 그나마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피규어수집가들이 늘어난만큼 망가져 버려지는 피규어들도 상당한데 그런 버려질 피규어들을 감쪽같이 복원하는 ‘피규어 의사’ ‘곰나으리 안경섭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벌써 8년이 되어가네요. 원래 직업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했었어요. 전문분야가 영상 편집 쪽이었는데 스톱모션을 하게 되면 배경부터 소품까지 제작할 일이 생기거든요. 물론 전문 제작자들이 있었는데 저도 조금씩 하다가 작은 피규어 같은 것들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취미가 피규어 도색이 되었어요. 그러다가 지인이 도색이 벗겨지고 망가진 피규어 몇 개를 고칠수 있겠냐며 부탁하더라구요. 별 생각없이 하던데로 작업해서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한두분씩 연락이 오기 시작하는거예요. ‘제것도 고칠수 있냐’며...”
“부러진 곳은 복구만 하는게 아니라 그 부분이 다시 파손이 안되도록 튼튼하게 보강을 해줍니다. 조각들을 맞추고 황동봉으로 심을 박고 순간접착제로 면을 채워주고 사포질을 하고 도색을 하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도료가 굉장히 많은데 색을 많이 사서 쓰면 편해요. 아무리 비슷한 걸 골라도 차이가 있거든요. 최대한 비슷한걸로 시작해서 조금씩 조색해서 색상을 맞춰줍니다. 단색으로 칠해진 게 더 색을 맞추기 어려워요. 오히려 명암이 들어간 건 색상차이가 있어도 티가 안나거든요. 단색은 정확한 색감을 잡아야 해서 까다롭죠.”
“방송에도 많이 나가고 기사도 많이 나가면서 제가 뭐든 다 고치는 사람처럼 보여졌는지 의뢰가 별게 다 들어오더라구요. 그릇 깨진 것부터 도자기 깨진 것, 악기 깨진 것, 골동품 브라운관 TV 외부가 깨진 것 등등 황당했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한번은 코끼리 상아가 들어온거예요. 금이 갔더라구요. 해볼만 하겠다 싶어서 사포질을 시작했는데 역한 냄새가 슬슬 올라오더라구요. 코끼리 냄샌건지... ”
“유품이라고 들어오는 것들도 많아요. 어떤 중년의 여사님이 할아버지의 유품이라며 성모마리아상을 들고 오셨는데 반으로 쪼개졌더라구요. 할아버지가 점토로 만드셨고 벽에 걸어놨는데 깨져버린거죠. 의뢰를 받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먼지가 닦아도 닦아도 계속 나오는 거예요. 점토가 갈려나오면서 부서져 내리더라구요. 간단한 작업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보통작업이 아니었던 거예요. 작업시간이 생각했던거보다 훨씬 많이 소요돼서 시간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의뢰비를 더 받을 수도 없었죠. 그래서 처음 받았을때 어느정도의 작업량인지 예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번은 커다란 도날드 덕이 들어왔는데 부분적으로 약간 금이 간 정도였거든요. 그걸 선반위에 올려놨는데 떨어지면서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죠. 도저히 수습이 안돼서 하나 사드려야 겠다 생각하고 검색을 해봤는데 300만원정도에 중고 거래되었던 게시물이 있더라구요. 그런데 너무 오래된 물건이라 그마저도 구할 수가 없더라구요. 조각조각 모아보니 답은 안나오고... 하는 수없이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작업을 했죠. 한달만에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해서 완성했죠. 엄청난 스트레스였던 기억이 나네요.”
“배우고 싶다고 오시는 분들도 종종 계세요. 망가진 피규어지만 새로운 피규어도 많이 만져보고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오시는데 사실 재밌는 작업이 아닙니다. 사포질이 작업의 대부분이거든요. 생각한 재미가 전혀 아닌거죠. 힘들었는지 한 달을 못 채우고 연락이 안되시더라구요. 묵묵히 몇 시간 동안 사포질만 하는 일이 뭐가 재미있겠어요. 하지만 도전하는 재미는 있어요. 피규어 재질도 정말 다양하거든요. 고무도 있구요. 레진도 있고 플라스틱에 주석까지... 안될 것 같던 수리가 완성되면 뿌듯함이 있습니다.”
“저한테는 이 일이 작업의 어려움보다는 사람 상대하는게 더 힘든 것 같아요. 가끔 저를 피규어회사 AS센터 직원쯤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거든요. 망가진 피규어를 들고와서 항의를 하는거예요. ‘이게 돈이 얼만데’ 이러면서 말이죠. 시도 때도 없이 재촉한다거나 무작정 ‘돈이 없다’면서 수리비를 깎아 달라고 하는 분도 있죠. 전화도 많이 오는데 한창 작업중인데 본인 궁금한 것만 물어보고 뚝 끊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땐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죠. ”
“반면 이게 어떻게 고쳐졌냐며 감탄을 하시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간절한 마음으로 수리 부탁하셨던 분들이 복구된 걸 보고 좋아하시면 또 보람을 느낍니다. 또 제가 봐도 심각한 상태였던 걸 깔끔하게 고쳐냈을 때 성취감도 분명히 있습니다.”
“본인에게 정말 가치가 있고 꼭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있으시면 의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건 제가 최선을 다해 고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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